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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Feb 17. 2022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내 능력은 어디까지 일까.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 칼리피 오리나     




 10살 때 학교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보던 중 이런 문구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The world is your oyster.'  질문을 잘하지 않는데 그날엔 뭔가 질문을 하고 싶어 무작정 선생님에게 질문하니 “너희는 이 세상에 모든 것들을 다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열심히 해라”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코웃음을 쳤다. ‘이 세상에 얼마나 안 되는 게 많은데!’라며.      




 당시 잘하는 게 없던 난 늘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집에서는 늘 스타크래프트만 했고 학교에서도 공부는 물론 친구들이 좋아하는 축구나 농구도 잘하지 못해 늘 뒤에서 구경만 했다. 인기도 없었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 말도 많이 없었다. 학교를 마치면 근처 문방구 게임기로 달려가 게임을 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고 억지로 간 학원은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시간 때웠다. 지루하고 의미 없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6학년이 되었다. 그때까지 열정도 없었고 무언가에 최선을 다한 경험이 없다. 아들의 미래가 심히 걱정이 되었던 엄마는 무작정 남들 보내는 비싼 영어학원을 보냈다. 억지로 다녔지만 다행히 영어는 그나마 괜찮았다. 근데 영어를 배우면서 문득 3학년 때 봤던 ‘The world is your oyster’이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그때는 와닿지 않았던 문장을 다시 해석해보니 ‘세상은 모두 너의 굴이다’라는 뜻이었다. 자세히 번역해보니 이 세상의 모든 기회와 가능성이 너에게 열려있다 즉, 나에게 못할 일은 하나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 문장 하나가 머리에 빡 꽂히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그동안 무의미하게 살았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뭐했나 싶어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무작정 운동을 시작했다. 축구, 농구를 못 한다고 무시당해 왔던 게 싫어서였을까. 다른 애들보다 키가 좀 크다는 이유만으로 관심도 없던 농구를 시작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작정 ‘학교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계속 연습했다.           



 매일 영상을 보고 기술을 배웠다. 1시간 거리에 있는 농구장에 경기가 있는 날마다 보러 갔다. 막히거나 잘 안 되면 될 때까지 했다. 그렇게 3개월 정도를 보내니 난 정말 달라져 있었다. 농구공도 제대로 잡을 줄 몰랐던 나는 초등학교 마지막 체육대회에 나가 처음으로 우승했고 중, 고등, 대학에서도 모든 게임에 다 참여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도 하면 할 수 있구나’라는 성취감을 얻었다. 스포츠라면 치를 떨던 내가 누구보다 자신 있게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노력으로 이뤄낸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       




  그 후로 이런 상황이 몇 번 있었다. 그렇게 20년이 지난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것들을 하고 있다. 독서, 음악, 운동, 공부 등. 그때의 나로서는 전혀 상상도 못 한 것들이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나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때는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하고 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열등감에 빠져있던 그때를 생각해보면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와서 깨달은 것은 인생의 앞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사람이 알 수 없는 삶의 모호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종교는 없지만 그때부터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만드는 것이 어쩌면 신의 뜻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다.     




 인간의 잠재력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자기 자신조차도 말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할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할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우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온전한 하나의 사람으로 태어나고 존재한다. 난 저마다의 하늘이 주신 각각의 소명과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사니 좀 잘 나간다고 우쭐대지 않게 되고, 못 나간다고 움츠리지 않게 되었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키우려 노력하다 보니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습관이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미국의 철학자 랄프 왈도 에머슨은 "인간은 자기 일에 온 정성을 다하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위로를 느끼고 즐거움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가 타인을 부러워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가진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은 누가 찾아줄 수 없다. 오직 자신만이 그리고 피나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나를 찾아가는 이 여행이 우리가 태어난 몇 안 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내 잠재력과 능력이 어디까지 일지는 나도 잘 모른다. 짧을 수도, 죽기 직전 일 수도 있지만 난 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 난 이 여행을 멈출 수 없다. 미지의 세계인 나라는 존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늘 두렵고 겁이 나지만 이 여행이 나를 움직이게 하고 성장시키며 살아 숨 쉬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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