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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Sep 24. 2022

지금 내가 간디를 만난다면.

평화를 위해 헌신한 비폭력 운동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혼란스럽다. 전쟁은 늘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수많은 국토와 시설이 파괴되고 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발생하며 세계 경제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끼쳤다. 치솟는 곡물, 원자재 등의 가격 폭등으로 특히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 같은 나라들은 큰 경제적 피해를 당하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코로나 여파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몸서리를 앓고 있다.




이렇듯 전쟁이라는 것이 일어나면 전쟁을 치른 나라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에 따라 우리 한반도의 정세도 심상치가 않다.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는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더 강화하며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대립이 다시 심해지고 있다. 그나마도 우호적이었던 남북 관계가 다시 악화되며 남한의 식량 지원도 끊긴 상황에 북한에서는 갈수록 많은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금처럼 세계가 전반적으로 혼란스러울 때, 어떻게 이 상황을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여러 스승이 떠올랐지만 단연 가장 크게 생각났던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비폭력·무저항 평화운동과 인종차별폐지를 위해 한 평생 힘썼던 ‘마하트마 간디’다.




내가 처음 간디를 만난 것은 법정 스님의 책을 통해서다. 개인적으로 법정 스님의 책을 좋아했는데 스님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 간디라고 했다. 법정 스님이 쓴 책 ‘무소유’도 간디의 영향이 상당히 컸다고 말했다. 간디야말로 자신의 무소유 정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고 했다. 간디는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는 도중 마르세유 관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요.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뿐이오.”





스님은 이 글을 읽고 자신이 가진 것이 너무나 많아 부끄러웠다고 한다. 나 또한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 할 줄 모르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살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삶의 큰 만족감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매사의 현실에 허덕이며 살고 있는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간디를 통해 물질이 주는 행복은 아주 잠시라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




그때부터 마하트마 간디가 어떤 업적을 남기고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는 힌두교 가정에서 태어나 20대때 변호사가 되기 위해 영국으로 간다. 그곳에서 법률을 공부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일 때문에 우연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갈 기회가 생겼는데, 이 남아프리카 여행이 간디의 생에 큰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남아프리카에는 약 7만 명의 인도 사람이 이주해 있었는데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백인에게 차별대우를 받고 있었다. 간디는 인도 사람들의 지위와 인간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지켜주고자 남아프리카 연방 당국에 대한 인종차별 반대투쟁단체를 조직했다. 이때 그의 핵심사상인 아힘사사상(살아 있는 모든 것의 불살생)이 형성되었고 차별법의 투쟁은 시작되었다.





1913년 44세때 간디가 이끌며 행진한 ‘사티아그라하 행진’이 전 세계에 이목을 끌었다. 사티아그라하는 마하트마 간디에 의해 시작된 비폭력 저항 운동의 철학이다. ‘사티아’는 진리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이며, ‘아그라하’는 노력, 열정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진리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 즉, 모든 인간이 가진 존엄성의 진리를 찾기 위해 투쟁운동을 시작했다. 약 4천여 명이 체포되었지만,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어 이런 악습을 반대하는 여론에 의해 당국을 굴복시켰다. 결국 구제법이 시행되어 인도인의 차별법은 모두 폐기되고 이 투쟁으로 간디는 세계적인 사람이 되었다.




간디는 이런 자신만의 신념으로 훗날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독립 운동가였다. 인간 자체에 대한 기본권과 생명 존중, 무폭력 등 누구보다 인간의 고유한 존엄 사상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을 중요시했던 사람이 마하트마 간디다. 허름한 옷 한 벌 걸치고 하루에 한 끼도 못 먹고 아무 데서나 자면서도 타인과 나라를 위해 투쟁운동을 하며 많은 사람을 도왔다. 인도의 독립 뿐만 아니라, 평생을 대의를 위해 살다 1948년 79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했다.




과연 놀라운 업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런 간디의 일생을 공부하다 보면 내가 참 작아진다. 지금의 나는 전여 부족함 없이 살고 있다. 돈도 어느 정도 있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집도 있고, 옷도 너무나 많다.(간디에 비하면) 그러나 난 내가 사는 삶만 볼 줄 아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것을 알았다. 나만 잘사는 삶을 위해 미친 듯이 살고 있었고 그것이 잘 사는 삶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었다. 그렇게 살아도 지금 내 삶에 만족하고 행복한가? 아니다. 매일이 괴로움의 연속이며 그 괴로움을 풀기 위해 온갖 물건을 사고 쾌락적 즐거움을 추구하며 내가 처한 현실에서 도피하곤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며 내 삶의 변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한평생 가난하게 살며 타인을 위해 힘쓰고 노력했던 간디의 삶에 비하면 내가 부족할 것이 전혀 없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그때 무릎을 치며 깨달았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많은 물질을 가진다 해도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하나의 조건일 뿐이지 그것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왜냐하면, 물질적인 것이 정말로 중요한 조건이라면 돈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은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퇴폐적이고 정신적으로 피폐한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경쟁을 해야 하고 타인을 이겨야 내가 잘 산다. 즉 타인의 불행위에 내 행복을 쌓아야 한다. 자신은 잘살지언정 어쨌든 누군가를 짓밟고 일어나야 하므로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함이 남고 자신의 삶에 대한 큰 만족이 있을 리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꼭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지 않는 것을 간디를 통해 알았다. 아무리 내 상황이 안 좋지 않더라도 간디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많이 가지고 있다.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집과 옷은 있다. 이렇게 관점을 딱 잡으니 지금 내 삶에 처해있던 문제 대부분이 해결되었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앞으로 먹고살 문제, 노후 대비, 건강 문제 등 누구나 막연히 걱정하고 있는 물질적인 문제에 대한 집착이 싹 사라졌다. 하루 한 끼 먹어도 괜찮고, 옷은 몇 벌만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니 삶 자체가 변했다. 마음에 여유로움이 생겼고 누군가를 이기려는 경쟁의식도 사라졌다. 제일 큰 변화는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이 ‘사로잡힘’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세상은 복잡하지 않다. 항상 내 생각이 복잡할 뿐이다. 그런 정신적인 지혜를 간디의 생애와 가치관을 통해 배웠다.





