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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Jul 04. 2024

비와코 구경 실패, 유턴해서 아라시야마

짧은 도쿄 긴 교토 (15) - 07.03 / 낮 (사진 주의)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움직이는 부지런한 타입은 아닙니다. 맨날 뒹굴거리고 있지만 그래도 나름 ‘여행’ 중이라 피로도 누적되고 있는 중이고요. 뭐, 늦게 일어났다는 얘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서둘러서 점심시간 전에 방에서 나섰습니다. 오늘은 좀 멀리 나가기로 마음먹었거든요. 그동안 교토에 여행을 오면서 꼭 한 번 가보고 깊었던 곳, 비와코(琵琶湖) 그러니까 비와 호수를 가보려고 합니다.


일단 고세이선을 타고 시가(志賀) 역에 가면 비와코 밸리라는 곳에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위에 올라서 비와코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래요. 카페 같은 것도 있다고 하니 거기서 점심을 해결하면 되겠습니다. 만약에 비와코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면 고세이선을 타고 계속 올라가서 히라(比良) 역이나 오미마이코(近江舞子) 역에 내려서 호숫가를 구경하거나 저 위의 마키노(マキノ) 역에 내려서 카이주오자키(海津大崎) 주변을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고 계획을 짰습니다.


자, 집에서 나왔습니다. 산조케이한(三条京阪) 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벌써 땀이 납니다. 오늘은 날씨가 무지하게 좋네요. 열차를 타고 케이한야마시나(京阪山科) 역에 와서 밖으로 나갑니다. 그러면 JR 야마시나(山科) 역이 보입니다. 여기서 고세이선을 타면 됩니다. 시가역은 일반 열차만 정차하는 역이니까, 특급을 타면 안 됩니다.


고세이선은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열차네요. 관광객보다는 생활하는 분들이 더 많은 느낌입니다. 중고생들도 많고요. 한 30분 정도 갔을까요? 드디어 시가역에 도착했습니다. 워낙 조용한 역이라고 하니까 플랫폼에서 내려가면 아마 비와코 밸리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 대한 안내가 쓰여 있겠죠...








어? 비와코 밸리에 대한 안내이긴 한데... 버스 정류장 위치나 시간표에 대한 안내가 아니라... 7월 1일부터 5일까지... 휴무라는 안내입니다. 어? 오늘은 3일이니까... 오늘 쉰다는 얘기네????


멍해져서 체감상 10분, 실제로는 한 5분 정도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그럼 이제 뭘 해야 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일단 대안은 있긴 하죠. 위에서도 말했듯 히라, 오미마이코, 마키노 등 고세이선을 타고 더 올라가 보는 것. 비와코를 내려다볼 수는 없겠지만 비와코를 바로 앞에서 볼 수는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의 선택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비와코는 다른 날 다시 오자! 오늘은 아라시야마(嵐山)다!







오늘 날씨가 좋기는 한데, 구름이 낮은 건지... 여튼 시야가 좋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7월 5일 이후의 맑은 날(아마도 토요일이나 일요일), 비와코 밸리에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교토 교외에서 산책하기에 좋은 곳? 하면 떠오르는 유명 관광지, 아라시야마에 가기로 합니다.


아, 저 사진 보면 산 위에 케이블카 구조물이 보입니다. 저기에 갔어야 했는데...







돌아오는 길은, 비슷하면서 살짝 다릅니다. 일단 시가역에서 고세이선을 타는 건 같습니다. 배차 간격이 30분 정도라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어요. 그리고 교토역에 내려 산인 본선을 타고 사가아라시야마(嵯峨嵐山) 역에 내리면 됩니다.







열차를 타고 교토역으로 가는 길, 창밖으로 도야코가 보입니다. 날이 흐려서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부터가 호수인지 잘 안 보이지만요.






교토역에 도착하니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입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교토역 이세탄 백화점 10층에 있는 라멘코지(拉面小路) 그러니까 라멘 골목으로 갑니다. 그중에 점찍어 놨던 하카타 잇코샤(博多一幸舎)에서 돈코츠 라멘을 한 그릇 먹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후쿠오카에 놀러 갈 때 가끔 먹던 체인입니다. 깔끔하지 않은 저 국물의 거품을 보니 맞는 것 같아요. 헌데 맛이 좀 이상합니다. 면 조금, 국물 조금 먹을 땐 모르겠는데 국물을 듬뿍 적셔서 면을 잔뜩 입에 넣으면 라멘 먹을 때 처음 느끼는 시큼한 맛이 납니다. 뭐지? 뭘까요...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다 먹었습니다.






