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산책 (2/4) - 석파정
서울미술관 3층에서 《이끼》전을 보고 나서, 4층에서 안병관 회장의 소장품을 조금 봤습니다. 또 위로 올라가라더군요. 그래서 옥상 정원 같은 것이 있나 보다 하고 올라왔더니...
아, 옥상이 아니라 야외로 연결이 되는군요. 그러니까 서울미술관 1층은 언덕 아래의 입구였던 거고요, 4층으로 올라오면 언덕 위의 출구로 연결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인왕산에서 내려오는 계곡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전혀 기대도 못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계곡 앞에는 흥선대원군의 별서 - 별장보다는 좀 더 오래 머무르며 거주하던 곳 - 가 있습니다. 지도를 살펴보니 당시 사대문의 바로 바깥 구역이네요. 계곡 바로 앞의 별장이라니 운치가 넘치는 곳입니다.
별서 옆에는 천세송과 거북바위가 있습니다. 거북바위의 위에는 삼계동(三溪洞)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군요. 이곳은 분명히 서울 시내이긴 한데 이렇게까지 갑자기 자연 한가운데로 들어온 느낌입니다.
이곳 야외에서는 《아로새긴 숲길 Forest Odyssey》이라는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위의 사진은 김도훈 작가의 <Cat> 인데요. 이런 조각 작품들을 곳곳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작은 샛길을 따라 숲 속을 걸어 봅니다. 중간중간 채도가 아주 높은 벤치들이 놓여 있더라구요. 숲 속에서 잠깐의 휴식. 뭐 이런 것도 가능하겠네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가장 높은 곳에서 너럭바위를 만납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봤을 때의 그 압도적인 위압감이 훨씬 대단하더군요.
뒤돌아 내려오는 길에 드디어 석파정(石坡亭)을 만났습니다. 묘하게 중국적인 디자인이네요. 전형적인 한국의 정자라고 하기엔 지붕의 곡선이라던가, 처마, 진입로의 돌길 등 이국적인 냄새가 짙은 모양새입니다. 계곡에 물이 없는 것이 많이 아쉽네요.
이렇게 짧은 숲길을 돌아 나오는 것으로 이 야외 공간이 끝나는 건가? 싶었는데요.
이렇게 넓은 잔디밭이 있더군요. 여기는 진짜루 서울미술관 건물의 옥상인 것 같습니다. 멀리 부암동과 북한산이 보입니다.
멀리 3층 석탑이 하나 보이는데요. 저곳에는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예전에는 이곳 석파정만 별도로 입장이 가능했던 시절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미술관으로 입장해야만 석파정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관람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부암동을 구경한다면 환기미술관과 함께 꼭 들러야 하는 곳. 날씨가 좋다면 시간을 더 써서 도심 속의 자연을 좀 만끽하고 싶은 곳입니다.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다는 것도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