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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버스타고 부암동으로

부암동 산책 (1/4) - 우육면, 석파정 서울미술관

by zzoos




오늘은 오랜만에 부암동에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아직 날씨는 덥고, 자주 비가 내리고 있어요. 맑은 날씨일 때 '서울 워크'를 계속해야겠습니다. 아, '서울 워크'란 서울에서 살고 있는 제가 서울의 곳곳을 마치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한 달 살기 하는 것처럼, 마치 여행하는 것처럼 산책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냥 제가 멋대로 붙여본 말이에요.




ⓒ All photos taken by zzoos on an iPhone




부암동은 교통이 편한 지역은 아닙니다. 일단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이나 광화문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야 합니다. 버스를 타고 약 10~15분 정도면 부암동 주민센터 정거장이나 석파정 서울미술관 정거장에 내릴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경복궁 역에 내렸어요. 이 동네를 서촌이라고 부르죠. 경복궁의 서쪽이라는 뜻입니다. 어릴 적엔 그저 조용한 동네였는데, 요즘엔 특별한 분위기의 가게들을 찾아 사람들이 북적이는 동네입니다. 저도 좋아하는 가게들이 몇 개 있어요.


역에서부터 걷다 보면 마을버스 정류장을 먼저 만나게 되는데, 제가 타야 하는 버스는 시내버스라서 조금 더 걸어야 합니다. 저도 헷갈려서 버스를 잘못탈 뻔했어요.







경복궁역에서 1020번 버스를 타고 부암동 주민센터 정거장에 내렸습니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 점심을 먹을 생각인데 아직까지 점심 먹을 곳을 결정하지 못했거든요. 클럽 에스프레소까지 걸으면서 오늘의 점심 후보인 식당들을 눈으로 훑어봅니다. 오늘의 후보는 우육면, 수제버거, 백반이었습니다.


아, 클럽 에스프레소. 젊은 시절의 추억이 많이 남아 있는 카페입니다.







결국 오늘 점심으로 결정한 곳은 란저우 우육면입니다. 우육면을 많이 먹어보진 않았는데요, 상해에 출장을 자주 다니던 시절 허름한 식당에서 아주 맛있는 우육면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허술하면서도 정겨운 감칠맛을 기대하고 오늘의 점심을 정한 거예요.


혼자 방문했고, 애초에 우육면을 먹고 싶어서 온 것이라서 추가로 요리를 주문하지는 못했습니다. 만두조차도 주문하지 못했어요. 점심은 가볍게 먹는 걸 좋아하거든요. 우육면 한 그릇을 주문했습니다. 주문할 때 면의 굵기를 선택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얇은 면을 골랐습니다.







잠시 후에 제 앞에 놓인 우육면 한 그릇입니다. 음... 일단 색깔부터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네요. 국물을 한 숟갈 떠먹어 보니, 네,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한 맛과는 좀 다릅니다. 다양한 우육면을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우육면이 어느 지역의 어떤 풍 우육면인지 또는 완전히 한국화 되어 버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 분명합니다.


다만, 맛이 없느냐고 하면 그건 아닙니다. 먹기가 아주 편안합니다. 걸쭉하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소고기 국물에 면을 삶아 먹는 음식이 맛없기도 힘들죠. 거기에 간장 소스에 졸인 소고기는 부드럽습니다. 분명히 누군가는 좋아할 만한 맛입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과 다른 맛일 뿐이죠.







후루룩 점심을 먹고 나서 부암동을 조금 걸어 봅니다. 이 골목 저 골목, 걸어보고 싶은 골목이 즐비한 동네이긴 합니다만 날씨가 너무 더우니 조금만 걷고 에어컨이 있는 곳을 찾아 숨어야 합니다. 나중에 날씨가 좀 선선해지면 다시 와서 정말로 골목 사이를 산책해야겠어요.







오늘의 피난처는 석파정 서울미술관입니다. 아마 정식 이름은 서울미술관인 것 같아요. 처음 와보는 곳이에요. 이번 산책을 계획하면서 지도를 보고 '어? 여기에 미술관이 있었나?' 했던 곳입니다. 검색을 좀 해보니 2012년에 개관한 미술관이네요. 아직 13년 밖에 안 된 신생 미술관이군요.




김찬중, Portrait


이연미, (좌) 엘리슨 - 흔들리는 갈대 속에서, (우) 올리비아 - 흔들리는 갈대 속에서




오늘의 전시는 2025 서울미술관 단체전 《이끼 : 축축하고 그늘진 녹색의 떼》 전입니다. 작가 7명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더군요. 이끼라는 것은 어두운 곳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성질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부분이 모여 커다란 군집을 이루고, 하나의 개체보다는 군집으로 존재를 드러냅니다. 이번 전시는 개체와 군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군집 속에서 개체는 어떤 의미인지, 개체가 모인 군집은 어떤 모습인지, 그런 것들 말이죠.




이목하, (좌) 자아 기능 오류, (우) 자아 기능 오류 04


박지수, 무위한 풍경 - 푸른 숲




마침 시간이 맞아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평일 낮시간이라 한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슨트 해설이 시작되어 관람객들이 모이고 보니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해설을 들으면서 관람해도 전시의 규모가 작아서 금방 관람할 수 있습니다. 규모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요. 하지만 다른 전시관에서 카와시마 코토리의 《사란란》전도 관람해야 할 수 있으니까 미술관 자체가 작은 건 아닙니다.




권세진, 바다를 구성하는 741개의 드로잉


권세진, 지평선 (중 일부)




다른 작품들은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권세진 작가의 작품은 예전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습니다. 작은 정방형의 화선지에 먹으로 그린 그림들을 이어 붙이면 커다란 작품이 되는 특별한 작업 방식입니다. 화선지와 먹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과 정방형의 픽셀들이 모여서 전체를 만드는 디지털 이미지의 느낌이 섞여서 독특합니다.





박수근, 젖 먹이는 여인




3층 전시실에서 《이끼》전을 모두 관람하고 나와서 4층으로 올라갔더니 작은 카페가 있고, 그 옆으로는 서울미술관을 만든 안병관 회장에 대한 얘기와 함께 개인 소장품을 몇 점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유명한 작품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박수근 화백의 스케치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기에서 한 층을 더 올라가서 건물 옥상으로 나가니... 어라? 여기가 옥상이 아니네요? 석파정 미술관이 이런 곳이었군요? 이후의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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