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거, 보긴 해?
한 편으로는, 우리가 느끼는 불만이 오직 소속사와 티켓 유통업체만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최근 벌어지는 몇몇 현상들을 보면서다. 특히 일부 팬덤 사이에서 자리 잡은 '이상한' 문화는 우리 스스로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바로 '업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팬덤의 일부 행태다.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예시로는 아이돌 컴백(혹은 데뷔) 시 팬들을 위해 열리는 무료 공개방송 사전녹화. 이곳에 참여하기 위해 좋은 번호를 받거나 자주 참여하고 싶은 일부 팬들은 '대리' 업자에게 수고비를 지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전하는 소중한 역조공 물품이, 그 자리에 가기까지 업자에게 지불한 비용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중고 시장에 팔려나가는 건 흔한 일이다. 심지어 역조공으로 먹는 것만 나오면 현장에선 일부가 불평을 하기도 한다 하니, 팬덤의 본질이 어디서부터 흔들리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런 이상한 문화는 콘서트 티켓에도 만연하다. 좋은 자리를 구하기 힘든 팬들은 '플미' 업자의 티켓을 그냥 사고 본다. 일명 '홈마'들은 역시 자기 최애가 자주 오는, 기가 막힌 위치의 티켓을 이런 식으로 사들인다.(교환도 당당하다.) 당연히 사랑을 담아 찍는 홈마들도 있겠지만 일부는 찍은 사진과 영상으로 SNS에서 유명세를 얻거나, 굿즈를 만들어 2차 수익을 얻기도 한다. 물론 아이돌이 알려지거나 유입을 부르기도 하니 이 행위가 꼭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계정에서는 앨범 구매를 독려하거나, 음원 성적을 위한 스트리밍을 권장하는 등 아티스트와 팬덤의 성장을 위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팬덤 전체의 화력보다는, '자신만의 콘텐츠'와 '개인의 인기'를 추구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고스란히 팬덤의 '화력' 저하로 이어진다. 팬들의 통장을 노리고 달려드는 각종 마케팅에 음반 판매량은 높지만 실질적으로 음악을 듣고 즐기는 사이트들의 음원 성적은 바닥을 기고, 열심히 스밍을 하는 팬들만 고군분투하는 현실. 팬들은 서로에게 "왜 음원 다운로드 안 하냐", "투표는 하고 있냐"며 채찍질을 하지만, 정작 일부 팬들은 눈앞의 개인적인 만족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홈마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문화가 정작 내가 비싼 돈까지 내고 보러 간 '아이돌'의 말까지 무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잠시 폰 내려놓고 우리 같이 즐겨요", "저희 얼굴 보면서 같이 노래 따라 불러주세요" 아티스트가 직접 부탁해도 팬들은 멈추지 않는다. 콘서트 내내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하며 '직캠'을 찍고, 내 SNS에 올리는 데에만 몰두한다. 그 순간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도 이해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결국 '다 같이 즐기는' 나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의 즐거움을 해치는 일이 된다. 아이돌의 말이 통하지 않는, 팬덤 내의 공동체 의식이 무너진 현실. 이 모든 것이 결국 팬덤을 약화시키고, 우리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이런 문제는 모든 팬덤의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속한 팬덤에 만연한 이런 모습들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