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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여행] 이리오모테, 피나이사라

2012년 여행이니까 13년 전인 거야??

by zzoos



어디 멀리 여행을 떠날 상황이 안 되니까, 방구석에 앉아서 옛날 여행의 단편적인 장면들을 짧게 짧게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말머리는 [옛날여행]으로 달려고 해요. 나중에 좀 더 좋은 제목이 생각나면 고칠게요.


일단 처음 올려보는 건 12년 전의 여행입니다. 이때,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일 년에 한 번씩 사원들 중 지원자를 선발해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요. 매년 컨셉이 달라지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제가 지원했을 당시의 컨셉은 '스스로 계획하고 자유롭게 떠나는 자유여행'이었습니다. 인사팀? 총무팀? 여튼 담당 부서가 좀 바빴나 봐요. 우리가 그거 계획할 시간이 없으니 너희가 알아서 떠나렴. 우리는 지원만 해줄게. 뭐 이런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오키나와 낙도 여행'을 컨셉으로 제출했고, 당첨(?)이 되었습니다. 당첨자에게는 3박 4일의 휴가와 300만 원의 여행 상품권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네, 좋은 회사였죠.


3박 4일의 휴가와 주말, 공휴일 그리고 개인 휴가를 더해서 저는 10박 11일의 오키나와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대략적으로


출국 → 이리오모테 섬 → 이시가키 섬(타케토미 섬 포함) → 오키나와 섬(나하 → 나고) → 자마미 섬 → 오키나와 섬 → 귀국


이런 일정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은 그중에 이리오모테 섬, 그중에서도 피나이사라 폭토까지의 카약 + 트래킹에 대한 짧은 얘깁니다. 서론이 더 길었네요. ㅋㅋ



2012년 당시에는 오키나와에 취항한 비행기가 아시아나 밖에 없었던 걸로 기억하고요. 그나마도 하루에 한 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뭐,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어쨌거나 아침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집에서는 새벽에 출발해야 했고, 인천→나하까지 비행기를 한 번, 국내선 청사로 이동해서(지금은 건물이 합쳐져서 그냥 건물 내부에서 걸어갈 수 있습니다) 나하→이시가키까지 비행기를 또 한 번, 이시가키 섬에서 배를 타고 이리오모테 섬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새벽 5시? 정도 집에서 출발한 것 같은데, 이리오모테 섬의 민박집에 도착하니까 저녁 7시가 됐더라고요. 겨우 일본을 가는 여행인데 말이에요. ㅋㅋㅋ



모자이크. 흠흠. 네 모자이크요.



전형적인 P인 저는 여행 가서 뭘 할지 미리 계획하지 않거든요? 이리오모테라는 낙도까지 가서도 '뭘 할지' 같은 건 미리 생각해두지 않았습니다.


이리오모테에 도착한 다음 날, 민박집의 거실에서 뒹굴거리고 있으니까 민박집 아주머니가 '오늘 뭐 할 거야?'라고 물어보시길래 '글쎄요? 아무런 계획이 없는데요. 뭘 하면 좋을까요?'라는 대책 없는 답변. '그럼 카약을 한 번 타봐. 재밌다고 하더라고' '그럴까요? 카약? 한 번도 타본 적 없는데요.' '어차피 가이드가 있으니까 괜찮아. 내가 연락해봐 줄까?' '네, 감사합니다.' 뭐 이런 식의 대화가 오고 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약 한 시간 정도 뒤에 가이드 형님이 봉고차를 끌고 나타나셨습니다. 차를 타고 마레강 선착장까지 가서 옷을 갈아입고, 카약에 탑승했어요. 카약 운전과 위기 대처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듣고 본격적으로 탐험이 시작됩니다. 마레강과 히나이강은 온통 맹그로브 나무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바닥이 진흙이라서 물이 맑지 않아요. 하지만 아주 신비로운 느낌입니다. 그리고 카약 타는 거 엄청 재밌더군요.



저 멀리 보이는 게 피나이사라 폭포



히나이강 선착장에 내려서 카약을 나무에 묶어 둡니다. 여기서부터는 트래킹이 시작됩니다.


아, 이때가 2월 말이었는데요. 날씨는 꽤 더웠어요. 비가 내리고 흐린 날이라 조금 쌀쌀한 정도? 덥다고 해서 바닷가에 뛰어들만한 여름 날씨는 아니라서 스노클링 같은 걸 할 수는 없었고요. 오키나와는 이 계절이 비수기라서 어딜 가도 조용하고 한적했죠.


어쨌든, 맹그로브가 가득한 강을 카약 타고 거슬러 올라가 본격적인 트래킹이 시작됐습니다. 열대지역의 나무라 그런지 신기하게 생긴 나무들도 많더군요.



우리나라의 계곡과도 비슷한 이미지



그렇게 오래 걷지는 않았습니다. 체력적으로 무리가 되는 거리나 운동량은 아니었어요.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거리와 풍경이었습니다.



피나이사라 폭포 바로 앞까지 걸어갈 수 있다.



그렇게 걸으니 피나이사라 폭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제도,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왔거든요. 비 때문에 물이 많아진 건지, 원래 이렇게 물이 많은 폭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웅장하고 물 떨어지는 소리가 시끄러운 폭포였어요.


가이드 형님과 폭포 앞에 앉아서 버너와 코펠로 인스턴트커피를 끓여 마셨습니다. 가이드 형님이 소녀시대 윤아를 좋아한다는, 뭐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나누다가 돌아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행 중의 짧은 장면을, 가볍게, 가끔 포스팅해볼까 합니다. 그동안 다녔던 여행 중에 포스팅을 아예 못한 여행들도 많은데, 다 지나간 여행을 쭉~~~ 포스팅하는 건 재미없을 것 같아서요.


흠, 다음엔 뭘 올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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