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카라츠와 요부코 - #6 하도미사키 소라구이
나나츠가마(七ツ釜) 유람선을 탈 수 없는 건 아쉬웠지만 덕분에 요부코의 골목을 좀 더 산책할 수 있었습니다. 요부코 텐만구(呼子 天満宮)도 볼 수 있었고, 요부코를 충분히 구경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다행입니다.
이제는 요부코에 작별을 고할 시간입니다. 오늘 날씨가 좋으니 이제 하도미사키(波戸岬)를 구경하러 갈 겁니다. 요부코에서 버스를 타면 약 20분 정도 걸리는 곳입니다. 별로 멀지 않은 곳이죠. 그러니 요부코에 왔다면 하도 미사키는 꼭 들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료칸에서 체크 아웃하고서 요부코 아침 시장도 구경하고, 유람선도 탈 생각이었기 때문에 바로 이곳, 요부코 버스 터미널에 있는 코인 락커에 짐을 맡겨두었습니다. 11시 46분에 출발하는 하도미사키행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습니다. 날씨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 어제는 밤새 비가 내렸는데 말이죠.
버스를 탔는데, 버스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예쁩니다. 바다가 보이는 길을 달리다가 산길로 접어들기도 하네요. 날씨도 좋고 풍경도 좋으니 좀 더 달려도 괜찮겠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도미사키에 도착할 때 즈음, 손님은 저 혼자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기 위해 하차 벨을 눌렀죠. 그랬더니 버스 기사님께서 "혹시 하도미사키에 가려는 건가요?"라고 물어보시더군요. 그렇다고 했더니 버스 정류장이 아니라 하도미사키 주차장 앞에 세워주셨습니다. "다시 나갈 땐 여기에서 탈 수 없으니 정류장 위치에서 타셔야 해요."라고 주의할 점도 알려주셨습니다.
버스 정류장은 주차장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거든요. 하도미사키를 구경하기 위해선 주차장 쪽으로 가야 하니까 더 편한 곳에 내려주신 거죠. 무거운 트렁크도 하나 들고 있었으니 저에겐 아주 큰 도움이었습니다. 너무 감사했어요.
트렁크를 질질 끌고 사진으로 보던 바로 그곳, 소라구이 가게가 모여 있는 건물의 문을 열었습니다. 정말이지 사진으로 본 그대로, 상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더라고요.
한 가지 예상과 달랐던 점은 호객행위가 전혀 없다는 점이었어요. 여러 곳의 가게 중 가운데 가게의 아주머니가 비어있는 가게로 손님들을 안내해 주셨어요. 그러니까 서로 손님을 앉히려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차례대로 손님을 받고 있는 것이었죠. 신기했습니다.
티 나지 않는 작은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모든 가게가 만석이 되면 손님들을 한곳에서 기다리게 하고, 기다린 순서대로 빈자리에 배정하는 그런 식이더라고요.
이곳을 처음 알게 된 것은 TV에서 본 어떤 여행 다큐멘터리에서였습니다. 큐슈의 올레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고, 이곳 하도미사키는 큐슈 올레길 중 카라츠 코스의 종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소라구이를 먹는 장면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나도 언젠가 저곳에 가봐야지. 라는 다짐 아닌 다짐을 했던 거죠. 어쩌면 이번 여행의 목적지를 결정할 때, 그 기억이 강하게 작용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올레길'이라는 명칭이 왠지 익숙하시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올레길이 맞습니다. 제주도의 올레길이 수출되어 큐슈에서도 올레길을 만든 거거든요. 헌데, 하도미사키가 포함된 카라츠 코스는 이제 더 이상 큐슈 올레길이라는 이름으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은가 봅니다. 홈페이지에서 해당 코스를 찾아볼 수 없더라고요.
얘기가 길어졌는데요. 소라구이를 먹으러 왔으니 일단 소라구이를 한 접시 먹어야죠. 아주머니가 화로에서 소라를 계속 굽고 계시기 때문에 주문하면 거의 바로 한 접시를 내어 주십니다. 그리고 종이컵에 녹차도 한 컵 주시더군요.
한 접시에 소라는 네 개, 좀 큰 것과 작은 것이 섞여 있었습니다. 뾰족한 도구를 하나 주시는 데요, 그걸 이용해 소라를 뽑아 먹으면 됩니다. 아주머니가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주셔요. 저는 소라 종류를 워낙 좋아해서 많이 먹어봤기 때문에 내장이 끊기지 않도록 끝까지 뽑아서 먹었죠.
그저 소라를 구웠을 뿐인데 왜 맛이 좋은 걸까요? 분위기 때문일까요? 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먹다 보니 버터 향이 느껴지네요. 그래서 아주머니한테 여쭤봤더니 버터도 좀 넣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맛있었던 거였어요.
소라 네 개로 점심을 대신할 순 없겠어서 오징어도 한 접시 주문했습니다. 소금구이와 간장 구이를 두고 고민을 좀 하다가 역시 일본에선 간장 소스지 싶어서 그걸로 주문했어요. 어젯밤에 회로 먹었던 오징어, 오늘은 간장 구이로 먹는군요.
소라구이와 오징어 구이로 점심을 해결하고 나서는 하도미사키를 산책했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드디어 이번 여행의 베이스캠프인 카라츠로 돌아갑니다.
버스 시간에 맞춰 하도미사키 국민숙사(波戸岬国民宿舎)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이 버스는 약 한 시간 정도 달려서 카라츠의 오테구치(大手口)까지 가는 버스예요. 오테구치는 카라츠의 버스 터미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카라츠를 지나는 버스는 모두 이곳을 지난다고 생각하면 되는 곳이에요. 대합실 분위기를 보면 딱 시외버스 터미널의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