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가고시마 - 셋째 날 / 조식 / 사쿠라지마 아일랜드뷰
이틀간 무리한 걸까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8시 즈음에 눈이 떠졌고, 씻지도 않은 채 부랴부랴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어제, 그저께에 비교하면 사람이 좀 많더라고요. 레스토랑 앞에 꽤 긴 줄이 서 있습니다.
기다리면서 오늘의 특별 메뉴에 대한 설명을 좀 찍어봤습니다. 봄 특선 덮밥이라고 제멋대로 해석한 春ちらし. 양념된 밥 위에 봄 느낌 물씬 나는 유채꽃과 장어, 연어알 그리고 오이, 연근, 계란 지단 같은 것들을 올린 덮밥이라네요. 그리고 도미 오차즈케(真鯛潮茶漬)는 말 그대로 밥 위에 도미회를 올리고 뜨거운 육수를 부어 먹는 밥이라고 합니다.
위의 사진에서 왼쪽에 작게 있는 것이 봄 특선 덮밥이고, 오른쪽에 있는 것이 도미 오차즈케입니다. 두 종류 모두 '밥'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 정도 먹고도 배가 좀 부르긴 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빵이 좀 먹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빵이 있는 코너에 갔더니 말차잼과 홍차잼이 있어서 듬뿍~ 퍼오고 싶었지만, 꽤 인기가 있는 잼인지 남아 있는 양이 얼마 안 돼서 조금만 퍼 왔습니다. 펜케이크는 바로바로 직접 구워주시는 거 한 장만 받아왔고요.
마지막으로는 직접 뽑아 먹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랑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
조식을 먹은 다음 여전히 피곤하길래 방으로 올라가서 눈을 붙였습니다. 그러다가 11시 좀 넘어서 눈을 떴는데, 아뿔싸. 11:00 ~ 13:00 까지는 온천의 청소 시간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온천을 하려면 한 시까지 뒹굴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아... 그건 하루의 시작이 너무 늦어지는 것 같아서(사실 뭐 그래도 큰 상관은 없었지만) 간단하게 욕실에서 샤워만 하고 오늘의 계획, 사쿠라지마를 보러 가기 위해 내려갑니다.
너무 부지런을 떨었나? 셔틀버스 시간이 좀 남아 있길래 경치를 좀 보려고 호텔 앞에서 사진 조금. 새로 산 아이폰, 처음으로 광각 렌즈가 달린 모델이고 광학 5배 줌이 되는 모델입니다. 그래서 광각 사진도 찍어보고 5배 줌 사진도 찍어봅니다. 사실 매일매일 보고 있었던, 시로야마에서 내려다보는 가고시마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사쿠라지마.
셔틀버스를 타고 텐몬칸 근처에서 내린 다음 가고시마 인포메이션 센터까지 걸어갑니다. CUTE 패스를 사기 위한 건데요. 사쿠라지마 페리를 비롯해서 가고시마 시내의 여러 가지 교통편을 하루 동안 탈 수 있는 패스입니다. 사쿠라지마를 한 바퀴 구경하고 나오는 비용을 대충 따져봤을 때 CUTE 패스가 엄청나게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전차/페리/버스 모두 티켓 한 장만 보여주면서 돌아다닐 수 있으니 편하긴 합니다.
텐몬칸도리역(天文館通駅)에서 스이조쿠칸구치역(水族館口駅)까지 전차를 타고 이동한 다음, 조금만 걸어가면 가고시마항이 나옵니다. '가고시마항'은 굉장히 넓은 구역이에요. 야쿠시마(屋久島)에 갈 때는 이쪽으로 오지 않거든요. 정확하게 지금 가는 곳은 가고시마항 중에서도 사쿠라지마 페리를 탈 수 있는 터미널로 가는 거죠.
이미 CUTE 패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표를 살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에 맞춰서 배에 탑승하면 됩니다. 사쿠라지마 페리 터미널은 좀 낡은 터미널이더군요. 대략 15~20분마다 배가 출발하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습니다.
