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가고시마 - 둘째 날. 흑돼지 샤브. 쇼츄바. 라멘. 와인바.
카히칸(可否館)에서 와이파이도 없이, 전화도 터지지 않는 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 드디어!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일부러 저녁 먹을 가게 근처에서 쉬고 있었던 것이라 우산을 쓰고 바로 찾아둔 가게로 향했습니다.
어라? 가다보니 지난 번에 가고시마에 왔을 때 저녁을 맛있게 먹었던 이자카야가 보입니다. 특히 흑돼지 오뎅이 맛있었고 가격이 저렴해서 좋았던 곳입니다. 이름은 분케무자키(分家無邪気). 구글맵 평점도 좋은 집입니다. 쿠로미소(검은 된장)을 이용한 오뎅이 시그니쳐인 이자카야인데, 흑돼지 로스 오뎅이 진짜 맛있습니다.
아,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간판 사진을 찍고 보니, 오늘 가려는 집이 바로 그 옆의 화려한 가게입니다. 텐몬칸 와카나 본점(天文館吾愛人本店). 가고시마 내에 3-4개의 분점이 더 있는 것 같더라고요. 메뉴를 미리 살펴봤는데 가고시마의 유명 요리들은 거의 모두 취급합니다. 어제의 실패를 거울삼아 오늘은 실패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이런 대형 체인점을 골랐죠.
가게에 들어가니 만석인지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앉아서 메뉴를 살펴보면서 미리 주문할 것들을 골라두었습니다. 10-20분 기다렸더니 주방이 보이는 다찌 쪽으로 안내를 해줍니다.
기다리면서 골라둔 메뉴로 주문을 하고서 가게를 둘러보니 규모가 아주 거대한 매장입니다. 1-2인 손님은 가운데 주방을 빙 둘러싼 다찌에 앉아 있고, 안쪽으로는 꽤 많은 수의 룸이 있습니다. 그리고 1층이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이렇게 큰 매장이 거의 만석이라니 대단한 가게네요. 인기가 많은 곳인가 봅니다.
일단 가고시마 흑돼지 샤브샤브를 주문했습니다. 2인 이상이면 코스 같은 것을 주문할 수 있었는데, 다양한 부위의 고기가 나오더라고요. 혼자라서 시킬 수 없기도 했지만 너무 거한 느낌이었는데, 1인용 메뉴가 있었습니다. 구성이 좀 다르지만 샤브샤브는 맛만 보고 다른 메뉴도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회도 한 점 먹고 싶어서 목 꺾은 고등어회(쿠비오레 사바, 首折れサバ)도 한 접시 주문했습니다. 가고시마쪽의 특산물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미스터 초밥왕에서 알게된 것입니다. 특이하게 고등어를 잡자마자 목을 꺾어 배에 매달고 다니면서 피를 빼는 방식을 쓰기 때문에 비린내가 없고 육질이 탄탄하다고 하던데요, 일단 고등어회를 저렇게 두텁게 썰었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한 점 먹어보니, 우와 흰살 생선이라고 착각할만큼 깔끔한 맛. 참 맛있더군요.
야쿠시마(屋久島)에 갔을 때 재료가 다 떨어져서 못 먹었던 것이 이제와서 다시 아쉬워지는 맛이었습니다.
회를 한두 점 먹고 있자니 드디어 육수가 끓기 시작합니다. 자, 그럼 드디어 샤브샤브를 먹을 차례입니다. 야채들을 먼저 넣어서 단맛을 우려내면서 익히고, 때깔 좋은 가고시마 흑돼지를 한 점 넣습니다. 얇게 썰린 샤브샤브용 고기는 익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살짝 익혀서 한 점 먹어보니, 아! 고소하면서 깔끔한 이맛. 역시 가고시마는 흑돼지의 고장입니다. 이것을 먹기 위해 이번 여행을 계획한 것이죠. 아~ 좋구나!
고등어회를 금방 다 먹어 치우고, 샤브샤브를 아끼면서 먹고 있자니 다른 메뉴들도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해물 모듬을 하나 주문했습니다. 사진에 특이한 무늬의 골뱅이가 보이더라고요. 왠지 먹지 말아야할 것 같은 느낌의 무늬였지만 메뉴에 있다는 건 먹어도 된다는 거겠죠? 야들야들한 문어는 평범하지만 괜찮았고, 갑오징어(였다고 생각합니다)도 쫄깃 탱글했습니다. 골뱅이는 특별한 맛은 아니었는데요. 무엇보다 해물 모듬의 좋은 점은 그 '소스'가 너무 맛있었다는 겁니다. 강추할 정도로 맛있었어요.
