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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May 06. 2021

왜 이렇게 힘든데??

뒤집어버려!

 지긋지긋한 간호사 생활이라고 말하면 뭐라 하겠지만 어느덧 간호사가 된 지 4년 차에 접어들었다.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직장도 옮기고 내가 사는 환경도 변화되면서 나에겐 모든 것이 새 출발이다.




 간호사 생활 3년은 다사다난했지만 나름 즐거웠다. 정신과 병동에서 3년 근무하면서 힘들고 위험한 상황도 많았지만 나름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았고 즐거웠다.




 특히 마음은 병들고 아팠지만 육체적으로는 건강한 환자들과 이야기하는 그 소소한 즐거움이 나에겐 병원생활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워낙 팔팔하고 뛰어다니듯 그렇게 건강한 환자들을 돌봤다. 그러나 지금 내가 이직 한 곳은?! 뛰어다니기는커녕 간병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요양병원 중환자실로 이직했다.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지만 사람 인생이 참 어떻게 될지 모른다. 처음에 나는 요양병원 병동 쪽을 가고 싶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 통.



"야 중환자실 올래? 한 명 나가는 사람이 있어서.. 중증도 그렇게 안 심하고 나름 괜찮다."


"아니 절대 안 간다! 끊어라"



 잘 다니던 병원을 옮긴 이유는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나는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OS(정형외과) 병동을 갈지, 요양병원 병동을 갈지 고민했다. 



 넣을 곳은 많았지만 막상 선택하기가 힘들었다. 그때 걸려온 전화 한 통.




그 형 병원의 간호부 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오세요!, 그렇게 중증도 심하지 않고 일하기 괜찮아요."



 중환자실이라 하면 코에 식이 콧줄(구강 섭취가 안 되는 환자들을 위한)을 꽂고 소변줄로 소변을 받아내며 상태가 안 좋아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근데 왠지 내 마음이 약간 쏠리고 있었다. 




"그냥 한번 가볼까?, 중환자실 언제 한번 가보겠나"




그래서 결국은 중환자실로 들어왔다. 근데 웬걸? 내가 생각한 것보다 상태가 안 좋은 환자들이 많았다. 팔팔하고 뛰어다니는 환자들만 보다가 아예 일어나는 것조차 도움 없이 안 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어차피 결정은 되돌릴 수 없었다. 이왕 입사하게 된 거 그냥 배우고 익히고 연습하자!라는 생각으로 선배 간호사님들에게 계속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입사 7일 차, 상태가 안 좋은 환자가 있었다. 밤 근무 중이었는데 그 날 어떻게 혼자 근무를 뛰게 되었다. 요양병원에는 임종이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도 많고 Sudden death(갑작스러운 죽음)로 돌아가시는 분도 많다.




 그 날 그 환자분은 혈압이 계속 떨어지고 혈중 산소포화도(Spo2)도 계속 떨어졌다. 산소를 올리고 수액을 달아도 혈압이 유지가 계속 안 됐다. 그 와중에 혈관 라인도 붓고 어떻게 계속 안 좋은 일이 하나씩 계속 발생했다.




 새벽이 지날수록 병세가 악화돼 당직의사도 이제는 도리어 방법이 없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급히 오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이 날 나는 처음 보는 상황이라 그랬지만 그 상황 자체가 너무나 힘들었다. 누군가 돌아가시는 것도 그렇지만 이 전과 전혀 다른 근무 환경에 중환자실에서 요구하는 기술이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다.



아는 지식도 별로 없었지만 특히 수액주사를 놓는 혈관을 찾고 놓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 

라인이 안 잡히고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 상황에 나는 잠시 멈추어 생각했다.



"아 내가 여기 왜 왔지?, 왜 이렇게 나에게 고통을 주실까?" 




 다른 선생님의 도움으로 임종까지 마무리하고 보호자와의 마지막 면회를 끝낸 후 어찌어찌 사망처리를 하고 퇴근하는 길. 그 새벽에 있었던 일이 스쳐 지나가면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 하는 일이라 그래서 그런가 서툴고 힘들었고 앞으로 또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라는 막연한 걱정도 들었다.



 그러나 이런 걱정과 불안은 지금의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스트레스와 병원 사직의 마음만 키울 뿐,




 그래서 나는 힘듬을 그냥 확 바꿔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의 강점이라 하면 강점인데 이런 생각들을 확 뒤집어서 생각하는 것이 빨랐다.




"나에게 주는 이 모든 고통은, 나를 성장시키는 요소다. 힘들수록 내가 큰다!"




나에게 주는 고통, 힘듦, 시련 등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언젠간 성장시킬 것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안일하고 편안한 환경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고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 그때의 긴박했던 상황 속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 것들은 나를 더 성장시켰다. 일 배우는 속도가 굉장히 빨리 늘었고 심적으로 조금 더 여유로울 수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잘 모른다. 미칠 것 같고 당황하고 짜증도 난다.  그러나 나에게 주는 고통과 힘듬이 찾아올 때는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다 주소서, 더 주소서, 제가 더 성장할 수 있게요. 이런 고통을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상황은 바꿀 수 없다. 그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는 나의 마음가짐만이 바뀔 수 있다.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다. 




긍정이냐 부정이냐 단순한 차이지만 그 차이가 인생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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