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016, 2024년의 청수사 사진 모음
처음 일본을 여행했던 게 아마도, 2008년일 겁니다. JR 홋카이도에서 주최한 이벤트에 참가했다가 당첨되어 3박 4일 동안 홋카이도 남부를 공짜로 여행했었어요. 이후에 일본 여행에 흥미가 생겨서 여행통인 선배를 따라 키타큐슈(北九州)나 나가사키(長崎) 같은 곳을 가보고 나서, 2012년에 혼자서 오키나와를 10박 11일 여행했어요. 이후에도 후쿠오카나 구마모토(熊本) 같은 곳을 다니면서 일본 여행의 경험을 넓히다가
드디어 2015년, 처음으로 교토(京都)에 발을 디디게 됩니다.
회사에서 '월루'하고 있었어요. 친구와 카톡 메신저를 주고받던 중이었습니다.
'아, 휴가도 새로 충전됐으니 여행 가고 싶다~'
'오빠, 확 가버려요!'
'어디로 가지?'
'오빠는 일본 여행 좋아하죠? 교토 가 봤어요?'
'아니 안 가봤는데?'
'그럼 무조건 가! 지금 바로 가!'
갑자기 친구가 호텔과 비행기를 알아봐 주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회사에 휴가를 신청하고 있었죠. 정말 아무런 계획도 징조도 없이 후다닥 진행된 휴가였고, 여행이었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없었으니 그냥 무작정 걸어 다녔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원격조종' 당했습니다. 점심은 여기서 먹어라, 저녁은 저길 가봐라, 2차는 어디 어디 바에 가서 안부를 전해줘라.
그렇게 교토에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틈이 날 때마다 교토로 여행을 갔습니다. 금각사(金閣寺), 은각사(銀閣寺), 아라시야마(嵐山), 후시미이나리(伏見稲荷大社), 우지(宇治), 나라 공원(奈良公園), 도다이지 (東大寺), 뵤됴인(平等院), 헤이안 신궁(平安神宮), 난젠지(南禅寺) 등등 유명한 곳들을 다 돌아다니고, 본토초(先斗町), 가와라마치(河原町), 기온(祇園), 철학의 길(哲学の道) 등을 걸어 다녔어요. 급하진 않았습니다. 어차피 몇 번이고 다시 올 곳이라는 걸 알았거든요.
니싱소바(にしんそば)와 사바즈시(鯖寿司)를 먹고, 야키도리나 가이세키 요리(懐石料理)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고, 단골 바에 들러 수다를 떠는 그런 여행들이 계속 됐습니다. 다른 곳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생기면 무조건 교토로 날아갔어요. 오죽하면 단골 바의 사장님들은 제가 일본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실 정도였어요.
교토의 많은 것들이 마음에 들었지만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청수사(清水寺)'입니다. 키요미즈데라라고 하는 거기 말입니다. 특히 위의 사진들을 찍을 수 있는 각도가 딱! 있습니다. 모두 여기에 멈춰 서서 사진을 찍어요.
물론 청수사로 올라가는 길, 니넨자카(二寧坂)나 산넨자카(産寧坂)가 있는 골목의 분위기도 좋지만 역시 가장 좋아하는 풍경은 사진의 본당 풍경이죠.
위에서 언급했던 유명한 교토의 관광지 중에서 '저의 의지로 두 번' 이상 방문한 곳은 청수사와 아라시야마 밖에 없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교토에 가게 되면 안내를 위해서 갔던 곳을 또 가야 하기도 하니까요)
특히, 청수사는 교토에 방문할 때마다 갑니다. 정말로 이걸 보러 교토에 간다니깐요.
코로나 이후 첫 여행을 계획할 때에도 1순위는 당연히 교토였습니다만, 말도 안 되는 호텔 가격 때문에 포기했었습니다. 3월 말 벚꽃 시즌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첫 여행'의 타이틀은 가고시마(鹿児島)에 뺏기고 말았지만 이후 6월에 보름 동안 교토에서 지내면서 그 아쉬움을 달랬어요.
음, 아마 당분간 교토에는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가서 고생을 좀 많이 했거든요. 일본에서는 '오버투어리즘'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더라고요. 뭐, 교토는 원래 내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이긴 했었는데 지금은... 그 숫자의 수준이 다르더라고요. 비수기인데도 거리에는 인파로 가득합니다. 유명한 식당뿐만 아니라 동네 식당까지도 예약을 안 하면 방문이 힘들 정도로 사람이 가득가득해요. 여행이 즐거운 일이 아니라 불편하고 고생스러운 일이 되어버리더군요.
그래서 당분간 교토에 가고 싶은 마음은 접어둘 생각입니다. 솔직히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마, 참다 참다 폭발하면, 그때 사람이 가득한 교토를 다시 찾게 되겠죠.
아, 어쨌든 오늘의 포스팅은 청수사의 사진 모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