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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Jun 05. 2024

갑자기 생긴 연휴에, 어디를 갈까?

2024 가고시마 - 여행지 선정 / 출발해서 호텔까지



제목이 너무 심심한가? 싶어서 좀 바꿔봤습니다. 뭐 이런다고 엄청 재밌어 지거나, 호기심을 자극하진 않지만...




지난 3월 말, 회사 사정으로 주말을 포함한 4일의 연휴가 생겼습니다. 개인적인 사정과 코로나 등으로 인해 여행을 나가지 못한지 5년이 넘은 상황, 오랜만에 여행을 가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죠.




:: 그래, 오랜만의 여행이라면 교토지!


첫 번째로 떠오른 곳은 이상하게도(당연하게도?) 교토였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했고, 추억이 많은 곳이기도 했고, 익숙한 곳이기도 했으니까 오랜만의 여행은 교토에 가서 맛있는 것들을 먹고 마시면서 내가 도쿄 어딘가에 산다고 착각하는 마스터들이 있는 단골집(?)들에 들르자. 고 생각이 들었죠. 거기에 더해서 하루 정도는 렌터카를 빌려 비와호(琵琶湖)를 드라이브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떴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3월말은 바로 벚꽃 시즌. 그리고 그 시즌은 교토의 숙박비가 년중 최고가 되는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교토의 평소 물가도 다른 지역보다는 비싼 편인데, 주말을 포함한 3월 말의 숙박비는 정말 말/도/안/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여행할 때 묵는 3성급 호텔이 1박에 5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 더 이상 알아보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그래서 교토를 바로 포기했습니다.


빠르게 포기한 데에는 간사이 국제공항이 요즘 너무 붐빈다는 것도 한 몫하기는 했습니다. 입국심사에 두 시간은 기본이고 그 이상도 걸린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뭐, 교토에 너무 가고 싶었다면 나고야 공항을 통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것도 고민을 하긴 했어요... 나고야에서 렌트해서 바와호를 돌아보는 코스로...)




:: 푸른 자연이 그득할 것 같은 시코쿠!


그 다음으로 떠올려 본 것은 시코쿠(四国)였습니다. 일본의 곳곳을 여행했지만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역이기도 하고, 현청손님접대과(県庁おもてなし課)라는 영화에서 본 고치(高知)현의 풍경이 뇌리에 깊이 남아 있어서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다! 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걸림돌이 좀 있었습니다. 일단 비행 스케줄. 대한항공의 마일리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대한항공은 시코쿠에 직접 취항을 하지 않아서 가장 가까운 공항인 오카야마(岡山) 공항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대략 다카마쓰(高松)까지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2시간 이상 걸리는 공항인데, 그건 뭐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바로 매일매일 항공편이 있는 게 아니라 수/금/일요일에만 취항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정을 맞추기가 좀 어렵더군요.


결국, 시코쿠는 언젠가 가보긴 하겠지만 이번은 아니구나. 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 다음 목적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 흑돼지와 쇼츄의 가고시마다!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바로 가고시마(鹿児島)였습니다. 7년 전 그러니까 2017년에 약 40일 정도 일본을 여행하면서 큐슈를 한 바퀴 빙 돌 때, 야쿠시마(屋久島)에 가기 위해서 들렀던 도시. 엄청난 수량의 쇼츄(焼酎)를 보유하고 있던 쇼츄바와 너무나 맛있었던 흑돼지가 바로 떠올랐습니다. 그래, 이번에는 쇼츄 여행이다! 3박 4일 동안 신나게 먹고 마셔보자! 라는 결심을 하고 가고시마의 호텔과 식당들을 검색했습니다.


출처 : 시로야마 호텔 가고시마 홈페이지 (https://www.shiroyama-g.co.jp/spa/)


그러다가 발견한 시로야마 호텔 가고시마라는 호텔. 4성급 호텔인데 가고시마 시내가 쭉~ 내려다 보이는 시로야마(城山) 등성이에 위치한, 가고시마에서 가장 좋은 호텔 중의 하나인 것 같았습니다. 5성급 호텔로 쉐라톤 가고시마가 있긴 하지만 전망이라던가 온천을 생각한다면 가고시마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은 호텔이더군요. (4성급의 다른 호텔에 묵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곳보다 이곳이 100배 넘게 좋았습니다. 미리 얘기하자면 왜 5성이 아닌지 모르겠는 호텔)


특히 위의 저 사진! 저걸 보는 순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목금토 3박 4일의 일정으로 비용을 찾아보니, 무료 온천을 포함한 3박에 45만원 정도의 가격! 금요일 1박이 30만원 정도로 비쌌고 나머지 2박은 엄청나게 할인이 된 가격이더군요. 이렇게 좋은 호텔 3박 가격이 교토에서는 뻔한 호텔 1박의 가격이더란 말이죠.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가고시마 3박 4일 쇼츄 여행으로!