거기에 지난 번에 맛있게 먹었던 흑돼지 오뎅의 기억을 되살려 볼까? 싶어 흑돼지 꼬치 오뎅을 2개 주문했습니다. 아, 일본의 '오뎅'은 우리처럼 어묵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오뎅 육수에 넣어 익혀 먹는 거 전부 다 '오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무나 달걀이 어묵이 아니지만 오뎅 메뉴에 있는 거죠. 흑돼지 고기를 꼬치에 꽂아서 오뎅 육수에 넣고 익히면 바로 흑돼지 오뎅입니다.
아, 하지만 이건 대실패였습니다. 심지어 2개나 주문했는데... 고기가 너무 퍽퍽했어요. 지난 번에 먹었던 건 '로스' 오뎅이었기 때문일까요? 이렇게 퍽퍽한 식감이 아니었는데... 비계 부위가 꽤 많았는데도 살의 퍽퍽함을 커버해주진 못하더군요. 게다가 2개나 주문해버려서 이걸 먹다가 배가 점차 불러왔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주문하지 못했어요.
배를 채웠으니 이제 음주를 할 차례입니다. 물론 저녁을 먹으면서도 쇼츄를 몇 잔 마셨어요. 역시 가고시마의 가게 답게 적지 않은 종류의 쇼츄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마셔보지 않은 것들로 골라서 마시긴 했는데, 레이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뭘 마셨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ㅎㅎ
어쨌든 가고시마에 온 이유 중 하나는 '쇼츄'!! 니까 2차는 쇼츄바로 가봅니다. 어제는 깔끔하고 포멀한, 클래식 바 같은 쇼츄바였다면 오늘은 좀더 캐쥬얼한 분위기의 쇼츄바입니다.
사실 구글맵에서 검색하고, 이곳을 방문하려고 마음을 먹을 때까지 이곳이 캐쥬얼한 분위기인지는 몰랐습니다. 첫 날 갔던 이시즈에(礎)가 너무 마음에 들긴 했지만 매일 그곳만 가는 것은 좀 아쉬웠으니까,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찾아낸 곳이 바로 이곳 사사쿠라(酒々蔵).
자리에 앉았더니 옆 자리의 여성분에게 야스다(安田)를 추천하고 계시더군요. 그래서 저도 소다와리로 한 잔 달라고 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일본에서는 첫 번째 잔을 빨리 주문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생긴단 말이죠. 그리고 야스다는 원래 좋아하던 술이기도 합니다. 쇼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죠. 본고장인 가고시마에서 야스다를 한 잔 마시는 것도 뭔가 의미가 있...
다음 잔은 로꾸로 추천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새빨간 레이블의 쇼츄를 한 병 들고 오시더군요. 사진에 찍히지 않은 뒷면에 작은 고양이가 그려져 있습니다. 레이블 뒤퉁이에 고양이 발자국 보이시죠?
사실 이 쇼츄의 맛이나 향이 기억나지 않아서 구글링을 좀 해봤는데, 주조회사의 홈페이지에 가도 이 쇼츄에 대한 정보가 없네요. 아마 기억나지 않는 이유는 개성보다는 깔끔한 스타일의 쇼츄이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때 즈음, 오토시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안주로 주문한 에이히레(エイヒレ)도 나왔구요. 오토시로 나온것은 가고시마의 특산물 중 하나인 샛줄멸입니다. 멸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종이 다르다고 해요.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생선이죠. 가고시마에서는 야키토리 집에 가도 볼 수 있고, 이렇게 오토시로 나오기도 하는 정도로 흔한 생선인가 보더라고요.
에이히레는 가오리 지느러미를 말린 것입니다. 일본의 술집에서 가장 저렴하고 흔하게 주문할 수 있는 마른 안주입니다. 우리나라의 쥐포랑 비슷한 위치라고 하면 될까요? 저녁을 배부르게 먹었으니, 가볍게 씹을 것을 주문하는 느낌으로 시켰어요.
