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하루 - 쇼핑 데이
#1
기상 시간은 10시 반. 매일 이 정도 시간에 일어난다. 보통 세 시 넘어서 자니까, 일곱 시간 정도 자는 건가. 조금 더 일찍 자고, 조금 더 일찍 일어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언제나 게으름이 이긴다. 아홉 시 즈음 일어나서 산책 코스 5키로 걷고 와서 샤워하면 딱 좋겠구먼.
#2
올 여름은 h&m에서 산 린넨 바지 하나로 지냈다. 예쁘고 편하고 싸고. 딱 내 맘에 드는 바지였다. 가을이 오고 있으니 얇은 린넨 바지로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쇼핑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품목은 청바지, 기타 바지, 긴팔 티셔츠. 뭐 이런 것들.
#3
잠실까지는 버스로 다섯 정거장이다. 오늘도 월드타워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월드타워몰에 도착. 일단 점심을 먹기 위해 6층의 서령을 방문. 지난 번에는 대기가 너무 많아서 포기했었기에 오늘도 한 시간 정도의 대기는 각오했는데, 이제 찬바람이 좀 불어서 그런가? 대기없이 착석. 만두 반 접시와 순면으로 점심을 해결.
#4
본격적인 쇼핑을 시작하기 전 위글위글이 눈에 밟힌다. 며칠 전 여동생의 생일이었다. 최근 중고차도 하나 샀다고 한다. 꽃모양이 그려진 머그컵 하나와 같은 꽃모양의 차량용 방향제를 선물로 구입했다. 착한 오빠 콤플렉스.
#5
스파오, 에잇세컨즈, 자라, 유니클로, 무지, 무신사 스탠다드. 아마 이 정도를 돌아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허리사이즈 34가 예쁘게 입을 수 있는 청바지는 없었다. 슬림핏은 너무 달라붙고, 스트레이트는 (허리 사이즈 때문인지) 너무 부~하다. 그 사이의 핏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허리가 고무줄로 된 카키색 코듀로이 바지를 하나 샀다.
#6
동생에게 카톡으로 넋두리. ‘야야 허리 34는 예쁜 바지 입지 말라는 거냐. 핏이 다 맘에 안든다. 툴툴‘ ’오빠. 그 사이즈면 있는 걸 고맙게 생각해야지 맘에 드는 걸 사려고 하는 거야?‘ ’그래도 고무줄 허리 코듀로이 바지 하나 샀어‘ ’괜찮은 게 있으면 잔뜩 사놔!‘ ’아, 맞네. 그럴까?‘
#7
동생의 충고를 듣고는 다른 색으로 한 벌 더 사려고 코듀로이 바지를 샀던 곳으로 가는 길, 아쉬운 마음에 청바지 쪽을 기대없이 둘러보는데, 앗! 아까는 안 보이던 슬림핏 35, 36 사이즈가 있네? 바로 들고 피팅룸에 가봤더니 허리 사이즈는 좀 크지만 다리통은 몸에 딱 달라붙지 않고 핏이 괜찮다. 아싸 럭키! 결국 곤색 코듀로이도 한 벌 더 사고, 청바지도 샀다!
#8
기분 좋게 집에 돌아오는데 티셔츠를 안 샀다는 게 떠올랐다. 아차. 나중에 또 쇼핑해야겠네.
#9
오늘의 교훈 : 동생의 충고를 들었더니 행운이 찾아왔다.
#10
추가 : h&m은 공사중이었다. arket이라는 브랜드가 들어온다는 고 써있던 거 같은데, 찾아보니 h&m에서 만든 브랜드인데 가격대가 더 높네. 이런 식으로 가격 올리는 건가. 린넨
바지도 더 사놨어야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