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가라쓰와 요부코 - #10 사가규 요시무라야
하도미사키(波戸岬)에서 가라쓰의 호텔 리베르까지는 꽤나 먼 길이었습니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짐을 좀 정리했어요.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던 몸을 침대에 눕혀서 좀 쉬었습니다.
첫 사가현(佐賀県) 여행, 사가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사가규(佐賀牛)겠죠.
오늘 저녁은 사가규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라쓰에서 어떤 가게에 가면 사가규를 먹어볼 수 있을까 구글맵과 타베로그를 이용해 검색해 본 결과 요시무라야(よしむらや)라는 곳이 퀄리티 좋은 사가규를 취급한다는 것 같습니다.
호텔 로비에 내려가 예약을 부탁했습니다. 오늘 오후 6시. 다행히 예약에 성공했어요. 다시 방으로 올라가서 나머지 휴식을 취하기로 합니다.
호텔에서 시내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라서 충분히 걸을 수도 있지만, 오늘은 좀 피곤하니까 택시를 타기로 합니다. 예약 시간에 맞춰서 로비로 내려왔어요. 로비에 앉아서 GO! 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려는데, 택시가 안 잡힙니다.
아뿔싸, 호텔 로비에 공지 사항이 하나 붙어 있네요. 가라쓰에는 택시가 많지 않아서 출근시간, 퇴근시간에는 택시 호출이 안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입니다. 호텔 카운터에 가서 택시를 불러줄 수 있는지 물어보니, 택시 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택시를 호출해 주셨습니다. 다행이네요.
택시를 타고 가라쓰 시내로 가는 동안, 택시 안에도 안내문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택시를 '호출'하는 경우에는 300엔의 호출 요금이 생긴다는 안내문이었습니다. 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앱이나 전화로 택시를 호출하는 경우에는 생기는 요금이네요.
잠깐 사이에 두 개의 안내문을 만났는데, 둘 다 딱! 저에게 해당하는 안내문들입니다. 어쨌든 택시보다는 걷거나 버스를 타야겠다는 다짐 비슷한 것을 하게 됩니다.
가라쓰 시내에 도착했습니다.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어요. 거리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낮에 영업하던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저녁에 영업을 시작하는 가게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아서 거리가 많이 한적합니다.
예약한 가게 앞에 도착하니 사가규를 취급한다는 푯말이 여러 개 붙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BMS7 이상의 프리미엄 사가규를 취급한다는 푯말이네요. 기대가 커집니다.
일본에서 유명한 소고기라고 하면 역시 마츠자카규와 고베규를 들 수 있겠죠. 희귀성, 역사, 마케팅 등이 어우러져서 일본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는 소고기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지역들입니다.
미야자키규나 사가규도 오래전부터 유명한 지역입니다. 특히 와규의 품질을 평가하는 대회(全国和牛能力共進会)에서의 최근 수상 경향은 미야자키, 가고시마 등 큐슈 지역이 강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사가규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 온 전통의 강자 중 하나고요.
BMS 등급은 마블링이 촘촘하고 예쁘게 분포하는 것을 평가한 점수이고 1~12점까지의 점수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8점 이상이면 최고급으로 본다고 합니다. 한우 1++이 대략 BMS 9 정도의 마블링이라고 보면 됩니다. 솔직히 BMS 11점 이상은 고기의 영역을 지나 어딘가 극단적인 영역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해요.
자, 어쨌든 저는 지금 바로 그 '사가규'를 먹으러 온 것입니다.
입장해서 예약한 이름을 말하니 카운터 석으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카운터에는 대략 6석 정도가 있었고, 뒤쪽으로는 룸처럼 구분된 테이블들이 있었어요.
가게는 그리 넓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좁은 곳은 아니었고, 최신식의 깔끔한 가게는 아니었지만 적당한 정도로 격식을 갖춘 곳이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마음이 편해지는 정도의 가게였어요.
메뉴판을 살펴보니, 샤토 브리앙이 있더군요. 압도적으로 비싼 가격이었지만 궁금해졌어요. 마블링 가득한 와규의 고소함을 찾아왔는데 가장 비싼 고기는 오히려 마블링이 적은 안심 중 가장 좋은 부위인 샤토브리앙이었으니까요.
