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겨울 목포 여행 #20 - 에필로그
언제나 여행의 마지막 날은 부지런해야 합니다. 평소 워낙 하루를 늦게 시작하는 편이라서 체크아웃 시간 전에 호텔에서 나오는 게, 꽤나 힘든 일입니다.
오늘도 아침에 부지런을 떨었습니다. 짐을 챙겨서 버스를 타고 목포역 근처로 나왔습니다. 역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기차는 오후 2시입니다. 시간이 좀 남았지만 딱히 할 일도 없어서 그냥 목포역의 대합실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대합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니... 어라? 목포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기차 말고, 수서역으로 가는 기차가 있습니다?
아, 그런 것이었습니다. 제가 너무 오랜만에 국내 기차여행을 했던 것입니다. 집 앞에 수서역을 놔두고 굳이 서울역까지 나가서 기차를 탄 것이네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 호남선 외에도 수서에서 출발하는 SRT 호남선도 있었던 것입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SRT에는 호남선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미 예전에 타본 적도 있으면서 말이죠.
부랴부랴 서울역으로 올라가는 KTX의 표를 취소하고 수서로 올라가는 SRT의 표를 다시 예매했습니다. 허허, 나름 여행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이런 블로그까지 쓰면서 경험이나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는데, 당연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게 틀릴 수도 있다는 걸, 그 뻔한 이치를 다시 한번 배우게 됩니다.
처음 계획했던 건 목포 2박, 군산 2박의 여행이었습니다. 목포에서는 평소 좋아하던 선경 준치횟집과 대명관 그리고 그동안 못 가봤던 장터 식당을 꼭 가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군산에서는 완주옥을 꼭 다시 가고 싶었죠. 그리고 목포와 군산은 일제 강점기의 건물들이 남아 있는 거리의 풍경이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어서 사진이나 이야기에 통일성도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여행 중간에 체력 이슈가 생겨버렸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며칠 동안 도통 밤에 잠이 오질 않아서 결국 체력을 다 망쳐버렸거든요. 게다가 목포에서 군산으로의 이동은 기차 한 번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생각보다 교통이 불편한 구간이란 말이죠. 그러니 차라리 목포에서 그동안 못 가본 맛집들을 더 가보자! 고 목표를 수정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여유도 생겼고, 스시를 먹거나 떡갈비도 먹고, 새로운 바를 찾아다녀 볼 수도 있었죠. 구도심을 천천히 더 돌아볼 수 있었던 것도 물론이고요.
결과적으로 목포에서 여유로운 4박을 한 것이 이번 여행을 더 알차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아요. 특히 저처럼 계획을 설렁설렁 세우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아무리 자세하게 알아보고 계획을 짜더라도 현지에서는 다채로운 이유로 계획이 틀어지고, 마음이 바뀌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아예 빈틈이 많은 계획을 짭니다. 워낙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요즘엔 핸드폰만 꺼내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니 바로바로 대응하고 움직이기도 쉽잖아요. 이번에도 목포 2박은 미리 예약했지만 군산의 2박은 아예 예약도 안 하고 출발했어요. 목포에서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이미 했던 거죠.
자, 그렇게 설렁설렁 계획했던 목포 여행이 끝났습니다. 정말 오랜만의 국내 여행이었어요. 렌터카를 몰지 않고 걷는 여행도 오랜만이었고요.
아마 다음 여행은 다시 일본의 어딘가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좀 더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녀볼까 해요. 다음 여행지가 어디일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조만간 지금과 비슷하게, 별로 재미는 없고 그다지 유익하지도 않은 여행기를 다시 들고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