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가라쓰와 요부코 - #15 아리가타야
4박 5일의 여행 중 3일 차의 아침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서두르지 않습니다. 천천히 일어나 대욕장에 가서 씻었습니다.
사용한 타월을 가방에 넣어 방 밖에 걸어두고, 쓰레기통도 문 앞에 두었습니다. 친환경이라는 핑계로 숙박객들에게 귀찮음을 전가하는 호텔의 정책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비용을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하면, 이 정도의 귀찮음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
느지막이 일어나 오전의 일과를 마쳤으니, 이제 점심을 먹으러 나갑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나카마치(中町)에 있는 멘야 쇼(麺屋 將)입니다. 제가 하카타식 돈코츠 라멘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추천받은 집이에요. 가라쓰에서는 가장 핫한 라멘집이 아닌가 싶습니다.
호텔에서 나와 버스를 탔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이폰에 등록해 둔 ICOCA 카드를 잘 썼습니다. 구마모토나 가고시마에서는 별도의 카드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귀찮아서 그냥 현금을 썼었거든요. 후쿠오카와 가라쓰에서는 전국 공용 IC 카드를 쓸 수 있으니 편하네요. 특히 아이폰에 등록한 교통카드는 그냥 핸드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되니까, 정말 편해요.
아, 이럴 수가. 하필이면 오늘이 라멘 쇼의 정기 휴무일입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이런 경우가 많아요. 몇 시까지 영업하는지, 인기 있는 메뉴가 뭔지, 평점이 높다면 예약을 해야 하는지 등은 미리 알아보면서 매번... 정기 휴일이 언제인지를 체크하지 않습니다.
가게 앞에서 잠깐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습니다. 식당이 이곳 하나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어차피 시내에 나왔으니까 점심을 먹을 식당은 많이 있을 겁니다. 시내 구경도 할 겸 여기저기 걸어 다니다 보면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이 골목 저 골목 한참을 걷다가 발견한 가게입니다. 가게 앞에 있는 메뉴판을 보니 돈카츠 정식, 쇼가야키 정식, 가라아게 정식 등 일반적인 식사 메뉴를 취급하는 가게네요. 딱, 이런 식당을 찾고 있었어요. 메뉴가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네요. 게다가 저렴하고요.
가게 이름은 아리가타야(ありがたや)입니다. 번역을 해보자면 '고마운 집'이라고 할 것 같아요. 아리가토(ありがとう)를 활용한 네이밍인가 봅니다. 실제로 일본에 이런 식의 가게 이름이 좀 있다고 합니다. 아리가타야는 고마운 집, 시야와세야(しあわせや)는 행복한 집, 우마이야(うまいや)는 맛있는 집 같은 네이밍 말이죠.
점심 먹기에 조금 이른 시간이었을까요? 가게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카운터에 7~8석 정도의 좌석이 있고, 사진 반대편에 신발을 벗고 올라가 앉는 좌식 테이블이 2~3개 있었어요. 깔끔하고 조용한 가게입니다. 아주머니 두 분이 영업하고 계셨어요. 한 분은 홀 담당, 한 분은 주방 담당이신 것 같았습니다. 카운터 뒤쪽에 쇼츄병들이 쌓여 있는 걸 보면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도 할 수 있는 가게인가 봅니다. 쿠로키리시마(黒霧島) 같은 쇼츄를 키핑 해두고 마시는 그런 정말 동네 식당입니다.
주문을 하고, 가게를 구경하다 보니 금세 만석이 되었어요. 역시 동네 아저씨들에게 인기 있는 곳인가 봅니다.
돈카츠 정식과 아지후라이 정식 중에서 고민을 하다가 제가 선택한 것은 아지후라이 정식(アジフライ定食)입니다. 일본에서는 왠지 전갱이를 먹고 싶어 집니다. 한국에서 잘 먹지 않는 생선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참고로 가라아게(唐揚げ)와 텐푸라(天ぷら) 그리고 후라이(フライ)는 모두 튀김 음식이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가라아게는 밀가루나 전분가루를 가볍게 묻혀서 튀기는 거고요, 텐푸라는 물반죽을 한 튀김옷을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후라이는 튀김옷에 빵가루까지 사용해서 더 바삭하게 만드는 거라고 해요. 일상생활에서는 그냥 튀긴 걸 다 후라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예상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려서 주문한 메뉴가 나왔습니다. 전갱이 튀김과 샐러드, 튀긴 두부를 간장에 조린 것, 쯔께모노, 야채 볶음과 미역이 들어간 된장국이었어요. 하나같이 집밥처럼 맛있었습니다. 어머니나 할머니의 손길이 느껴지는 맛이랄까요.
딱 한 가지, 아지후라이에서 비린내가 좀 났습니다. 아무래도 이 집의 인기 메뉴가 아닌가 봐요. 돈카츠나 가라아게 정식을 많이들 시키더라고요. 전갱이가 보들보들하도록 튀긴 상태는 너무 좋았는데, 비린내가 살짝 나더라고요. 등 푸른 생선이라서 더욱 강했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소스를 듬뿍 찍으면 잘 느껴지지 않았어요.
깔끔하고 친절하고 저렴하고 맛있는 곳입니다. 특별한 메뉴를 취급하지는 않지만 전형적인 일본의 동네 식당 메뉴들이라서 좋죠. 여행이라고 하면 특별한 맛을 자꾸 찾게 되잖아요? 끼니마다 특별한 것들을 먹다가 질렸을 때, 일본인들의 평범한 식사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추천할 수 있는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