다음으로 추천 받은 텐구사쿠라(天狗櫻). 오, 이 술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역시나 깔끔한 스타일의 쇼츄이긴 했는데 이 녀석은 훨씬 품질이 좋은 느낌이었어요. 사진이 흔들린 것은 아니고 레이블이 원래 뿌연 스타일입니다. 레이블의 뒷면을 보면 2023년 봄의 텐구사쿠라가 어떤 재료와 누룩으로 만들었는지 도표를 이용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먹고 마시다보니 메뉴판 중에 특이한 것이 있어서 한 장. 왼쪽에 써 있는 것은 칵테일 베이스(기주)들. 보드카, 진, 카시스, 캄파리, ... 뭐 이런 것들이 적혀 있고요. 위쪽에 써 있는 것은 도수를 낮추기 위해 섞는 재료들입니다. 우롱차, 오렌지, 진저에일, ... 뭐 이런 것들입니다.
왼족에서 기주를 고르고, 위쪽에서 섞는 재료를 고른 다음 만나는 곳을 보면 그 두 개를 섞은 칵테일의 이름이 있는 식이죠. 예를 들어 맨 윗줄이 보드카(ウォッカ)를 기주로 쓰는 것들이고, 왼쪽에서 두 번째가 오렌지 쥬스(オレンジ)를 섞은 것이라서 해당 칸에는 스크류 드라이버(スクリュードライバ)가 적혀 있네요.
칵테일을 이런 식으로 소개하는 것이 재밌어서 사진으로 기록해서 어딘가에 소개하고 싶었어요.
같이 얘기하면서 마시고 있자니, 알바생으로 보이는 젊은 아가씨가 재밌는 쇼츄가 있다면서 한 모금 마셔보라고 서비스를 줍니다. 쿠라노시콘(蔵の師魂) The Pink 라는 쇼츄인데, 재밌게도 와인의 향이 난다고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진짜 와인 같은 향이 나는 것은 아니고 잔향으로 살짝 포도의 뉘앙스가 느껴지기는 합니다. 아마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 같은 미세한 향.
소츄를 좋아하느냐, 많이 마셔봤냐, 한국에도 소츄가 많이 있냐 등등 다양한 얘기를 하다가 사츠마 이모(사츠마 고구마)를 직접 본 적이 있냐고 물어봐서, 없다고 했더니 핸드폰으로 고구마 사진을 찾아서 보여줍니다. 어려 보여서 단순한 알바생인줄 알았더니 쇼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더군요.
마지막으로 추천 받은 쇼츄. 歩く一日 a day to walk. 거북이 그림이 귀여운 쇼츄였는데, 맛이 좀 특이했습니다. 위스키 같은 느낌이 나는 쇼츄라고 하면서 추천해줬어요. 일품진로처럼 오크 향이 지배적일 거라고 상상했지만, 막상 마셔보니 그런 느낌은 아니더군요. 오크향은 아주 약하고 오히려 독특한 질감이 이 쇼츄의 특이한 점이었습니다.
정보를 좀 찾아보니 오크통 숙성한 고구마 쇼츄와 쉐리통 숙성한 보리 쇼츄를 블렌딩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귀여운 거북이 그림의 레이블(걷는 하루) 외에도 웃는 하루, 춤추는 하루, 뛰는 하루, 뭐 이런 식으로 시리즈가 있더군요. 재밌는 쇼츄였어요.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 오길래 쇼츄바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해장 겸 야식을 먹어야죠. 이건 저의 음주 버릇이기도 합니다. 어제 갔던 라멘집이 100% 마음에 들지는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다른 가게를 가 봅니다. 바로 근처에 있는 단보(暖暮). 후쿠오카에 본점이 있는 하카타식 라멘입니다. 전국적인 규모의 체인점이고 해외에도 분점이 있을 정도로 큰 규모의 라멘 체인점.
당연히 기본 돈코츠 라멘을 시켰습니다. 면의 익힘 정도는 카타(カタ)로 해달라고 했죠. 파스타 먹을 때의 알단테 처럼 심이 살아 있는 정도로 약간 덜 익히는 것을 말합니다. 더 기름지게 해달라고도 요청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속이 부대낄까봐 국물은 기본으로.
아, 역시 저의 스타일은 하카타식의 얇은 면을 카타로 익힌 진한 돈코츠입니다. 어제 먹었던 라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만족감이 밀려옵니다. 아, 잘 먹었다. 큰 규모의 체인점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이치란 같은 라멘은 완전히 맛이 엉망이잖아요 ㅠㅜ) 의외로 입맛에 잘 맞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라멘으로 해장 겸 야식까지 했으니 이제 호텔로 올라가 자야 하는 시간입니다. 한 11시 쯤 됐으니까요. 하지만 뭔가 아쉽습니다. 와인을 한 잔 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요. 하아, 어쩌면 이건 라멘으로 해장을 해버린 후유증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결국 멀지 않은 곳에서 와인바를 한 군데 찾았습니다. 비에유 비뉴 72(Vieille Vignes 72). 오래된 포도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old vine)라는 뜻인데요. 그냥 구글맵에서 뒤져보니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 막무가내로 찾아가봤습니다.