그렇다면 지금 이 땅에 간디가 다시 온다면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전해줄까? 지금 현대 사회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특히 자본주의 아래의 과잉생산, 과잉소비로 인해 자연은 갈수록 파괴되고 기후위기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북극이 엄청난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고 근 2030년에는 세계의 5분의 1이 잠길 것이라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법정 스님과 간디가 말한 대로 자연의 역습이 시작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세계가 긴장상태이며 한반도는 아직도 권력투쟁과 세력다툼, 이념을 지키기 위해 날이 갈수록 더 큰 대량 살상 무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 비폭력, 무소유 등을 주장했던 간디의 사상들이 지금의 우리에게 어느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내가 간디를 만나 가르침을 청한다면 우리에게 이렇게 몇 가지를 말해줄 것 같다. 첫째, “좀 더 인간성 즉, 인격 형성에 더 많은 가치를 기울여라.” 간디는 지극히 가난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았다. 가진 것 하나 없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게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맨 앞 선두에 서서 운동을 지휘했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인간성 상실이 갈수록 심화 되는 지금 간디의 타인과 세상을 위해 했던 헌신적인 노력들이 지금의 우리에게 많은 영감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 개개인이 자신의 인격 형성에 힘써 나와 타인이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세상, 누구 하나 조건에 상관없이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둘째, “가난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간디는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잤다. 오늘날의 우리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 우리는 하루 3끼 먹고 더 못 먹어서 안달이며, 더 좋은 옷을 못 입어서 늘 남과 비교하고, 더 큰 집에 살기 위해 평생 빚을지며 산다. 그래서 평생 먹고 사는데에 급급하며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허비한다. 이런 과잉생산, 과잉소비 문화가 결국 기후위기, 자연파괴를 만들어냈고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한 각종 정신질환과 불안 등을 초래하고 있다. 옛날보다 훨씬 먹고 입고 자고 하는 환경이 나아졌는데도 우리의 정신과 마음은 훨씬 더 병들고 악화되고 있다. 간디의 이런 무소유 사상이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지구, 세상, 환경, 우리의 개개인의 삶의 측면에서도 가장 절실히 필요한 처방이 아닐까.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정도도 충분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물질적인 것의 집착에서 벗어나 지금 자기 삶에 만족할 수 있다. 소유하면 소유할수록 우리는 그 소유물에 저당 잡힌다. 얽매이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의 삶은 불행해진다.





셋째,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라” 결국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국가 간의 일어나는 이익이나 이념적 갈등도 결국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지 못하고 갈등을 원만하게 풀지 못해서 생긴다. 늘 자기의 생각만 고집하고 상대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막무가내 정신이 갈등의 주요 원인이다. 우리는 늘 자기 생각만 하며 산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면 나쁜 것이라 여긴다. 우리는 상대의 관점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역지사지와 공감의 능력으로 갈등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기주장만이 아니라 상대와 함께 이익이 되는 길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평화는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마음가짐과 가치관을 어떻게 형성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간디는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이 있을 때 존중하고 없을 때 칭찬하고 곤란할 때 도와주고 은혜는 잊지 말고 베푼 것은 생각하지 말고 서운한 것은 잊어라”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전쟁은 지도자 몇 명이 내리는 것이지만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더욱더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 정신이 지금 이 시대에 훨씬 더 깊게 다가오고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인간의 존엄성부터 시작해서 평화와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까지. 그의 노력은 지금 우리에게 훨씬 더 큰 영감과 가르침을 주고 있다. 단연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고 그래서 그의 가르침과 업적이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본보기와 교훈이 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 내가 다시 간디를 만난다면 그와 차 한잔하며 편안하게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허한 옷차림에 가진 것 없이 나타날 것 같지만 나에겐 그 누구보다 빛나는 모습으로 걸어올 것 같다. 지극히 서로를 마주보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의 귀한 가르침을 들으며 나 또한 삶의 가치관과 마음가짐 등을 점검하며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해 함께 고민할 것이다. 가난했지만 누구보다 위대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다간 간디. 그의 헌신적이고 아름다운 업적들이 아직도 나에게 많은 가르침이 되고 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진정한 주인 도덕으로서 삶을 살다간 강한 사람이 어쩌면 간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금, 이 평화도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다. 너무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그렇게 조금이라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느지막한 가을 하늘을 보며 간디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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