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이런 게 목포식 스시인가?

2025 겨울 목포 여행 #9 - 스시 아리

by zzoos




목포를 이번 여행의 목적지로 정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것 중의 하나가 '목포에도 스시야가 있는지' 검색해 보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까지 스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이번엔 왠지 그게 궁금하더라고요. 우리나라의 바닷가 지역에서 먹는 스시는 어떤 느낌일까?


예전에 제주도에서는 꽤 맛있는 스시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솜씨도 좋고 정갈한 맛이었을뿐더러 갈치, 옥돔, 고등어 같은 제주 현지의 생선을 사용했던 것도 좋았어요. 그렇다면 목포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 거죠.




평화광장 한쪽 끝에 자리 잡은 스시 아리
가운데 보이는 화로를 중심으로 일곱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사실 맛에 대한 궁금증보다 더 먼저 든 생각은 '목포에도 제대로 된 스시야가 있긴 있나?'하는 거였어요. 회전 초밥이나 캐주얼한 초밥 체인점들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그것보다 좀 더 접객의 수준도 높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제대로 된 스시를 만드는 곳은 목포 같은 규모의 도시에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노리(김) 소스를 올린 차완무시(계란찜). 김의 맛과 향이 독특한데, 다른 재료가 없으니까 좀 밋밋하다.
무시아와비(찐 전복). 짭조름한 내장 소스 위에 잘 삶은 전복.
타라(대구) 시라코(이리)와 스다치. 스다치는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시라코의 신선함은 끝내줬다.




그래서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검색을 좀 해봤는데요. 목포에도 제대로 된 스시야가 두 군데 정도 있는 것 같더군요. 한 군데는 구도심에 있고, 또 한 군데는 하당 신도시에 있었어요. 그래서 목포에 도착한 첫날, 저녁으로 스시를 먹으러 갔습니다. 다행히 평일이라 그랬는지 한 자리가 비어 있었서 당일 예약이 가능했습니다.


이번에 방문했던 곳은 평화광장의 동쪽 끝에 있는 스시 아리입니다. 오픈한 지 갓 한 달이 지난 매장이라 아직 지도에도 표시가 안 되는 곳이네요. 주소는 이곳입니다.




타코(문어). 푹 졸였는데도 쫄깃함이 살아 있다.
가츠오부시와 하마구리(백합). 가츠오부시의 감칠맛에 백합의 시원함이 가려져서 아쉬웠다.
아나고 야키(붕장어 구이). 살짝 구워서 촉촉한 아나고의 뽀얀 살.
츠마미 하나를 찍지 못했습니다. 안키모(아귀 간)와 혼마구로(참다랑어) 가마도로, 부리(방어) 가맛살이었는데요. 부드러운 안키모의 신선함도 좋았고, 가마도로와 방어 가맛살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츠마미 7점과 스시 11점 그리고 장국과 서비스 요리, 후식을 포함해 총 21품이라서 짧은 코스는 아니었는데요. 다음 예약까지 약 두 시간 반 정도의 식사 시간이라서 거의 딱 맞게 식사를 마쳤습니다. 주문했던 니혼슈 1병은 반 밖에 못 먹었지만, 어차피 다 마시려고 주문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츠마미가 끝나고 스시의 시작을 알리는 오시보리.
히라메(광어). 진한 간장향 덕분에 한식의 느낌이 난다.
니베(민어). 목포니까 먹어볼 수 있는 네타.
마다이(참돔). 좋은 재료를 쓰시는 듯.




전반적으로 요리가 맛있습니다. 뭐랄까 손맛이 있는 집이랄까요? 헌데 그 손맛이 대놓고 '한국적'입니다. 분명히 스시야인데 맛의 뉘앙스는 한국의 뉘앙스예요. 깔끔하고 단정한 일본의 스시야 느낌이 아니라 손맛 좋은 전라도의 국밥집 밑반찬이 생각나는 뉘앙스랄까요? 아주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부리(방어). 샤리의 간이 좀 센 편이라 등 푸른 생선과의 조합이 더 좋다.
아까미(붉은살) 즈케. 샤리와 네타가 딱 맞아떨어졌던 한 점.
주도로(중뱃살). 참치도 좋은 걸 쓰는 듯.




바닷가 도시에 있는 스시야답게 재료들의 퀄리티는 다 좋았습니다. 특히 참치류의 질이 좋았고, 관자도 놀랄 만큼 괜찮았어요. 고등어도 아주 깔끔했고요. 민어로 만든 스시는 처음 먹어봤는데, 인상 깊은 맛은 아니었지만 그런 시도가 재밌었습니다.




호타테(가리비 관자). 먹어본 중 기억에 남는 관자.
우니 군칸마키(성게알 군함말이). 간장향이 성게향을 죽여서 아쉽다.
미소시루는 평범했다.




또 한 가지 독특했던 것은 아나고와 우나기가 모두 코스에 있다는 거였는데요. 특히 우나기는 아주 커다란 양념 구이를 마끼로 말아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셰프님 말씀에 따르면 '구이' 요리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신다고 하네요. 그래서 화로를 아예 가장 잘 보이는 가운데에 만들어 두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고등어 껍질 쪽을 살짝 구워 불향을 입혔다.
사바 아부리(고등어). 샤리가 강하니까 네타가 강할 때 이 집의 매력이 나오는 듯.
반주로 마신 하루카즈미 레드라벨. 예전에 마셨던 놀라운 화사함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반주로는 예전에 아주 맛있게 마신 적이 있는 하루카즈미 레드라벨(春霞 レッドラベル)을 한 병 주문했습니다. 아라마사와 같은 아키타 지역에 있는 양조장인데, 아라마사와 같은 6호 효모를 쓴 니혼슈라고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레드라벨에 한해서는 아라마사에서 양조에 대해 조언을 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그래서 아라마사와 비슷한 뉘앙스가 느껴졌던 니혼슈였거든요.




매장 한가운데에 만들어 두신 화로
우나기 테마끼(장어 손말이). 양념 장어구이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아나고(붕장어). 간장으로 진하게 양념한 포슬한 아나고.




하지만, 오늘은 얘기가 좀 달랐습니다. 처음 마셨을 때와 같은 화사함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처음 열었을 땐 알콜이 좀 튀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화되고 마시기 편해지긴 했습니다만, 예전의 감동을 다시 보여주진 못하더군요.




마무리로는 말차 단팥 모나카.




전반적으로 손맛이 느껴지는 맛있는 음식들이었으나 간이 좀 들쑥날쑥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방문 당시에 오픈한 지 한 달이 안 됐다고 하셨거든요. 좋은 재료를 쓰시는 것 같고 손맛도 있으신 것 같으니 분명히 더 나아질 것 같은 곳입니다. 다른 업장을 오래 하셨어서 그런지 접객은 아주 좋았고요.


여튼 그렇게 목포에서의 첫 식사를 '목포식' 스시로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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