아, 시로야마 호텔 가고시마는 조식이 맛있다고 유명한 호텔이라고 하길래 조식도 모두 포함했죠. 무슨 큐슈 전체 1등을 했다던가, 여튼 뭐 유명하다고 하더라고요.




:: 드디어 출발! 그런데... ㅠㅜ


슬슬 차가 막히려 하는 올림픽 대로 위의 심정... ㅠㅜ


가고시마로 가기 위해선 인천 공항에서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아, 물론 가고시마 공항도 있긴 하지만 매일 비행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후쿠오카 공항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다만, 하카타 역(博多駅)에서 가고시마 츄오 역(鹿児島中央駅)까지 신칸센을 타야하기 때문에 비용은 좀 증가하네요. 그래도 하카타에서 돈코츠 라멘을 한 그릇 먹을 시간만 만들 수 있다면, 그 정도의 비용은 신경쓰지 않게 되죠.


어쨌든 비행기를 예매하면서 '젊은 시절'의 제 여행 스타일대로 비행 시간을 잡아두었더랬습니다. 꼭두 새벽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약한 거죠. 하지만 그것은 대실수였습니다. 이런저런 이유야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늦잠을 잤고, 급하게 택시를 탔고, 마음 졸이며 올림픽대로를 달리다가 출근시간 정체가 슬슬 시작될 것 같은 느낌에 불안해져서 비행 시간을 변경했습니다. 물론 돌아오는 비행기도 엄청 이른 시간으로 예약했기 때문에 여행 중간에 돌아오는 비행 시간도 변경해야 했지요.


(좌) 오랜만의 기내식 (우) 이동진 평론가가 추천했다는 책을 읽으려 했으나...


그렇게 8시 비행기를 11시 비행기로 시간을 바꿨고, 무사히 비행기를 탔습니다. 오랜만의 비행기. 뭔가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느낌. 가벼운 기내식으로 요기를 하고 책을 좀 읽으면서 후쿠오카에 도착... 하고 싶었지만, 책을 펼치자마자 스르르 잠이 들어서 그냥 푹 자다가 후쿠오카에 도착했습니다.




:: 후쿠오카 도착. 이제 가고시마로~


(좌) 수하물 찾을 때 눈에 잘 띄는 빨강    (중) ATM 점검중    (우) 일본 택시의 최신식 카드 결제기


이번 여행에서 처음 해보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해외 체크카드의 사용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상품들이 있는 걸로 알고있지만 저는 토스 뱅크를 썼는데요(광고 아님). 평소에 토스 뱅크에 저축을 하고 있던 터라 이래저래 편하게 신청할 수 있더라고요.


일단 토스 뱅크에 외환 계좌를 개설하고, 해당 계좌에 엔화를 환전/입금하면 토스 뱅크 카드로 해외의 ATM에서 현금을 출금할 수 있더군요. 게다가 해당 카드는 현지에서 체크카드처럼 계좌에 들어있는 금액만큼 사용할 수도 있고요. 잔액이 부족해지면 바로 외환 계좌에 다시 입금하면 충전(?) 되기 때문에 환율을 지켜보다가 유리할 때 입금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 어쨌든 이게 좋은 점은 편하기도 하지만 환전 수수료가 전혀 들지 않는 다는 점이었습니다. 공항에서 환전하는 거랑 비교하면 대략 100원 정도의, 엄청난 차이가 -0-


요즘엔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다 그런 식으로 현지 ATM을 이용하나 봐요. 후쿠오카 공항에서 엔화를 찾으려고 ATM기 앞에 가니까 마침 점검중이더라고요. 그랬더니 거기서 돈 찾으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엔화를 찾을 수 있었다는 사실.


후쿠오카 공항에서 하카타 역까지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만, 공항 밖으로 나가니 온통 공사중이라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더라고요. 처음 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그냥 사람들 따라서 한참을 걷다가 '이 길이 맞는 거야?'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서 결국 그냥 택시를 잡아 탔습니다. 어차피 후쿠오카 공항에서 20분 정도면 하카타 역에 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서울에서 가고시마까지. 택시 → 비행기 → 택시 → 신칸센 → 셔틀버스.


