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생일맞이 가고시마 여행 #24 - 분케무자키
가고시마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은 어디서 먹을지 고민하다가 이곳으로 결정했습니다. 처음 가고시마를 찾았던 2017년에 쿠로미소 오뎅이 너무 맛있어서 꼭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분케무자키(分家無邪気)입니다.
텐몬칸의 북쪽 구역의 작은 골목 안쪽에 있습니다. 바로 앞에는 큰 체인점인 텐몬칸 와카나 본점(天文館 吾愛人 本店)이 있어요. 이곳도 깔끔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가고시마의 요리를 먹을 수 있는 대형 이자카야입니다. 카운터 석도 많이 갖추고 있어서 혼자서 방문해도 괜찮아요.
여튼, 바로 앞의 텐몬칸 와카나가 현지의 대형 이자카야라면 이곳 분케무자키는 현지의 작은 이자카야입니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카바(酒場)입니다. 간판에도 타이슈사카바(大衆酒場)라고 써 있어요.
사카바라는 건 이자카야보다 좀더 술에 치중한 곳입니다. 이자카야는 요리가 중요하다면 사카바는 술이 메인이고 간단한 안주류만 취급한다는 뜻이죠. 게다가 타이슈사카바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대중적인 곳, 그러니까 가격이 저렴하다는 뜻일 것 같아요.
문을 열고 들어서니 왁자지껄한 분위기입니다. 관광객은 1도 없을 것 같은 현지의 분위기. 마침 카운터에 한 자리가 비어 있어서 앉을 수 있었습니다. 왠지 8년 전에도 앉았던 것 같은 그 자리.
메뉴를 보는데 무자키 쇼츄(無邪気燒酒)라는 것이 있네요. 아마 자체 레이블인가 봅니다. 특정 양조장에 얘기해서 레이블을 붙인 것이겠죠. 그걸로 소다와리를 한 잔 부탁했습니다.
마실 것을 먼저 주문한 다음, 본격적으로 안주를 주문하기 위해서 메뉴판을 천천히 살펴봅니다. 오크라, 피망, 누카코(작은 산마) 꼬치가 80엔입니다. 이거 8년 전이랑 가격이 같아요. 그 아래의 모래집, 간, 닭껍질은 100엔이네요. 완전 저렴한 곳이죠.
하지만 오늘 방문의 이유는 바로 이것. 쿠로부타 로스 오뎅을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분케무자키는 쿠로미소 오뎅이 유명하다고 하는데요, 쿠로미소(黑味噌) 한자 그대로 검은(黑) 미소 그러니까 된장입니다. 육수에 검은 된장을 사용한 오뎅인 거죠.
일본의 오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데요. 자세하게 설명하는 건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하기로 하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여러 가지 재료를 육수에 함께 넣어서 익혀 먹는 요리를 모두 오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쿠로부타 로스'를 오뎅 육수에 함께 익혔으니 이것도 쿠로부타 로스 오뎅이 되는 겁니다.
육수를 잘 머금은 무 하나와 쿠로부타 로스 오뎅을 두 장 주문했습니다. 이거, 정말 너무 먹고 싶었습니다. 처음 먹었을 때, 이 녀석 때문에 '쿠로부타'의 매력에 빠졌었거든요.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그맛이 짭짤한 육수와 어우러져서 이게 정말 별미...
였는데, 기억이 미화되는 건가요. 제 기억 속의 그 맛은 아닙니다. 아, 물론 맛있어요. 맛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건 거짓이 아닌데요. 제 기억 속에서의 그 찬란한 맛까지는 아니더란 거죠. 괜히 첫사랑을 다시 만나서 실망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되었습니다. 너무 과장해서 기억하고 있었나봐요.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맛이 있어요. 이거 추천할 수 있습니다. 제 기억이 너무 미화되었단 얘기예요.
다음으로는 저렴한 꼬치들을 주문해 봅니다.
긴코, 키비나고, 이카, 시이타케, 오크라. 다시 말해서 은행, 샛줄멸, 오징어, 표고버섯, 오크라입니다. 전반적으로 간이 쎈 편이라 술안주로 먹기에 너무 맛있습니다. 특히 키비나고 그러니까 샛줄멸이 별미입니다. 이렇게 작은 생선이 어떻게 등푸른 생선같은 기름기를 가득 가지고 있을 수 있죠? 역시 가고시마를 대표하는 별미라고 할 만 하네요.
자, 일단 여기까지만 먹고 일어서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여행의 밤이잖아요. 한 잔 더 마시러 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