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여행지의 밤엔 혼자서 조용히

2025 겨울 목포 여행 #10 - 밀크앤허니

by zzoos




여행 중 저녁 식사 이후의 밤 시간을 어떻게들 보내시나요. 저는 호텔에 돌아가서 사진을 정리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아이패드를 항상 가지고 다녀요. 특히 여행이 길어질 땐 꼬박꼬박 사진을 정리해둬야 합니다. 여행이 끝난 다음 엄청난 양의 사진 폭탄을 맞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죠. 아,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걸 볼 때도 있습니다. 이건 여행과 상관없이 그저 매일 밤의 루틴 같은 거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보내는 저녁보다 더 좋아하는 건 역시 숙소 근처의 바에 들러서 조용히 한 잔 마시면서 바텐더와 가벼운 얘기를 나누는 겁니다. 바텐더를 통해 현지의 얘기를 더 들을 수 있기도 하고, 어쩌다 옆 자리 손님과 말이 섞이면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그날 밤이 흘러가기도 하거든요.


이번 목포 여행에서도 바를 한 군데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평화광장은 상권이 발달한 곳이니까 혼자서 가볍게 한 잔 마실 만한 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흔히들 말하는 '웨스턴 바' 같은 건 의외로 소규모 도시에도 한두 개씩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이곳, 밀크앤허니입니다.




밖에서 문을 열 수 없으니 노크를 하고 기다려야 한다.




이곳은 입장 방법이 좀 독특합니다. 밖에서는 문을 열 수가 없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노크'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쥔장이 문까지 와서 네모난 핍홀로 손님을 확인하고는 문을 열어주는 식입니다. 금주법 시대에 손님을 가려 받아야 했던 스피크이지바의 문법을 차용하고 있나 봅니다.




생각보다 훨씬 좋은 분위기에 깜짝 놀랐던 첫인상.




가게의 내부는 굉장히 넓습니다. 바에는 10개의 좌석이 있고, 바 뒤편으로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테이블이 하나 있습니다. 2인용이나 4인용의 작은 테이블은 없어요. 내부를 여유롭게 쓰고 있으시더군요.


두 번의 방문 모두 운 좋게 바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만 주말에는 손님이 많아서 바텐더와 얘기하거나 하는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습니다. 혼자서 운영하시더라고요. 손님이 한 번에 몰리면 들어오는 주문을 처리하시느라 정신없으시더군요.




시그니처 칵테일 중 하나인 킵 미 업 레이트




처음 방문했던 날은 저녁으로 고기를 먹었던 날이거든요. 그래서 소화를 도와줄 수 있도록 탄산을 사용한 칵테일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렇게 추천받은 칵테일은 쥔장의 시그니처 칵테일 중의 하나인 킵 미 업 레이트(Keep Me Up Late)입니다. 청포도 소다, 오이, 라임 주스 등을 사용한 상큼한 칵테일이었어요.




시그니처 칵테일 중 하나인 나이스? 니스!




이건 다른 날 방문해서 쿨러류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첫 잔으로 추천해주신, 역시나 쥔장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나이스? 니스! (Nice? Nice!) 입니다. 레몬 주스와 바질을 사용해 상큼한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쿨러였어요.




바텐더의 개성이 드러나는 올드패션드




이쯤 되니 클래식한 칵테일도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가게마다 레시피가 모두 제각각이라 만드는 사람의 개성이 가장 잘 살아하는 칵테일인 올드패션드를 주문해봤습니다. 버번과 라이 위스키 중 어떤 걸로 기주를 할지 물어보길래 버번으로 부탁드렸더니 버팔로 트레이스를 사용하셨군요. 가성비가 좋아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찬찬히 칵테일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봅니다. 조심스럽지만 과감하게 술병을 다루는 방식이라거나 설탕을 미리 녹여둔 비터를 한꺼번에 넣지 않고 잔에 얼음을 하나씩 넣고 돌리면서 잘 어우러지게 하는 방법들을 보니 바텐더가 칵테일 한 잔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 때 아주 좋아했던 글렌드로냑 15년


엄청 오랜만에 마시는 부시밀 12년




백바에 보유하고 있는 위스키들도 허투르지 않더군요. 희귀한 올드보틀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한 보틀들은 거의 다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가격도 괜찮은 편이라서 칵테일을 마신 후엔 위스키도 한두 잔씩 마셨어요.




목포다운 위스키라며 주신 커티샥 프로히비션 오버프루프
바텐더의 조크가 담긴 해장 음료




그러다가 계산을 하려고 하면, 서비스를 한 잔씩 주시더군요. 어떤 날은 목포와 어울리는 걸로 한 잔 준다면서 커티샥을 한 잔 주시더니 어떤 날은 해장 음료를 준다면서 갈아 만든 배를 한 잔 주시더군요. 저는 이게 바텐더의 농담이 섞인 서비스라고 생각하면서 유쾌하게 마셨는데, 어떤 손님들은 호응해주지 못하시고 그냥 돌아서 나가기도 하시더군요.


어쨌든, 목포에서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괜찮은 바를 만나게 됐습니다. 칵테일 실력이 꽤 괜찮네요. 기대했던 것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었어요. 위스키의 가격도 나쁘지 않으니 다음에도 목포를 방문한다면 저녁 식사 후에 들를만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