라멘으로 배를 좀 채우고 산인 본선을 타러 왔습니다. 교토역은 아주 넓으니까 타야 하는 열차의 플랫폼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카드 찍고 들어오는 개찰구 위에 커다란 전광판을 주의 깊게 보고, 플랫폼 번호를 알아낸 다음 그 번호를 가리키는 화살표를 따라가면 됩니다.






사가아라시야마역에 내려서 이 대나무 숲까지 오는 길에 완전 땀에 절여졌습니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 그늘도 없습니다. 썬크림도 안 발랐으니 얼굴이 까맣게 다 탔겠네요.






어차피 아라시야마는 처음 오는 곳이 아니라서 말 그대로 산책에 의미를 두기로 합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대나무들 덕분에 산책로는 전부 그늘이라서 생각보다 훨씬 시원합니다만, 어차피 습도가 높고 계속 걷고 있으니 땀은 어쩔 수 없습니다.






걷다 보니 텐류지(天龍寺)의 백화원(百花苑)의 입구가 나오더라고요? 전체 입장료가 아니라 일부만 내는 것 같았고, 대나무 숲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 피해 어딘가 좀 앉으려고 들어갔습니다.






이 장면을 보니 분명 처음 온 곳은 아닙니다. 여기 앉아서 한참 쉬었어요. 부채질하면서 앉아있으니 세상 좋더군요.







자, 이제 대나무 숲에서 나왔습니다. 아라시야마의 메인 거리랄까요? 이번 여행 동안 우지(宇治)에 갈 것 같지는 않으니 우지 말차 아이스크림을... 아니 그냥 너무 더워서, 살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습니다. 기왕에 먹는 거 우지 말차로 골랐어요. 비싸지만 가장 찐한 걸로 골랐는데, 아뿔싸 너무 찐하니까 시원하긴 한데 입이 텁텁해집니다.







교토로 돌아가는 코스는 왔던 것과 다른 코스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왠지 정감 가는 한큐 전차를 타기로 했어요. 도게츠(渡月) 교를 건너가면 한큐 아라시야마역이 나오거든요. 어차피 땀에 절어 걷는 거 도게츠교도 건너가기로 한 겁니다. 이상하게 직접 보면 뭔가 시워~언한 느낌이 드는 다리입니다.






다리 건너자마자 ‘氷’ 자가 크게 보여서 바로 또 달려갔습니다. 입이 텁텁했고, 그새 또 더워졌으니까요. 카키고리, 이치고. 네, 얼음을 간 다음 딸기 시럽을 잔뜩 뿌려주는 겁니다. 우리의 빙수에는 팥앙금도 올리고 다양한 토핑이 있는데, 이건 그런 게 없어요. 대신 깔끔합니다. 그늘에 앉아서 시원한 얼음을 퍼먹으니까, 와 완전 천국!






일부러 뒷길(?)로 돌아왔습니다. 지도에 보면 이 다리 이름은 나카노시마(中ノ島) 다리네요.





한큐 아라시야마 역에서 아라시야마선을 탑니다. 바로 교토로 가면 좋겠지만 아라시야마선은 지선이에요. 가쓰라(桂) 역에서 교토선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마침 플랫폼에 들어가는데 열차가 출발 직전이라 운 좋게 탑승!







아, 운 좋게 탑승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딴생각하다가 가미카쓰라(上桂) 역에 내렸습니다. ‘가미’는 못 듣고 ‘가쓰라“만 들은 거조. 에혀. 교토선으로 갈아탈 플랫폼을 찾다가 이상해서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여기는 가미카쓰라예요. 교토로 가려면 다음 역인 가쓰라 역에서 갈아타세요.‘ 아... 잘못 내렸구나, 그때 알았습니다. ㅠㅜ


하지만, 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이번 여행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이걸 겁니다. 영화 스틸 컷처럼 분위기 있게 찍혔어요. 현실은 땀에 절은 아재가 잘못 내린 기차역의 에어컨이 나오는 대합실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장면인데 말이죠.







휴,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한큐 교토 가와라마치 역에 내려서 집으로 아니 방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도 카모 가와를 한 장 찍습니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샤워하고, 맥주 한 잔 마시고, 그간 쌓인 빨래를 돌렸어요. 다음 포스팅은, 거하게 먹고 마시는 얘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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