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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 Joonhee Aug 14. 2018

천국에 잠시 머무는 중간 지옥(?) 이방인의 짧은 생각

엊그제까지 날 좋은 날마다 호숫가와 바다에 나가 수영을 했습니다. 이런 데는 보통 가족뿐 아니라, 해맑은 어린이들 청소년들도 친구들과 함께 와서 따사로운 햇살 아래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하며 물놀이를 즐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 나이 때는 뭘했었나. 생각해보니 학교나 학원을 오가며 잠을 줄여가며,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친구들과 경쟁해야 했습니다. 그 때는 체벌도 허용됬던 때라 스파르타 학원에서 매도 많이 맞았습니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교우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았어요. 교우관계에 있어서는 서로를 비교하며 시기 질투가 씨앗이 되곤 했죠. 내가 대학생이 되고나서 큰 해방감을 느꼈던 것도 이런 것들로부터의 자유로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가족과 동료들로 부터 내 인생에 대한 간섭들이 곧 옥죄기 시작했지만요.



서른이라는 나이에 뒤늦게 노르웨이에서 이방인으로서 삶을 시작하였고 1년이 지난 지금은 현지인처럼 적응이 되어갑니다. 이 것들이 마치 원래부터 내것이었던 것처럼 바다에 누워 일광욕을 즐깁니다. 그러나 곧 이 삶이 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엊그제 태양에 건강하게 그을린 해맑은 청소년들과 어린이들, 햇살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새삼 얄밉더군요. 나는 내가 한국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닌데. 내가 '만약' 이 나라에 태어났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 겪은 스트레스성 탈모, 생리불순은 겪을일이 없었을 것이고, 부족한 잠으로 인해 덜 큰 키도 마저 컸을 것이고, 안경과 렌즈가 필요 없는 건강한 눈을 가지게 될 것이고, 조그만한 일에 조급증과 불면증에 시달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사람들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 또한 사람 사이의 선을 넘어서거나, '충고'라는 말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 또한 없었을 것 같습니다. 혹여 큰 병에 걸려 집안에 폐가 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값비싼 사립 대학교에 들어가 등록비 걱정을 해야할 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었겠죠. 또, 쉽게 주눅들지 않는, 당당하고 밝은 성격을 가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또 문득 내가 한국이 아닌, 아주아주 가난한 나라, 전쟁중에 있는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내가 방금 생각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배부른 소리가 되어버렸네요. 생각만해도 그만 미안해져버렸습니다. 적어도 우린 매 순간 목숨의 위협을 받지는 않으니까요.


모든 사회 문제가 마치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모를 엉킨 실타래와 같아서 연구 중인 세계시민교육이 정말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이 드네요. 우리도 이런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지금도 전쟁중인 나라, 가난한 나라에는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까요.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을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냥 한 세상, 혼자서 흔적없이 즐기다 가는 게 옳은 건지, 한국에 돌아가면 결혼이랑 출산이야기가 나를 습격(?)할 텐데 그러면 아이를 한국에서 낳아 상처되게 키우는 건 또 옳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또 어제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런 세계불평등이 해소되기 전에 아마 환경오염으로 멸망될 것 같다는 엉뚱한 결론을 내렸네요. 일회용 사용 안하고, 개인 차 안 끌고, 분리배출 철저히 하는 것 말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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