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zoos Jun 20. 2024

돌아오는 길 + 에필로그

2024 가고시마 - 조식 / 신칸센 / 후쿠오카 라멘 + 에필로그



:: 마지막 조식은 야외에서



드디어 마지막 날이네요. 뭔가 아쉽고 짧은 느낌. 모든 여행이 그렇듯, 돌아오고 싶지 않은 기분이 가장 강하게 드는 날입니다. 후쿠오카 공항까지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너무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어요. 부지런히 일어나서 마지막 온천을 하고 옵니다. 역시! 이 온천 하나로도 이번 여행은 보람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은 게 없으니 다시 한번 호텔에서 가져온 이미지 투척.



시로야마 호텔의 온천에서는 사쿠라지마를 볼 수 있다. (출처 : 시로야마 호텔 가고시마 홈페이지)



마지막 조식은 야외 테이블에서




여하튼, 온천을 마치고 짐을 좀 정리한 다음 조식을 먹으러 내려왔습니다. 어? 근데 오늘 보니까 야외에도 테이블이 있네요? 이걸 왜 이제 알았을까.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원한다면 그냥 나가서 먹으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음식을 가지러 가는 동선이 좀 길어지니까 불편해지기는 하지만 이렇게 좋은 날 야외에서 식사할 수 있는 게 좋아요~




마지막 식사는 간단하게 (물론 이것만 먹지는 않았...)




오늘도 빵이 먹고 싶길래 가장 먼저 빵코너에 가서 말차잼과 홍차잼이 얼마나 남았는지 봤더니, 오늘은 꽉 차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듬뿍~ 잼을 떠 왔습니다. 그냥 빵에다가 잼만 발라 먹어도 맛있었어요.


그리고 오늘도 봄 특선 덮밥을 하나 먹고, 소시지랑 해시브라운 그리고 샐러드 정도로 충분했습니다. 아, 물론 사진은 찍지 않은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커피로 마무리.




가고시마츄오 역에서 하카타역으로 가는 신칸센 탑승



호텔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가고시마츄오 역으로 갑니다. 자유석 티켓이니까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여유롭게 공항에 도착하려고 좀 서둘렀어요. 신칸센을 타면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하카타 역에 도착합니다.



아쉬움이 묻어나는 창 밖 풍경




:: 떠나기 전, 먹어야 한다! 하카타 본고장의 라멘!



하카타 역에 도착한 것은 대략 11시 정도였습니다. 13:40 비행기라서 이대로 공항으로 가면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목표가 하나 있었습니다. 공항에 가기 전에 제대로 된 하카타 라멘을 한 그릇 먹는 것!


그래서 미리미리 구글 검색을 했고, 하카타역 주변에 있는 라멘집들을 하나하나 뜯어서 살펴봤죠. 그랬더니 하카타 데이토스에 라멘 우나리가 지점을 가지고 있더군요. 그래, 후다닥 여기에 들러서 라멘 한 그릇만 딱 먹고 공항으로 가도 시간은 괜찮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는 하카타 역에 내리자마자 데이토스 방향으로 빠르게 걸었습니다.


그렇게 데이토스 2층으로 올라갔더니, 아뿔싸. 사람이 미어터지게 많습니다. 그랬습니다. 토요일 점심시간이었던 것입니다. 현지인과 여행객으로 데이토스 2층의 라멘 가게들은 엄청나게 긴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긴 줄을 서서 라멘을 먹고 나면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일단 제가 가려고 했던 라멘 우나리(ラーメン海鳴)는 어떤 상황인지 봐야죠.




하카타 데이토스 2층의 라멘 우나리




어? 이상하리만치, 딱 이 가게만 줄이 아주 짧습니다. 완전 럭키! 진짜 초 럭키! 가게 안은 꽉 차 있어서 바로 입장할 수는 없었지만 가게 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잠깐 기다리고는 들어가서 앉을 수 있었어요. 하늘이 돕는구나~ ㅋㅋ


사실 라멘 우나리는 코로나 이전, 그러니까 2009년에 창업해서 2010년대 초반까지는 하카타의 라멘씬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가게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뭐 라멘에 대해서 조예가 깊지는 않고요, 그랬다고 하더라~ 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습니다. 실제로 후쿠오카 여행을 자주 다닐 때 나카스점에서 새벽에도 줄을 서서 먹고 그랬으니까요. 당시 유명했던 라멘은 '라멘 제노바(ラーメンジェノバ)'라는 것이었습니다. 진한 돈코츠 육수에 바질 소스를 넣어서 상큼함을 더한 특색 있는 라멘이었어요.




라멘 우나리의 돈코츠 라멘



하지만 이번엔 그냥 돈코츠 라멘을 주문했습니다. 사실 메뉴 자판기 앞에 서서 바질 소스가 들어간 라멘이 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제노바'라는 이름이 기억이 도무지 안 나는 겁니다. 뒤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마음이 급해져서 그냥 돈코츠 라멘을 누를 수밖에 없었어요. ㅠㅜ


그래도 너무 훌륭한 돈코츠 라멘입니다. 면도 제대로 카타 그러니까 심이 살아 있는 정도로 살짝 덜 익은 면이었고, 육수는 진하지만 깔끔했어요. 가고시마에서 먹었던 단보(暖暮) 라멘도 후쿠오카의 유명한 돈코츠 체인이라서 맛이 있었지만, 본고장 하카타에서 먹는 우나리 라멘은, 캬~ 찐이었습니다.


