나의 가을풍경 | by 키키
"선생님은 지금 이게 놀이 아니에요?"
"잉...? 수업이 놀이 아니냐고?"
"네...."
"무슨 소리야? 수업이 일이지 어떻게 놀이야?"
"선생님이 항상 밝고 즐겁게 수업하셔서 선생님한테는 놀이같이 보여서요...."
"아! 진짜? 선생님이 그렇게 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것 같아?"
"네!"
햇수로 4년째 수업을 하고 있는 중3 클래스.
오늘, 요즘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자 하면서 선생님은 '놀이'가 좀 필요한 것 같다고 하니 한 친구가 뜻밖에 말을 건네왔다.
"선생님에게는 수업이 놀이 아닌가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이들에게 마치 노는 것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내 모습이었다니, 어쩌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글로 쓰게 하고, 함께 책을 낭독하고 같이 토론하면서....
대부분의 나는 즐거웠다.
무엇보다, 책을 읽다가, 글을 쓰다가, 생각을 나누다가 아이들보다 앞서 감동하고 전율하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놀라고 감탄하는 나를, 아이들은 꽤 신기해하면서 다시 텍스트를 읽거나 자신들의 글과 말을 돌아보기를 반복했으니까.
얼마 전, 수업요일을 어쩔 수없이 변경하면서 아이들이 내 수업과 다른 학원의 시간조율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아이들의 내신성적을 위해 다른 학원시간에 양보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내심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리고, 뜻밖에 일이 일어났다. 늘 장난스러운 듯 가볍게 수업에 임하는 것 같던 남학생 J가 다른 수업과 겹치니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엄마의 말에, 나의 수업을 끝까지 고수하겠다며 엄청나게 완강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거참.... 도대체 애를 어떻게 구워삶은 거야? 얘가 이 정도로 고집을 부릴 줄은 몰랐네....?"
"오~그래? 나도 놀랍다, 언니...."
나에게는 동네 친한 언니이기도 한 J의 엄마말에, 나 역시도 꽤나 놀랐다.
지난 시간 동안, 이 아이들이 과연 내가 생각하는 만큼 이 수업을 의미 있게 여기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만할까 했던 순간들이 많았었는데.... 이미 아이들은 내가 얼마나 이 수업에 가치를 두고, 진심을 다하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J에게 의외의 말을 들었다.
"선생님은 항상 하이텐션이에요!"
무려 4년을 함께 했는데, 그 시간 내내 내가 아주 일관적인 '하이텐션'이었다는 거다. 혹시, J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닐까 하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물으니 이구동성으로 선생님은 하이텐션이란다.
"그럼, 하이텐션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좋은 거죠... 뭔가 좋은 에너지가 느껴지고, 긍정적이면서 밝은 기분이 든다고 할까. 선생님을 보면 그런 것 같아요...."
아이들의 말을 통해, 나를 다시 본다. 심지어, 엄마가 돌아가신 직후에도 나는 아이들 앞에서 웃었다. 어쩌면 이 일이 있어서 숨을 쉴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나다운 일, 내가 좋아하는 일, 마치 놀이처럼, 때론 힘들지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나였구나... 그리고 그러한 에너지를 아이들이 오롯이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했다.
"선생님, 그럼 저도 이 수업을 어른되어서도 할 수 있는 거예요?"
어른들에게도 강의를 한다는 나의 말에, 초등 4학년반 아이가 내게 간절한 눈빛으로 묻는다.
나를 생동하게 하는 아이들. 내 수업 안에서 읽고, 쓰고, 말하고, 생각하기와 친숙해지고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이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적어도 나에게는 마치 놀이와 같은, 그러면서도 나 자신과 학생들에게 자기 다운 삶을 안내해 줄 수 있는, 이토록 소중한 일을 가지고 있음에, 새삼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