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가라쓰와 요부코 - #16 카가미야마 전망대
가라쓰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역시 가라쓰 성(唐津城)과 니지노마츠바라(虹ノ松原) 일 겁니다. 그래서 저의 일정에도 이 두 곳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원래 오늘은 가라쓰 성, 내일은 니지노마츠바라였죠. 헌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날씨가 너무 좋더라고요. 이런 날에는 전망대에 올라가서 바다와 함께 니지노마츠바라를 보는 장면이 기가 막힐 것 같아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오늘은 니지노마츠바라를 보러 갑니다.
니지노마츠바라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로는 카가미야마(鏡山) 전망대가 유명합니다. 지도를 보니 니지노마츠바라 역이 가장 가깝더군요. 거기서 택시를 타면 전망대에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걸어서 올라가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굳이 그러고 싶진 않았어요.
점심을 먹고 JR을 타기 위해 가라쓰 역에 도착했습니다. 니지노마츠바라 역까지는 JR로 3 정거장입니다. 가까운 거리죠.
기차가 올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았길래 관광안내소로 갔습니다. 혹시라도 전망대까지 가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택시를 타고 올라가서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게 괜찮은 건지도 확인받고 싶었어요.
일단, 전망대까지 가는 버스 같은 것은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택시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다만, 니지노마츠바라 역은 너무 작은 무인역이라서 택시가 없을 거라고 하시면서 히가시가라쓰(東唐津) 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라고 팁을 알려 주셨습니다.
관광안내소에 물어보길 잘했네요. 니지노마츠바라 역으로 가면 안 되고, 히가시가라쓰 역으로 가야 하는 거였습니다!
JR을 타고 두 정거장. 히가시가라쓰 역까지 갑니다.
역에 내려서 북쪽, 그러니까 큰길 쪽 출구로 나갔더니 택시 정류장이 있고, 택시가 한 대 기다리고 있더군요. 택시가 없다면 GO 앱을 사용해도 되겠습니다만, 아마도 대기하는 택시가 있을 겁니다.
택시 기사님에게 카가미야마 전망대로 가자고 얘기하고 출발합니다. '도착하면 잠깐 기다려주실 수 있나요?'라고 여쭤봤더니 익숙하다는 듯이 알겠다고 하시네요. 정말 많은 분들이 택시를 이용해 전망대를 다녀오나 봅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꽤나 꼬불꼬불합니다. 차는 속도를 낼 수 없고 연신 핸들을 이쪽으로 저쪽으로 돌려야 하는 코스입니다.
그러다가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을 한 명 발견했습니다. 아, 나는 택시 타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길을 걸어서 올라가다가는 오늘의 체력을 모두 써버렸을 겁니다. 그랬다면 이후의 일정은 모두 취소하고 호텔에 누워있었어야 했겠죠.
왕복 택시 비용은 5,450엔, 그러니까 대략 5만 원 정도였습니다.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후회가 없는 비용이었어요. 전망대를 포기하기엔 경치가 너무 좋았고, 걸어서 올라가기엔 체력적인 부담이 너무 클 것 같아요.
전망대까지는 대략 15분 정도가 걸립니다. 꼬불꼬불 산길을 느린 속도로 돌아서 올라오는 것이라 시간이 걸릴 뿐 굉장히 가까운 곳이긴 합니다.
택시에서 내리면서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10분에서 20분 정도면 됩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기사님은 상관없다는 듯이 다녀오라고 하시더군요. 참고로 택시의 요금은 이 시간에도 올라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기사님은 정말 상관없으실 거예요.
우와~!!
첫인상은 그것이었습니다. 우와~~!!!!
마침 오늘 날씨가 좋았던 것도 한몫했겠지만,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 그리고 그 앞에 펼쳐져 있는 녹색의 소나무 숲은 사진으로 본 것과 또 다른 감흥을 주었습니다.
정말 예뻤어요.
아니 단순하게 예뻤다고만 말하기에는 좀 다른 기분들도 함께 느껴졌습니다.
탁 트인 시원한 하늘과 멀리까지 펼쳐진 바다에서 느껴지는 개방감 같은 것도 좋았고, 동그란 모양으로 바다를 안고 있는 가라쓰만의 모양이라던가 그 모양대로 바다를 품고 있는 니지노마츠바라의 포근함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와서 쉬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단순한 감정이나 감흥과는 달랐습니다.
참 좋은 곳이었어요.
니지노마츠바라는 일본의 3대 송림(松林)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소나무 숲이라고 해요. 나머지 두 군데는 시즈오카현의 미호노마츠바라(三保の松原), 후쿠이현의 게히노마츠바라(気比の松原)라고 하네요.
그나저나 일본에는 '3대 OOO'라고 부르는 것들이 참 많죠. 도대체 그 많은 것들을 누가 다 정하고 지정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뭐 어떤가요. 어쨌든 그만큼 유명한 곳이고, 볼만한 곳이라는 뜻이겠죠.
세계 3대 야경 중 하나라는 하코다테, 신 세계 3대 야경 중 하나라는 나가사키, 일본 3대 명승지 중 하나라는 미야지마, 일본 3대 성 중 하나라는 구마모토 성, 일본 3대 폭포 중 하나라는 나치 폭포 등 여러 군데를 가봤는데요. 실제로 다들 정말 멋진 곳들이더란 말이죠.
그러니 근거가 빈약하다고 무시하기보다는 근처로 여행을 간다면 시간을 내서 둘러 볼만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니지노마츠바라 얘기로 돌아와서요.
이곳은 사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소나무 숲이 아니라고 해요. 17세기에 방풍/방사를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숲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니리마츠바라(二里松原) 같은 이름으로 불리다가 메이지 시대에 들어서야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니지(虹)'라는 단어는 '무지개'라는 뜻이거든요. 아마도 니리(二里)와 발음도 비슷하고, 숲의 모양이 무지개처럼 둥그런 호를 그리고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겠죠.
전망대에서 보낸 시간은 딱 15분입니다. 아무래도 기사님이 기다리고 계시니까 마냥 시간을 끌 수는 없더라고요. 15분 동안 쉴 새 없이 사진과 영상을 찍고서 다시 택시를 탔습니다.
이번엔 니지노마츠바라 역으로 가달라고 말씀드렸어요. 이젠 '무지개 소나무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갈 생각이거든요. 이 산책을 위해서 체력을 아껴두었던 것이기도 해요.
이 산책에 대한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