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술시험 D-2
대망의 구술시험이 이틀밖에 안 남았다.
구술시험은 내가 저번에 낸 과제를 기초로 교수의 질문에 반박하는 형식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낸 소논문 과제를 다시 펴고 세세히 살펴보았다. '내가 교수라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을까?'라는 생각으로, 한 문단 한 문단을 글을 처음 쓸 때와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의 문제가 뭐지?'
'왜 그렇게 생각했지?'
'이것은 무슨 뜻이지?'
'그래서 네 생각이 뭔데?'
'이걸 여기에서 말하는 이유는 뭐지?'
'왜 이것에 대한 설명은 없지?'
이렇게 수많은 질문을 쏟아내니 제법 그럴듯하게 썼다고 생각했던 과제가 영 형편없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없어졌다. 처음 과제를 낼 때부터 이렇게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밀려온다. 과제를 쓸 때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을 했지만 돌이켜보면 분명 난 게으르고 비겁해질 때가 있었다. 연구 배경과 연구 결과 부분에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시작하면 골치가 아파질 것 같아서 못 본 척 간략히 얼버무린 부분이 이제야 보인다. 용감한 글, 날카로운 글을 쓰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나의 글쓰기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미 제출된 과제를 바꿀 수는 없다. 내 수준을 인식, 인정하고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영어 말하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배우려는 자세를 갖추되 당당하게 말하자.
구술시험 후엔 진짜로 내 논문에 대해 프로포절 준비가 시작된다.
논문만큼은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잘 쓰자. 적어도 비겁해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