페리에 탈 때 오른쪽으로 얼핏 보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같은 가고시마 수족관 건물이 보입니다. 오늘 내린 전차역 이름이 스이조쿠칸구치역(水族館口駅) 그러니까 수족관 입구 역이었잖아요. ㅎㅎ 인터넷을 찾아보니 수족관도 볼만하다는 얘기가 있던데, 제 취향이랑은 거리가 좀 멀어서 패스~
연속된 음주로 인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녹차를 하나 사서 탑승했습니다. 앉아서 물을 마시고 있자니, 어느새 배가 출발을 합니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많은 사람들이 배의 뒤쪽에 서서 사쿠라지마(桜島)를 바라보고 있네요. 특히 데이트하는 커플들이 많더라는...
가고시마항에서 사쿠라지마항까지는 약 15분 정도가 걸립니다. 그리고 사쿠라지마는 가고시마항의 반대편 그러니까 다루미즈시(垂水市) 방면으로는 땅과 맞닿아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정확하게는 1914년의 분화(세계 화산사에 남을 정도의 대규모 분화)로 인해 흘러내린 용암이 섬과 땅을 연결했다고 합니다.
사쿠라지마항에 도착하면 비로소 검표가 이뤄집니다. 그리고 나중에 가고시마항으로 돌아갈 때에도 이쪽에서 검표를 합니다. CUTE 패스는 검표원에게 그냥 보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항구 1층으로 내려가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면 사쿠라지마를 돌아볼 수 있는 관광버스(?), 사쿠라지마 아일랜드 뷰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나옵니다. CUTE 패스가 없다면 별도로 탑승권을 구매해야 합니다만, 대부분 CUTE 패스를 보여주면서 타더군요. 30분마다 한 대씩 출발하는데, 살짝 다른 두 개의 코스를 번갈아가면서 한 바퀴 도는 식입니다.
사실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미리 짜둔 오늘의 계획은 렌터카를 빌리는 것이었습니다. 가고시마 지역의 일기예보를 보니 다른 날은 비가 오거나 흐리고 딱 오늘이 날씨가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렌터카를 빌려서 가고시마 북쪽으로 나와 가고시마만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빙 돌아 다루미즈 쪽에서 사쿠라지마로 들어갈 계획이었습니다. 나올 때는 사쿠라지마 페리에 차를 싣고 나올 계획이었죠. 그래서 국제운전면허증도 미리미리 준비해뒀었는데...
여행 시작 전부터 여러 가지가 삐걱거렸어요. 일단 몸살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별로였죠. 거기에 출발할 때 늦잠 자서 비행기 시간을 급하게 변경했잖아요. 이런 식으로 뭔가 삐걱거리는 몸과 정신 상태로 익숙하지 않은 운전을 하면(저는 아직 초보운전이고 일본은 핸들이 반대...) 뭔가 큰 사고가 날 것 같아서 렌터카로 가고시마만을 빙 둘러보는 계획은 취소해 버렸습니다.
아, 렌터카는 미리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약을 취소하거나 하는 귀찮은 일은 없었습니다. 전날 바로 예약하더라도 차가 여유로울 것 같다고 예상했어요. 별로 성수기도 아니고 가고시마가 인기 여행지도 아니니까요.
어쨌든 렌터카 없이 사쿠라지마를 구경하는 방법은 결국 사쿠라지마 아일랜드 뷰를 이용하는 것이었죠. CUTE 패스로 계속 탈 수 있는 거라서 중간에 내려서 구경하고 다음 버스 타고 하는 식으로 구석구석 구경할 수도 있긴 한데요. 솔직히 저는 사쿠라지마에 그만큼의 관심이 있진 않았습니다.
