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에서 떡갈비 한 판

2025 겨울 목포 여행 #19 - 성식당

by zzoos




이번 여행을 출발할 때에는 목포에서 4박을 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목포에서 2박 정도만 하고 나머지 2박은 군산을 가보려고 했어요. 그래서 호텔 예약도 2박만 해두었더랬습니다. 뭐 여러 가지 이유로 결국 목포에서 4박을 하게 되었고, 그게 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군산에 가서 완주옥의 떡갈비를 먹고 싶었거든요. 담양의 부드러운 소고기 떡갈비도 좋고, 돼지고기 함량이 높아 가성비가 좋은 광주의 떡갈비도 좋아합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떡갈비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완주옥의 떡갈비예요. 고기를 다지되 너무 잘게 다지지 않아서 씹는 맛이 제대로 살아 있고, 불맛 나도록 구워서 향도 좋거든요. 무심한 듯 던져둔 마늘편도 좋고요.


뭐, 비싸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소고기라는 것이 무작정 저렴해질 수는 없는 재료이기도 하고요.




추운 겨울밤 떡갈비를 먹으러 들른 성식당




이번 여행에서 완주옥의 떡갈비를 못 먹겠구나,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가 목포에도 떡갈비 집이 몇 군데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 번 방문해 보기로 했죠. 일단 영암 떡갈비는 제 동선과 살짝 떨어져 있었고, 항동 시장 바로 옆에 있는 성식당 본점이 저의 동선에 딱 맞아떨어지더라고요.


유명한 식당이라 예약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마침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막무가대로 방문해 봤습니다. 날이 추운 겨울의 평일이라 그랬을까요? 운이 좋게도 빈자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예약도 없이 방문해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떡갈비 정식의 한 상차림. 아직 밥과 떡갈비가 나오지 않았다.




드디어 떡갈비가 나왔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접시에 넘치도록 담겨 있더군요. 가운데에는 '이것이 소갈비다'라는 의미로 갈비뼈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뼈가 들어간 만큼 빠진 고기는 그 위에 다소곳이 올려두었으니, 결국 한 접시 분량의 소고기인 셈입니다.


스윽 살펴보니 고기의 다짐 정도가 완주옥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아주 기대가 커졌습니다. 군데군데 보이는 잘 익은 그을림 또한 입맛을 자극하는 비주얼이었죠.


그렇게 젓가락으로 한 점을 잘라서 먹어보는데, 어라? 생각보다 고기의 질이 뛰어나진 않습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떡갈비라는 음식은 고기의 질이 좀 낮아도 더 맛있게 먹기 위한 방식으로 그 고기를 다져서 구워 먹는 것이니 고기의 질이 아주 좋을 필요는 없잖아요. 질이 좋은 고기라면 굳이 다질 필요가 있나요? 그냥 구워 먹는 것이 더 맛있는데?




성식당의 떡갈비 한 판




어쨌든 소주를 한 잔 마시고, 다시 한 점을 잘라서 먹어보니. 아, 맛있습니다. 고기의 질 같은 건 잊게 만드는 '맛'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시 소주를 한 잔 마시고, 고기를 먹고, 밥을 한 숟가락 먹고, 반찬을 먹고, 고기를 먹고, 소주를 마시고, ...


이렇게 무한 루프에 빠졌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맛있는 떡갈비였습니다. 여기저기 후기에 남아 있는 안 좋은 얘기들을, 저는 하나도 겪지 않았습니다. 밥도 고기도 반찬도 맛있었고, 직원들도 불친절하지 않았습니다. 무뚝뚝하긴 했지만요.


소주와 함께 차려진 모든 것을 음미하면서 먹다 보니 식사 시간이 좀 길어졌는데요. 당연히 떡갈비도 식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식은 고기들은 따뜻할 때와는 다른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잖아요? 그런데, 이 떡갈비는 식어도 맛있더군요.


그리고 접시가 그리 크지 않아서 양이 적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먹다 보니 꽤 양이 많습니다. 혼자서 먹기엔 충분한 양이었어요.


항구도시의 구도심을 걷다가 만난 떡갈비 한 판이라니. 아주 만족스러운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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