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자마미섬에서 만났던 혹등고래
[프로젝트 혼술]이라는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고서는 그동안 다녔던 식당이나 술집들의 사진을 뒤지다가 오래 전의 사진 한 장을 보게 됐습니다. 뭔가 뿌연 사진을 보면서 '요즘 내 스타일로 다시 보정을 좀 해볼까?' 싶어 져서는 한참을 붙잡고 끙끙거리고선 새로운 결과물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자마미섬(座間味島)은 오키나와 나하시(那覇市)의 앞바다 게라마 제도(慶良間諸島)에 속한 섬 중의 하나로 배를 타고 약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섬입니다. 국제공항이 있는 곳이 나하니까 오키나와 다녀오신 분들은 대부분 가보셨을, 국제거리와 슈리성(首里城)이 있는 그 도시가 나하입니다.
10박 11일에 걸쳐 이리오모테, 이시가키, 타케토미 등의 오키나와 낙도 탐방 중 3월의 첫 날 도착한 섬이 자마미섬이었습니다. 사전 조사 같은 걸 하지 않고 그냥 '나하에서 갈 수 있는 가까운 섬'이라는 생각으로 방문한 곳이었어요. 예약해 둔 민숙에 도착하니까 '오늘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도 그럴 것이 갓 3월이었거든요. 민숙 전체에 손님이 저 하나였어요. 아직 해수욕 시즌이 아니잖아요(오키나와의 해수욕 시즌은 4월에 시작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그랬더니 빨리 항구로 나가서 배를 타라는 거예요.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짐도 대신 방에 넣어 두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정신없이 항구로 달려가 알려준 배를 탔습니다. 이게 뭐 하는 건지도 모르고요.
그 배가 바로 웨일 워칭(Whale Watching) 배였습니다. 당시 시즌이 딱! 혹등고래들이 자마미섬 앞으로 지나가는 시즌이었던 거죠. 그래서 해당 시즌에 자마미섬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고래를 보러 온 사람들이었던 겁니다. 제가 탄 배 말고도 서너 척의 배가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약 서너 시간 정도 고래를 쫓아다녔어요. 고래들은 우리랑 같이 노는 것처럼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하면서 물 밖으로 나왔다 들어갔다 하더군요. 한 번은 우리 배 바로 아래로 고래가 지나갔어요. 배보다도 한참 큰 고래. 참고로 혹등고래 성체는 12~16m의 크기에 30톤가량 몸무게가 나간다고 합니다. 그런 커다란 고래를 이렇게까지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니.
그렇게 셔터를 계속 누르다가 건진 사진 한 장이 위의 사진입니다.
혹등고래(Humpback Whale)는 개체마다 꼬리지느러미의 문양이 다르다고 합니다.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요. 십여 년 전, 제가 만났던 고래의 지문을 남겨두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