라멘을 먹고 나서 택시를 타고 후쿠오카 공항으로 갔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후쿠오카 공항의 출국 수속은 이상하리만치 빨라요. 라멘 먹느라 좀 급하게 도착한 건가? 싶었지만 현실은 한 시간 이상 게이트 앞에서 대기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일상으로, 귀국.







:: 에필로그 - 가고시마 여행의 장단점



이번이 가고시마에 처음 갔던 것은 아닙니다. 2017년에 야쿠시마를 가기 위해가고시마에 들렀었죠. 당시에 먹었던 흑돼지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평소 일본 쇼츄를 즐겨 마셨습니다. 야스다(安田) 같은 쇼츄가 최애예요. 그래서 쇼츄가 가장 유명한 도시 가고시마, 흑돼지가 맛있는 도시 가고시마. 그렇게 가고시마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습니다.


횟수로 두 번, 일수로 겨우 4박 정도가 전부지만 그래도 가고시마 여행에 대해서 장단점을 꼽아보자면,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깨끗한 도시의 이미지




일단 가고시마는 전반적으로 깔끔합니다. 지방 소도시라 그런지 교통량이 별로 많지도 않아서 잘 정비된 가로에 한적한 도시의 모습을 항상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미술관, 시청, 현청 등이 있는 구역은 분위기가 참 좋고 예쁜 카페들도 많습니다.


'땅만 파면 온천이 나온다'라고 할 만큼 온천수가 솟아나는 지역이라서 숙소에 온천이 딸려 있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묵었던 숙소 두 곳 모두 호텔에 무료 온천이 있었어요. 저렴한 3성급 호텔인 호텔 후리아게소(ホテル吹上荘)에는 대중 욕탕 같은 느낌의 작은 온천탕이 무료였고, 이번에 묵었던 4성급 호텔인 시로야마 호텔 가고시마(城山ホテル 鹿児島)에는 엄청난 뷰를 자랑하는 노천탕이 포함된 온천이 무료였습니다. 가고시마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숙소에 온천이 포함되는지 잘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가고시마는 '지방 소도시'라고 치부하기에는 경제 규모가 꽤 큰 도시입니다. 남큐슈 지역에서는 가장 큰 도시예요. 지방 도시의 한적함을 가지고 있지만 먹고 마시고 쇼핑하기에 모자라지 않은 도시라는 뜻입니다. 그런 점이 여행하기에 좋아요. 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나 있지만 불편하지는 않은 딱 그런 도시입니다.




흑돼지 돈까스와 샤브샤브는 꼭 먹어봐야할 음식




거기에 '먹고' '마시기'가 참 좋습니다. 일단 흑돼지가 유명해서 돈까스나 샤브샤브는 꼭 먹어봐야 하고 가다랑어(가츠오), 잿방어, 고등어 같은 것도 유명합니다. 제주에서 꽃멸치라고 부르는 (사실은 멸치가 아닌) 샛줄멸은 너무 흔해서 이자카야의 오토시로 나올 정도고요. 사츠마이모(薩摩芋) 그러니까 이 지역에서 나는 특별한 고구마는 가고시마 지역의 대표 특산물이죠. 그래서 고구마를 활용한 디저트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물론! 사츠마이모는 그 유명한 가고시마 쇼츄의 재료가 됩니다. 그래서 밤에는 쇼츄바를 찾아다니는 것도 여행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독특한 쇼츄들을 마셔볼 수 있어요. 굳이 쇼츄바를 찾지 않더라도 아무 데나 이자카야에 들어간다면 메뉴판에 주르륵~ 나열되어 있는 쇼츄의 목록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쇼츄뿐만 아니라 텐몬칸(天文館) 주변에는 밤 시간을 재밌게 보낼만한 가게들이 많습니다. 남큐슈 제일의 유흥가였던 과거의 명성이 아직도 완전히 죽지는 않은 느낌이에요. 구글맵을 검색해 보면 이자카야나 분위기 좋은 와인바들도 많습니다. 거기다가 번화가가 텐몬칸 하나라서 좋습니다. 어딜 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이렇게 장점이 많은 가고시마지만 단점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일단 교통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가고시마 공항이 있지만 대부분의 항공사가 띄엄띄엄 취항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을 잘 조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비행 일정이 자유로운 후쿠오카 공항을 사용하면 신칸센을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내려가야 하죠. 신칸센 타는 것이 사실 엄청 불편하지는 않고 기차 여행의 묘미까지 추가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비용과 시간이 추가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에.. 그리고, 또... 다른 단점이... 없..


아! 비가 아주 자주 오는 동네라서 여행 일정 중에 하루 이틀은 분명히 비가 올 것을 대비해야 하는 것도 조금 귀찮을 수는 있고요. 혹시라도 활화산인 사쿠라지마가 좀 크게 분화하면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 화산재가 도심에 날아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뭐 이 정도가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네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가고시마 여행을 강추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도시네요. 만약 시간이 충분하다면 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야쿠시마(屋久島)는 꼭 들러볼 곳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부스키(指宿)에서의 모래찜질은 언젠가 꼭 한 번 해보고 싶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