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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Jun 27. 2024

밥 먹으러 나섰는데, 어쩌다 키요미즈데라

짧은 도쿄 긴 교토 (6) - 06.26 / 사진 잔뜩 주의



여행 출발 전부터 장이 좀 안 좋은 느낌이 있었는데 도쿄에서 날 생선을 계속 먹고 술도 매일 마셨더니 속이 영 안 좋아서 오늘 점심은 한식으로 먹고 싶었습니다. 검색을 좀 해보고 가까운 곳을 목적지로 정했습니다.





목적지에 가보니, 엥? 가게 문을 닫았네요. 오늘 휴무가 아니라 아예 다른 가게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가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좀 쉬다가 다른 가게로 돌아온다고;;;; 그래서 한식은 포기하고 교토에서 꼭 들르는 가게에 가서 점심을 먹을까? 하고 아사카 신사 앞으로 갑니다.





가는 길에 본 특이한 건물들. 일본에서 건물들을 자세히 보면 그 디테일에 감탄하게 됩니다. 설계사무실 다닐 때에는 디테일 도면 그리는 거 연습한디고 안도 다다오 건물의 디테일 도면을 따라 그리곤 했었죠.





교토에서 꼭 들르는 식당 중의 하나, 이즈쥬 앞에 갔더니 웬걸! 이즈쥬도 오늘 휴무입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그래서 다시 한식당을 검색하다가... 어차피 키요미즈데라에 한 번 들러야 하는데, 마침 여기서 걸어가면 되고 오늘 날씨도 좋네? 그럼 다녀와서 점심을 좀 늦게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키요미즈데라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교토에 많은, 오래된 건축물들이 있지만 올 때마다 다시 보고 싶어지는 것은 언제나 청수사, 키요미즈데라입니다. 그리고 거기까지 걸어가는 니넨자카, 산넨자카를 포함한 그 길도 좋아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좀 귀찮을 때도 있지만, 키요미즈데라를 떠올리면 함께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오랜만에, 거의 10년 만에 다시 골목골목을 걸으니... 어? 못 보던 건물이 생긴 것도 있고, 이 길이 이랬었나? 하는 곳도 있고, 뭐랄까 좀 달라진 것 같은 풍경들이 보입니다. 아쉽다는 기분은 아니고, ‘나 몰래 이렇게 다 고쳐놨다고?’하는 섭섭함이랄까...





자, 드디어 입장권을 샀습니다. 지금은 여름 입장권을 주는군요. 지금까지 모은 것은 봄, 겨울의 입장권이었는데 여름을 추가했으니 이제 가을 입장권만 구하면 사계절의 입장권을 모두 모으게 됩니다. 그나저나 저 사진을 보면 단풍이 빨갛게 물들어 있는데 왜 겨울 표를 줬을까요?





키요미즈데라를 여러 번 가봤다 보니 구석구석을 모두 구경하지는 않아요. 그저 딱 한 장면만을 보고 옵니다. 본당 건너편에서 본당을 바라보는 딱 이 장면입니다. 망원으로도 찍어보고, 광각으로도 찍어보고, 파노라마로도 찍어 봅니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한 본당 공사 때문에 항상 조금씩 가려진 것을 봤었는데, 이렇게 제대로 본당을 보는 것은 처음이네요. 공사 끝난 이후에 교토에 온 것이 처음이니까요.






내려오는 길에 새로운 아이패드 배경화면도 하나 구했습니다. 어린 단풍잎의 연한 연두색이 어찌나 예쁘던지. 그나저나 일본은 6월 말부터 장마라고 해서 매일매일 비가 올 것에 대비하고 왔는데, 매일매일 이렇게 날씨가 좋습니다. 날씨가 좋으니 아주 그냥 더워 죽을 것 같아요. ㅎㅎㅎ


도저히 다시 걸어서 번화가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버스를 타고 가와라마치로 돌아왔습니다. 가볍게 순두부찌개로 점심을 먹었어요. 색깔은 빨간데 그리 매운맛이 아예 없더군요. 당면이 들어가서 국물을 다 빨아먹어 국물이 없는 자작한 스타일. 그래도 하얀 쌀밥에 빨긴 찌개를 먹었더니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점심 먹고 나서 니시키 시장 앞에 새로 생긴 도너츠 가게에 들렀습니다. 우지 말차 도너츠 두 종류와 바나나 말차 쥬스를 하나 사서 방으로 돌아왔어요.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달달한 거 먹으면서 뉴진스 신곡을 듣고 있자니 세상 좋더라고요. 아, 그리고 저 도너츠 정말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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