참고로 일본은 한국보다 소고기 부위를 세분화하지 않기 때문에 1:1로 매칭할 수는 없습니다만 대략적으로 히레(ヒレ)가 안심, 사로인(サーロイン)이 채끝, 로스(ロース)가 등심, 카루비(カルビ)를 갈비 정도로 보면 됩니다.
샤토브리앙(シャトーブリアン) 한 접시와 죠카루비(上カルビ) 한 접시를 주문했습니다. 마실 것으로는 야쿠시마의 이모 쇼츄인 미타케(三岳)를 소다와리로 부탁했어요.
카운터에 앉으니 고기를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더라고요. 지금 손질하고 계신 저 고기, 저는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한 등심인 줄 알았습니다. 마블링이 너무 예쁘게 박혀 있잖아요.
헌데 저게 제가 주문한 샤토브리앙이었습니다. 저게 안심이란 말이죠. 안심에도 저런 마블링이 박혀 있단 말이죠. 역시 와규의 마블링은 대단하네요. 비주얼만으로도 맛이 기대가 됩니다.
물론 마블링이 많다고 맛있는 고기라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오늘은 바로 그 마블링의 맛을 즐기러 온 거니까요.
드디어 등장한 샤토브리앙과 갈비입니다. 갈비의 마블링도 끝내주네요. 함께 구워 먹을 야채도 조금씩 곁들여 주시는군요.
참고로 일본의 카루비는 우리처럼 갈비에 붙어 있는 고기가 맞습니다. 특히 토쿠죠카루비(特上カルビ)나 죠카루비(上カルビ)는 일반적으로 가장 맛있는 갈비인 6,7,8번대에서 발라낸 고기를 정형한 것이죠. 하지만 정형 방법이 달라서 뼈를 붙이지 않고 사각형으로 슬라이스 한 모양이라 우리가 생각하는 '갈비'와는 모양이 좀 다릅니다.
굽습니다. 영롱한 샤토브리앙을 화로에서 굽습니다.
저는 소고기를 충분히 익혀서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좋은 고기는 충분히 익혔을 때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관리가 잘 된 고기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레어에 가까운 고기는 맛보다 질감으로 먹는 것이라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안심은 너무 익혔을 때 퍽퍽해지기 쉽죠. 그래서 일단 첫 점은 좀 살짝 익혀서 먹어봤습니다. 포텐셜이 느껴지더군요. 이 안심은, 아니 이 샤토브리앙은 충분히 익혀도 되겠다. 그만한 온도를 견딜 수 있는 녀석이다.
네, 그건 사실이었습니다. 이 샤토브리앙은 마블링이 충분해서 익혔을 때 수분을 잃지 않아요. 그러니 많이 익혔을 때도 퍽퍽해지지 않습니다. 질감도 좋아지고 맛도 더 좋아집니다. 퀄리티가 아주 높은 샤토브리앙이었어요. 이 정도의 고기를 3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먹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미타케의 소다와리를 다 마시고 나서는 시치다(七田) 준마이긴조를 1홉 주문했습니다. 사가규를 먹으니까 사가현의 술을 주문했죠. 깔끔하게 떨어지는 현대적인 느낌이 드는 맛이었습니다.
사가현은 사가규 외에 니혼슈도 유명한 곳입니다. 시치다를 비롯해서 그 유명한 나베시마(鍋島)가 바로 사가현의 니혼슈예요. 저는 니혼슈보다 쇼츄를 더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만, 이번 여행은 사가의 여행이니까 니혼슈도 적극적으로 마셔볼 생각입니다.
당연히 갈비도 맛있더군요. 폭발하는 지방의 풍미랄까요. 입에서 녹는 듯이 사라진달까요. 말 그대로 한 점 한 점 감탄하면서 먹었습니다.
중간에 김치를 주문하고 싶었지만 타이밍을 놓쳤어요. 어설프게 주문했다간 김치를 먹기 위해 고기를 추가 주문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겨우 두 접시 먹고 끝내는 거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입이 짧은 편이라서 벌써 배가 부릅니다. 게다가 아직 1차니까 앞으로 2차, 3차 더 먹고 마시려면 이 정도에서 끊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비싼 고기 두 접시와 쇼츄 소다와리 한 잔, 니혼슈 1홉을 먹고 마셨습니다. 총비용은 7,120엔. 제가 주문한 고기들은 가게에서 가장 비싼 것들이었거든요. 인증받은 사가규의 높은 퀄리티를 이 정도 가격에 먹는다는 걸 생각하면 아주 훌륭한 가성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