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자꾸 알려져서 불안한, 최애 맛집

2025 겨울 목포 여행 #8 - 선경준치횟집

by zzoos




목포 출신의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대학 시절 서울로 올라와서 이제 중년이 되었으니 더 이상 목포 사람이 아니라 서울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부부가 모두 목포 사람이고 양가의 부모님과 형제, 남매들이 모두 목포에 살고 있어서 아직도 일 년에도 몇 번씩 목포를 방문하곤 하니, 이 정도면 서울에 살지만 아직 목포 사람이라고 해도 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조금은 외진 해안 도로변에 위치한 선경준치횟집




이 친구와 함께 목포에서 만난 적이 두세 번 있어요. 부모님이 소개해주신 가게도 함께 가고, 목포 현지의 친구들과 만나서 함께 소주를 마시기도 했죠. 그때 소개받은 집 중 하나가 제 마음에 너무 쏙 들어서, 이후 목포에 갈 때마다 꼭! 들러서 저녁을 먹는 곳입니다. 언젠가 제가 택시를 타고 이곳에 가자고 했을 때 기사님이 '외지 사람 같은데 어떻게 이 식당을 아느냐? 여긴 현지인들만 가는 곳인데'라고 하실 정도로 현지인들의 맛집이었던 곳입니다. 최근 어떤 유튜브에 출연하면서 검색하면 꽤 유명해지고 있는 중인가 봅니다. 단골들에게는 오히려 불편한 상황이죠.


아, 제가 스스로 '단골'이라고 말해도 되냐고요? 음... 서울에 사는 사람이 이 가게를 네댓 번 방문했으니, 이 정도면 단골 까지는 아니어도 꽤 좋아하는 편이라고는 말할 수 있겠죠?




병어찜과 준치회무침, 그리고 하나같이 맛있는 밑반찬들




여튼, 이곳의 이름은 선경준치횟집입니다.


위치가 좀 특이하죠. 구도심도 아니고 신도시도 아니고 어디 항구 앞도 아니고 외딴 해안도로 앞에 덩그러니 놓인 가게라서 접근성이 좋다고 말하긴 힘듭니다만, 어찌 알고 다들 찾아오시는지. 이번에 제가 방문했을 때도 거의 만석이었습니다.




풀치 조림
파래 초무침
노각 장아찌




친구가 알려준 이 집의 간판 메뉴는 준치회무침과 아구탕이었습니다만 저는 이 집의 병어찜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병어찜을 주문했습니다. 2인분 이상만 주문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2인분을 달라고 했죠.


아무래도 병어찜은 시간이 좀 걸리는 메뉴잖아요? 그래서 나올 때까지 안주를 하려고 준치회무침도 한 접시 주문을 했습니다. 혼자서 3인분의 메뉴를 주문했네요. 뭐, 어때요? 배불러서 다 못 먹으면 좀 남기고 나오죠 뭐.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 것이 더 아쉽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알고 있습니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 가끔 벌어지는 일이에요.




커다란 병어의 살은 참 부드러웠는데, 생물이 아니라 그런지 살짝 비린내가...




큼지막한 병어가 두 마리 들어 있는 병어찜은 역시나 언제나처럼 그 부드러운 살을 여실히 느낄 수 있도록 약하게 조리되어 있었는데요.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이번에 먹었던 병어찜은 비린내가 좀 났어요.


아무래도 병어는 여름이 제철인 생선이잖아요. 지금은 한 겨울이라서 냉동된 걸 쓰시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냄새가 나는 건 좀. ㅠㅜ 살은 부드럽게 참 잘 익었습니다. 양념도 너무 맛있고, 야채들도 좋았어요. 그래서 좀 아쉬웠습니다.


병어찜은 제가 이 식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예요. 갈 때마다 주문하던 메뉴고요. 적절한 타이밍으로 살짝 익힌 병어의 그 부드러운 살맛이 너무 좋아서 제가 먹어본 병어찜 중 1위로 꼽는 식당이란 말이죠. 역시 병어는 여름에 먹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항상 여름에 목포를 갔었네요. 그래서 병어찜이 더 맛있었던 건가?




준치회무침은 진짜 끝내주는 맛




준치회무침은, 역시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달콤 새콤 매콤한 양념과 부드러우면서 사각거리는 준치의 식감, 거기에 양파 오이 등의 채소가 더해져서 정말 끝내주는 무침이 되었습니다.


비린내가 좀 나긴 했지만 부드러운 익힘 정도는 여전한 그 병어살을 먹고, 입가심으로 준치회무침을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기분이 참 좋아지더라고요. 이거 주문 안 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남은 준치회무침에 밥을 비비면 더 맛있어진다.




결국 아주머니에게 '비빔그릇'을 하나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커다란 대접에 참기름을 듬뿍 뿌려서 주시거든요. 거기에 남은 준치회무침과 공깃밥을 넣고 비볐습니다.


와, 이건 정말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 정도의 맛입니다. 사진을 보고 있는 지금도 다시 입에 침이 고일 정도의, 그런 극강의 맛입니다.


다음엔 꼭! 병어가 물 좋을 여름에 방문해서 이 조합을 다시 도전해야겠어요.




노래방 택시라니, 들어본 적도 없고 상상하기도 힘들다!




기분 좋게 저녁을 먹고 나서 택시를 한 대 불렀습니다. 하당 신도시에 있는 호텔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택시를 탔는데, 수상한 모니터가 있고 마이크도 있더라고요? 이게 뭔지 궁금해하고 있는데, 기사님께서 '핸드폰 번호 뒷자리'를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호출한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는 건가 보다 하고 알려드렸는데, 갑자기 노래가 흘러나오더니 모니터에는 노래 가사가 나옵니다.


아, 이거 노래방 기계네요? 그리고 지금 흘러나오는 노래는 알려드렸던 그 핸드폰 숫자를 입력해서 나온 노래라면서 이게 제 운명의 노래라고 하시는 거예요. ㅋㅋㅋㅋ 난생처음 들어보는 '운명의 노래'를 들으면서 기분 좋게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노래 제목이요? 지금은 전혀 생각도 안 나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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