약 30분 정도 걸려서 유노히라 전망대(湯之平展望所)에 도착했습니다. 사쿠라지마에서 일반 관광객이 분화구 가장 가까이에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딱 이곳만 찍고 가려고 마음을 먹고 들어왔습니다. '가장 가까운' 전망대라고 하길래 분화구를 직접 볼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헌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가깝다고는 해도 아주 멀리서 볼 수밖에 없는, 뭐 그런 곳이었습니다.
일본에서 화산에 가본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자욱한 유황 연기가 코를 찌르는 운젠지옥(雲仙地獄)이 있는 운젠산도 활화산이었고, 도야호(洞爺湖) 옆의 활화산인 우스산(有珠山)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분화구를 구경한 적도 있었어요. 비록 활화산은 아니지만 아소산(阿蘇山) 주변을 드라이브한 적도 있고요.
그래서 분화구를 근처에서 본 적도 있었는데... 여긴 그저 멀리서 봐야만 하는 곳이더라고요. 쳇. 시시해...
뭔가 시시한 전망대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사쿠라지마가 분화했던 시기 같은 걸 정리해 두고 각각의 화산 분출로 인해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정리해서 보여주는 건 재밌었어요. 물론 인터넷을 찾아보면 더 쉽게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런 거, 잘 찾아보지 않잖아요...
지금까지 총 네 번 화산 분출이 있었나 봅니다. 그중에서 1914년은 좀 큰 규모였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섬이었던 사쿠라지마가 용암이 흘러내려서 육지랑 연결됐나 보더라고요. 그리고 가장 최근의 분출은 1946년이라고 하니까 대략 80년 전쯤이네요.
분화구를 가까이에서 볼 수가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사쿠라지마에서 가고시마를 바라보는 건 좀 괜찮았습니다. '전망대'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랄까요. 어쨌든 커다란 산이니까, 자그마치 가고시마를 상징하는 산이니까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경치는 뭐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사쿠라지마 아일랜드 뷰 버스가 다른 정류장은 일반 버스처럼 지나가는데 유노히라 전망대에서는 약 10-20분 정도 정차를 해줍니다. 모두 여기서 내렸다가 타야 해요. 전망대가 그리 크지 않고, 볼 것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사진만 찍는 정도라면 이 정도의 정차 시간으로 충분합니다.
유노히라 전망대의 정차시간을 포함해서 약 한 시간 정도면 다시 사쿠라지마항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저도 딱 이 코스로 움직였어요. 오후 2시 버스를 타고 2:30 정도 전망대 도착, 10분 정도 구경하고 3시 즈금에 다시 사쿠라지마항에 도착. 뭐 그런 코스요.
아까 버스를 탔던 바로 그 정류장에 다시 도착했습니다. 항구에는 아마도 제가 타고 나갈 것 같은 배가 이미 정박해 있더군요. 애초의 계획 그러니까 렌터카를 빌려서 사쿠라지마를 둘러보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짧은 사쿠라지마 관광이 끝났습니다. 배 타고 왕복하는 시간까지 합쳐봐야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의 짧은 관광이네요.
그러고 보니 조식을 먹고 나서 아직까지 점심을 먹지 않았습니다. 한숨 자다가 너무 늦게 일어나서 급하게 움직이기도 했고, 별로 식욕이 없기도 했어요. 하지만 오후 3시가 다 되니 좀 출출하더라고요. 그때 눈에 보인 것! 페리 안에 우동 가게가 있어요. ㅎㅎ
가장 기본 우동을 주문해서 먹었는데요. 솔직히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배 안에서 후루룩~ 먹는 특별한 재미랄까 경험이랄까? 그런 느낌이 드는 우동이었습니다. 사츠마아게가 하나 들어 있고, 대파랑 텐카스가 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짧고 간단한 사쿠라지마 구경을 마치고 다시 가고시마에 내렸습니다. 늦은 점심을 너무 가볍게 먹어서 그런지, 몸이 안 좋아서 그런지 온 몸이 당을 원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뭔가 달달한 것을 먹기 위해 카페를 검색했는데... 아, 그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할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