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카라츠와 요부코 - #7 하도미사키 산책
하도미사키에서 소라구이를 먹고 나서,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사진이 좀 많아서 앞선 포스팅에 포함하지 못하고 별도의 포스팅으로 준비했어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곳에서의 산책, 정말 좋았습니다. 이렇게까지 좋을지 전혀 기대하지 못했어요. 그저 소라구이가 먹고 싶어서 갔던 곳인데 생각보다 훨씬 좋은 풍경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던 곳입니다. 덕분에 사진과 영상을 잔뜩 찍었어요.
그래서 이 포스팅은 이야기보다는 사진과 영상이 위주가 될 예정입니다. 부디 저의 사진과 영상으로 겨울 바다를 간접적으로나마 즐기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주머니들이 소라를 구워주시는 가게에 짐을 맡겨두고, 건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하도미사키 해수욕장이 보입니다. 잔잔한 파도와 넓은 백사장이 있는 곳이니 여름에는 가족 단위의 휴양객들도 많을 것 같은 곳이에요.
겨울인데도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았지만, 유난히 커플들도 많이 보이더군요. 이곳이 커플들의 로맨틱한 여행지로 추천받는 곳이라 그런가 봅니다.
해수욕장 옆으로 작은 산책로가 하나 있습니다. 산책로 옆으로는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어요. 그리 길지 않은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좀 불었지만 햇살이 좋았고 하늘이 너무 맑았어요. 기분 좋은 산책이었습니다. 파도 위로 떨어지는 햇살이 부서지면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어요.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장면이었습니다.
그저 '사가현'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징어와 소라를 먹기 위한 여행을 계획했던 거였거든요. 이렇게까지 예쁜 바다를 보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사실 이곳의 바다는 저에게 '이국적'인 바다는 아니었어요. 친구들에게 사진만 보여주면 제주도나 남해안 어딘가의 바닷가라고 할 것 같을 정도로 한국의 바닷가와도 닮아 있습니다.
헌데 이 겐카이나다(玄界灘)는 실제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는 바다가 맞잖아요? 위도상 제주도와 비슷한 곳이고 한국의 남해안을 바라보고 있는 바다니까요. 그러니 제주도나 남해안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계속 걷다 보면 작은 갈대밭도 나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산책 코스인데 변화가 아주 다채로워요. 새로운 장면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그래서 더 재밌는 산책이었습니다.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었어요.
작은 언덕을 넘어가니 새로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잔잔한 해수욕장과는 아예 다른 거친 바다가 넓게 펼쳐지네요. 왠지 바람도 더 거세게 불어오는 느낌입니다.
근데, 이 바다. 정말 제주도의 바다와 많이 닮았네요. 짙푸른 바다의 색깔과 검은 바위들. 제가 좋아하는 표선의 바닷가가 떠오릅니다.
짙푸른 바다 위에 하얀 파도의 포말이 생기는 걸 보면서 조금 더 걸으면, 돌로 만든 토리이(鳥居)가 하나 나타납니다. 미사키 진자(岬神社)라고 쓰여있어요. 바닷가에 신사가 하나 있나 봅니다.
길을 따가 걸으면 길의 끝에 등대가 하나 나타납니다. 그리고 등대 앞에 미사키 진자가 있어요.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곳입니다.
신사 옆으로 샛길이 바다로 이어지더라고요. 길을 따라 조심히 내려갔더니 짙푸른 바다 앞에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습니다. 구글맵에 고신타이노 이와(御神体の岩)라고 쓰여 있는 걸 보니, 미사키 신사에서 신으로 모시고 있는 바위인가 봅니다. 고신타이노이와라는 말은 '신이 깃들어 있는 바위'라는 뜻이라고 하니 말이죠.
신사와 등대를 보기 위해 걸었지만, 정작 제가 본 것은 바다였습니다. 제주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바다가 아름답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거든요. 오히려 그 익숙함 때문인지 더욱 눈과 피부에 깊이 느껴지는 바다였습니다.
걷다가 멈춰 서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했어요. 이번 여행이 이렇게까지 겨울 바다를 느끼는 여행이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아, 여기서 제가 무계획한 인간이라는 것이 다시 드러나네요. 보통은 여행 전에 '보고 싶은 것을 정해서' 출발하잖아요? 저는 무작정 여행지를 결정해 버리고는 아무것도 모른 채 현지에 도착해서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면서 감동하는 편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소라를 먹어보려고' 하도미사키에 왔다가 그곳의 '바다'에 반해버렸네요.
등대와 신사가 있던 곳에서 다시 주차장 쪽으로 돌아오는 길, 이번엔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널찍한 평지가 보이고 몇 개의 조형물도 서 있는 곳입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어요. 공휴일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많이 보이네요. 그리고 이곳이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관광지라는 뜻이겠죠.
엄청 오랫동안 걸어 다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산책은 한 시간 남짓이었습니다. 별로 긴 코스가 아니에요. 하도미사키에 버스에서 내리고, 소라구이를 먹고, 길을 따라 하도미사키를 빙~ 둘러본 것을 다 합쳐서 한 시간 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곧 버스가 출발할 시간입니다. 고민을 잠깐 했어요. 다음 버스는 한 시간 뒤에 있거든요.
한 시간 정도 바다를 더 구경할까? 아니면 지금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호텔에 돌아가서 체크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카라츠까지 가는 데에도 한 시간이 걸리고, 버스에서 내려 호텔까지 가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너무 늦어지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소라를 구워주신 아주머니께 맡겨두었던 트렁크를 찾아서 버스를 탔습니다. 카라츠까지 한 시간.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겐카이나다와 카라츠만을 보는 것은 그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카라츠 도착. 이제부터는 카라츠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