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산책 (4/4) - 광화문과 서울 파이낸스 센터
워낙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 사람입니다만 오늘은 밖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가겠다는 정도의 계획은 세웁니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했어요. 정동 산책을 하고 있을 예정이라고 했더니 서울 파이낸스 센터에서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세종 미술관에서 전시 관람을 마치고 천천히 걸어 파이낸스 센터 쪽으로 갑니다.
일민 미술관입니다. 어릴 적에 많이 가던 곳이에요. 특히 1층에 있는 이마 카페에 자주 갔었습니다. 혼자 카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파이낸스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유명한 식당들이 있는 아케이드로 연결됩니다. 어릴 적에 이곳에서 데이트하던 기억도 있는 걸 보면, 파이낸스 센터가 생긴 지도 오래됐군요.
친구보다 먼저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고급 식당입니다. 여기 꽤 비쌀 것 같습니다.
친구가 와인도 두 병이나 가져왔습니다. 요즘 인기가 많은 케이머스 Caymus를 가져왔네요. 50주년 기념 보틀은 구하기가 더 힘든 거겠죠? 케이머스와 이탈리아의 BDM, 둘 다 아주 맛있었습니다.
트러플 수프와 애피타이저로 나온 작은 스타터 3종입니다. 랍스터, 육회, 불고기를 각각 이용한 요리였어요.
도미와 성게알을 이용한 요리 다음에 가리비 관자 위에 캐비어를 올린 요리가 나왔습니다. 친구가 무리한 걸까요? 비싼 재료들이 자꾸 나옵니다.
한우 스테이크를 크로와상 사이에 끼운 요리와 옥돔을 튀기듯 구운 요리입니다.
한우 떡갈비 꼬치와 들기름 전복 국수. 이 국수가 코스 중에 제일 맛있었어요. 저는 역시 국수를 좋아하나 봅니다.
드디어 한우를 굽습니다. 하지만 이미 배는 가득 찬 상태입니다. 저는 그렇게 대식가가 아니거든요. 먹을 수 있는 양에 비해 코스가 너무 길고 양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미 솥밥과 함께 미역국과 반찬이 나왔습니다. 사실 이건 거의 못 먹었어요. 이미 배가 너무 불렀거든요.
마지막으로 유자 소르베가 디저트로 나왔어요. 배가 아무리 불러도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죠. 상큼한 유자의 맛이 입안을 싹 씻어 줍니다.
12개의 코스 요리와 2병의 와인을 마시면서 친구와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회사 사람들의 험담도 좀 하고, 못 만난 기간 동안 생긴 신상의 변화 같은 것들도 공유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만나지 못한 시간을 빠르게 뛰을 수 있어서 편안합니다.
한참 수다를 떨고 나니 밖은 이미 깜깜해져 있더군요. 이렇게 오늘의 산책은 끝이 납니다.
진주회관에서 점심을 먹고, 시립 미술관에 들렀다가 전시는 보지 못했죠. 정동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걷다가 비를 피해 성공회 성당의 카페로 몸을 숨겼습니다. 비가 그치고 나서 세종 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파이낸스 센터에서 친구와 저녁을 먹었네요.
아주 알차게 보낸, 서울 사는 백수 아재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