좀 늦은 시간이었고, 혼자인데 괜찮냐고 했더니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글라스 와인으로 마실 수 있냐고 여쭤보고 화이트로 한 잔 부탁드렸습니다. 특이하게도 일본의 화이트 와인을 가져오시더라고요. 그래서 얘기를 좀더 해보니, 보틀로 판매하는 것은 프랑스, 이태리 등 일반적인 와인들이지만 글라스로 판매하는 것들은 모두 일본의 와인만 사용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글라스 와인은 저렴하고 품질이 좋아야 하는데, 외국의 보틀로는 쉽지 않다고 하시면서 오히려 일본의 와인으로 글라스 와인을 구성하는 것이 더 저렴한 것으로 품질을 맞출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오, 재밌는 발상. 재밌는 가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마시게 된 첫 번째 와인은 싱하 바쿠스 2021(森臥 Bacchus 2021). 싱하는 홋카이도의 와이너리이고 바쿠스라는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대단한 와인은 아니었고, 좀 심심하고 밍밍한 느낌의 와인이었습니다만, 바쿠스라는 품종을 처음 마셔보는 것이기도 했고, 일본의 와인을 마시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와인을 한 잔 마시고 나서야 가게를 제대로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 큰 공간이 아닌 가게는 길쭉한 구조인데 테이블 쪽의 분위기보다는 널찍한 바쪽의 공간에 더 신경을 많이 쓴 느낌입니다. 직접 앉아 본 바 중에서는 가장 폭이 넓은 바 테이블이 아니었나 싶네요.
가벼운 안주를 하나 주문하고 와인도 한 잔 더 주문했는데, 와인을 따를 때 사용하는 도구가 특이합니다. 마스터한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코르크 마개를 열지 않고 주사기 바늘 같은 것을 찔러 넣어서 안에 있는 와인을 뽑아낼 수 있는 도구더군요. 바늘을 꺼내면 코르크는 다시 원상 복구되어 막힐테니 와인을 조금씩 따라서 마시면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하나 살까? 하고 생각을 했지만, 뭐 얼마나 와인을 자주 마신다고... 한 병 열면 마실 수 있는 만큼 마시고 버려야지... 라는 생각이...
피노누아 한 잔, 까쇼 한 잔을 부탁 드렸더니 히로시마의 피노누아 한 잔과 이와테(홋카이도 바로 아래)의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베르네 프랑 블렌딩을 한 잔 주셨습니다. Vinoble Vineyard Pinot Noir 2022와 시와(紫波) Cabernet Sauvignon & Cabernet Franc 2018.
이것도 솔직히 말해야죠. 피노누아는 피노누아 답지 않게 좀 거칠었고 까쇼+까프 블렌딩은 반대로 너무 부드럽고 가볍더라고요. 일본의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는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재미난 경험.
마스터한테 이런 얘기를 좀 했습니다. 왜 굳이 외국의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려고 해서 이런 결과를 만드는 걸까? 분명 일본의 땅에 어울리는 품종이 있지 않을까? 뉴질랜드에서는 소비뇽 블랑이 좋고, 아르헨티나에서는 말벡이 잘 자라는 것처럼 일본에서 잘 자라는 걸 찾아야 하는 거 아닐까? 뭐 그런 얘기였는데... 술김에 너무 주제 넘은 얘기를 해버렸습니다.
어쨌거나 마스터는 일본의 와인이 전부 이런 건 아니고 더 좋은 품질의 와인들도 많다고, 나중에 더 마셔보라고 하시더군요. 저렴한 글라스 와인을 마시면서 저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원했던 걸까요 ㅎㅎㅎ
이제 모든 술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스파클링으로 입가심을 해야겠어요. 그래서 글라스 와인으로 스파클링을 부탁 드렸더니 샴페인이 하나 있다고 하시더군요. 어쩔 수 없이 '샴페인'은 상빠뉴 지역의 것이어야 하니까 이건 프랑스의 와인이었습니다.
역시는 역시랄까? 마지막으로 좋은 와인을 한 잔 했더니 모든 기억이 아름답게 저장되었습니다. 그리고 편의점에 들러서 술 깨는 약인지 간장약인지 모를 약을 하나 사서 먹고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 뻗었습니다.
이렇게 3박 4일 중 두 번째의 밤이 지나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