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에게 친절한 이자카야 - 타케나가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여행 중간에 스케치를 하나도 하지 못했습니다. 먹고 마시느라 바쁜 건 당연하지만 시간이 생기면 스케치를 하기보다는 사진을 정리하고 포스팅하느라 바빴거든요. 귀국한 다음에도 밀린 사진 정리와 밀린 포스팅을 마무리하느라 한참의 시간을 썼네요.
포스팅을 마무리하고 나니까 천천히 여행을 돌아보게 되면서 몇몇 장면은 스케치로 남겨두고 싶어 졌습니다.
첫 번째로 그린 것이 바로 구마모토의 이자카야인 '타케나가(たけなが)'입니다. 바에서 만나 친해진 미조마타 상이 소개해준 집입니다. 테이블이 많지 않고 인기가 많은 가게라서 미리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앉을 수 없는 곳이죠.
일단 이곳을 생각하면 전갱이 이케즈쿠리가 떠오릅니다. 가게 안에 활어 수조도 있어요. 일본에서는 대부분 숙성회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조를 가지고 있는 가게가 별로 없죠. 이곳은 전갱이를 활어로 취급합니다. 사진처럼 회를 뜬 다음 원래의 뼈 위에 장식해서 내놓는 것을 이케즈쿠리라고 하더라고요. 타케나가에서는 '활 전갱이 세트'가 있는데요. 가격이 단돈 980엔입니다. 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전갱이 회와 생맥주 500cc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저렴하고 파격적인 세트에요. 게다가 전갱이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횟감이거든요. 한국에서는 쉽게 먹을 수 없죠.
헌데 굳이 이 가게를 첫 번째 스케치로 결정한 것은 '즐거웠던 시간' 때문입니다. 미조마타 상과 그의 선배인 츠노다 상을 함께 만난 곳이었어요. 아저씨 세 명이서 일본어와 한국어로(츠노다 상이 한국에서 유학을 한 적이 있어서 한국어가 가능했어요) 떠들면서 마시다가 사장님도 수다에 끼어들어 같이 얘기했던 시간이었어요.
그때, 스키야키를 먹었습니다. 사실 저는 간사이식 스키야키를 더 좋아합니다. 교토 같은 곳에서 비싼 고기로 스키야키를 먹은 적이 있어요. 당연히 비싼 스키야키는 맛있습니다. 하지만 타케나가에서 먹은 스키야키는 그동안 제가 먹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어요. 굳이 분류하자면 간토식 스키야키였고, 고기의 질은 좋았지만 냉동이었죠. 물론 가격은 저렴했고요.
그동안과 달랐던 것은 '떠들면서 함께 먹었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스키야키는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었어요. 여럿이서 떠들면서 즐겁고 신나게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교토의 고급 식당 룸에 혼자 앉아서 조리해 주시는 여점원과 단둘이서 어색했던 시간도 스키야키에 대한 기억이고, 구마모토의 이자카야에서 아저씨들과 즐겁게 먹은 시간도 스키야키에 대한 기억이 되었네요.
아마, 다음번의 스키야키는... 또, 혼자가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