하카타 역에서 가고시마로 가는 신칸센 티켓을 구매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뭐 한두 시간씩이나 걸린 건 아니고, 줄을 좀 서서 기다려야 하는 정도이긴 했는데 인터넷으로 예매해서 표를 바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게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마 앞으로도 귀찮아서 그런 짓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신칸센은 왕복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가고시마에서 다시 표를 예매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아, 그리고 일본의 기차는 '자유석'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의 열차 시스템에는 없는 방식입니다. 빈자리 아무데나 앉아도 되는 표인데 이 표가 좋은 이유는 '시간'도 마음대로라는 점입니다. '지정석'은 열차의 시간과 좌석을 모두 지정하기 때문에 반드시 해당 열차를 타야만하지만 '자유석'은 등급에 맞는 열차이기만 하다면 시간에 상관없이 같은 날짜의 어떤 열차를 타도 됩니다. 좌석도 비어 있는 곳에 앉으면 되죠. 물론 자유석 티켓으로 탈 수 있는 '칸'이 정해져 있긴 합니다. 1호차~3호차는 자유석. 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러니까 신칸센을 자유석으로 사두면, 같은 날짜 안에서 어떤 열차를 타도 되기 때문에 시간까지 미리 생각해두지 않아도 됩니다. 게다가 자유석이 더 싸다는 사실.


하카타에서 가고시마 츄오까지 신칸센. 티켓이 두 장인 이유는 기본표 + 자유석표. 개찰구에는 겹쳐서 넣으면 된다.
하카타역에서 산 에키벤. 입맛이 별로 없어서 가볍게 슈마이를 샀는데, 다 먹기 힘들었다. -0-


표를 예매하고서 신칸센 시간표를 보니 여유가 좀 있길래 번잡하고 사람많은 하카타 역을 뒤져서 에키벤을 하나 샀습니다. 점심 때가 지나긴 했는데 입맛이 별로 없어서 가볍게 먹고 싶은 마음에 슈마이 도시락을 샀는데, 의외로 퍽퍽해서 다 먹기가 좀 힘들더군요.


하카타에서 가고시마 츄오까지는 신칸센으로 약 1시간 20분 정도. 지도에서 눈대중으로 보면 서울에서 대전보다는 좀더 먼 거리. 서울에서 전주 정도 거리랄까?




:: 가고시마의 인상, 역시 정감가는 소도시


가고시마 츄오역 니시구치 코엔(가고시마 중앙역 서쪽 출구앞 공원)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드디어 가고시마 츄오역에 도착. 일단 호텔로 가기 위해 호텔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서쪽 출구로 나갔습니다. 그러고보니 아이폰 15 MAX를 산 다음 첫 번째 본격적인 여행이네요. 광곽 렌즈도 한 번 써봐야죠. ㅎㅎ


나에게 가고시마의 인상은 이런 것


셔틀버스를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 봅니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집 근처가 아닌 곳의 공기. 여행의 설렘. 낯선 곳의 느낌. 오늘 밤에 먹을 흑돼지.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기대. 오늘 밤에 마실 쇼츄들. 많은 생각이 지나갑니다.


가고시마는 확실히 지방의 작은 도시입니다. 어딜 보아도 번화하다는 느낌은 없어요. 정감 가는 남쪽 지방의 소도시입니다. 푸르르고 커다란 저 가로수들이 그걸 느끼게 해줘요. 가고시마라는 도시의 느낌.




:: 우와, 역시 호텔 예약 잘 했다!


시로야마에서 내려본 사쿠라지마


셔틀 버스를 타고 도착한 호텔. 체크인하기 전에 먼저 주위를 둘러보는데, 우와 진짜 예약 잘 했다. 경치가 너무 좋다. 라고 스스로를 자꾸 칭찬하고 싶어집니다. 가고시마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위치. 그리고 멀리 보이는 가고시마의 상징 사쿠라지마(桜島).


나만 이 경치에 반했던 것이 아니었나보다. 같이 버스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도 감탄하며 사진을 ㅋㅋ


자, 그럼 본격적인 가고시마의 첫 번째 날 저녁은 다음 포스팅에서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ㅎ


시로야마 호텔 가고시마의 외관. 작은 규모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데, 내부는 훨씬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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