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사진전을 보고 나서 빙수 한 그릇

부암동 산책 (3/4) - 사란란, 부빙

by zz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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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내리쬐는 날이었습니다. 석파정 야외를 오래 돌아다니기엔 좀 더운 날이었죠. 그래도 구석구석 구경은 다 했으니 이제 서울미술관 신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이곳에서는 카와시마 코로리의 <사란란>이라는 사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름을 들었을 땐 누군지 모르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사진 한 장을 보니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10여 년 전 유명했던 개성 넘치는 꼬마 아이의 얼굴. 미라이짱. 그녀의 연작 사진을 찍은 작가가 바로 카와시마 코로리였군요.







전시는 지하 1층에서 시작합니다. 작가의 친구 사진, 대만의 여자배우 사진, 일본의 남자배우 사진. 아, 그리고 한국의 영화감독 사진도 있습니다. 한국에 사진 촬영차 왔다가 양익준 감독과 친해졌다고 하더군요. 피사체는 배우들이지만 스튜디오에서 조명을 세팅하고 찍은 사진들은 아닙니다. 거리에서, 집에서, 침대에서 자연광으로 편하게 찍은 사진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사진작가의 작품이라는 느낌보다 친구의 사진첩을 들춰보는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일상의 가운데에서 툭~하고 뽑아낸 순간들이랄까요. 찬란하게 빛나는 절정의 순간을 골라낸 사진이라고 하기에도 힘듭니다. 말 그대로 생활의 가운데에서 무심하게 건져낸 것 같은 사진들입니다.








전시는 2층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는 바로 그 '미라이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은 섬마을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의 딸이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린 것이 이 연작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미라이짱의 귀엽고 순수한 표정이 전시실에 가득합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 사진들이 많았는데, 그만큼 유명한 사진들이라는 얘기겠죠.







미라이짱과 함께 유럽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도 있었는데, 여전히 미라이짱은 귀엽지만 사진들은 조금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묘한 이질감을 노린 작품일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전시는 1층에서 마무리됩니다. 이곳에는 작가가 대만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었어요. 역시나 카와시마 코로리는 이런 편안한 일상의 풍경을 담는 작가라고 느꼈습니다. 청춘 영화의 한 부분 같은 장면들도 있고, 평범한 하루의 특별하지 않은 순간 같은 장면도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은가요. 어떤 날은 청춘 영화이다가 어떤 날은 지루할 정도로 뻔하죠.








전시를 보고 나니 뭔가 시원한 게 먹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아까 점찍어둔 팥빙수 가게를 찾았습니다. 점심 먹고 나서 디저트를 먹을까 했는데 대기가 너무 많아서 포기했었거든요. 마침 이번에는 자리가 있어서 바로 앉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던 거예요. 바로 다음 사람들부터는 다시 대기가 시작됐거든요.







빙수의 종류가 아주 많은 가게였습니다. 이 가게의 시그니처가 뭔지 몰라서 일단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팥빙수를 주문했어요. 작은 그릇에 엄청난 양의 얼음가루가 담긴 것이 나왔습니다. 조심해서 퍼먹어야 했어요.







처음의 한 숟가락은 아주 달았습니다. 아마 얼음 위에 뿌린 가루나 시럽 같은 것이 아주 달콤한 것인가 봅니다. 그 안쪽의 얼음들은 그리 달지 않았어요. 그리고 안에는 잘 졸인 팥과 떡이 들어 있습니다. 기분 좋게 달콤한 팥빙수였어요.







전시를 보고, 석파정을 돌아다니느라 피곤했던 다리도 충분한 당분으로 피로를 풀었고요. 그러니 이제, 마시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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