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숲을 걷다.

2026 가라쓰와 요부코 - #17 니지노마츠바라

by zzoos




니지노마츠바라(虹ノ松原)는 가라쓰만(唐津灣)을 무지개처럼 둥글게 안고 있는 소나무 숲입니다. 대략 5km 정도 된다고 하니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 정도 걸리겠죠. 17세기에 방풍 및 방사를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숲이라는데, 그 규모가 놀라워요.


숲 속에서는 숲을 볼 수 없으니 먼저 카가미야마 전망대(鏡山展望台)에 올라서 숲 전체를 보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히가시가라쓰(東唐津) 역에서 택시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구경하고, 같은 택시를 타고 내려왔어요.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버스가 없으니 어쩔 수 없었죠.




특별명승지. 니지노마츠바라 국유림.


역 앞의 자판기에서 음료를 보충한다. 꽤 오래 걸어야 하니까.




숲 위에서 숲 전체를 바라봤으니 이제는 숲 속을 걸어볼 차례입니다.


니지노마츠바라 역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음료를 보충하고, 본격적인 산책을 시작합니다. 한 시간 이상 걷게 될 테니 만반의 준비가 필요해요.


참고로 니지노마츠바라를 '전부' 걷기 위해서는 하마사키(浜崎) 역에서부터 걸어야 하겠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숲의 이름을 딴 역을 구경하고 싶었거든요. 뭐, 아주 작은 무인역이라서 딱히 볼 게 없긴 했지만요.




소나무 숲 사이로 뻥 뚫린 길은 드라이브하면 딱 좋게 생겼다.


걸어도 걸어도 끝없이 보이는 소나무들


이렇게까지 큰 소나무숲을 본 적이 있던가?


오후 두 시의 햇살이 소나무 숲 속을 비춘다.




당연하게도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소나무입니다. '소나무 숲'이라고 했으니 그게 당연한 건데, 그래도 그게 참 신비로운 느낌입니다.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잖아요.


오후 두 시의 햇살은 적당히 따뜻했습니다. 겨울이지만 겨울 같지 않은 걷기 좋은 날씨였어요.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따뜻한, 그런 날씨 아시죠?


소나무 숲을 관통하는 2차선 도로가 쭉 뻗어 있는데요. 이 길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것도 아주 기분 좋은 일일 것 같습니다. 다만, 찻길을 따라 걷는 건 조금 위험했어요.




허름해 보이는 찻집.


가라츠의 유명 과자인 쇼로만쥬와 마츠바라 오코시를 판매한다고 쓰여 있다.


아소(麻生)라는 이름이 같은 걸 보니 바로 옆에 새로 건물을 지으셨나 보다.




소나무 숲을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찻집이나 특산물 과자 가게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마츠바라 오코시 아소혼케(松原おこし麻生本家)가 눈에 띄는데요. 쇼로만쥬(松露饅頭)나 마츠바 사이다(松葉サイダー) 같은 것도 먹을 수 있다고 쓰여 있지만 이 가게의 명물은 오코시(おこし)라는 과자입니다. 우리의 강정과 비슷한 것이라고 해요. 생강을 사용해서 살짝 매운맛이 나는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구경하고 나와보니, 어라? 건물들 뒤편으로 숲 속을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사람을 위한 길'을 놔두고 굳이 '차를 위한 길' 옆으로 걷고 있었던 거네요. 그러면서 위험하다고 불평을 한 거였어요.


찻길을 벗어나니 정말 숲 속을 걷는 기분이 납니다. 오랜만에 흙을 밟는 기분도 좋았어요. 산책로는 일부러 포장하거나 손을 대지 않고, 그저 길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의 손질만 되어 있는 수준이라 더욱 자연 속에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소나무 숲 속에서 바다로 향하는 길.


숲 속을 걷다가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기분은, 꽤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 이렇게까지, 계속해서 바다를 보게 될 줄 몰랐다.


히가시노하마 해수욕장은, 정말 넓다.



니지노마츠바라는 방풍림이자 방사림이라고 했잖아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모래를 막기 위한 숲이라는 얘기는 바로 옆에 바다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걷다 보면 중간에 바다로 이어지는 길도 나와요.


히가시노하마(東の浜) 해수욕장으로 들어가 봅니다.


겨울이라 조용하긴 하지만 아주 길고 넓게 이어진 백사장이 카츠라만 전체를 감싸듯이 펼쳐져 있습니다. 한여름에는 사람들로 북적일 것 같은 멋진 해변이에요.




니지노마츠바라에서 찍은 사진에 니지(무지개)가 찍혔네.


가라쓰의 명물이라는 가라쓰 버거.




숲 속에 있는 햄버거 가게인 가라쓰 버거(唐津バーがー)입니다. 가라쓰 여행이나 니지노마츠바라에 대해서 검색하다 보면 항상 거론되는 유명 가게라서 한 번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치즈, 햄, 계란, 패티의 조합에 따라 몇 종류의 버거가 있었는데 저는 치즈와 패티가 들어간 치즈 햄버거를 주문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모두 들어간 스페셜 버거를 먹었어야 했나? 싶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간단하게 먹고 싶었어요.




치즈와 패티의 조합인 치즈 버거.


솔직히 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주차장 한편의 커다란 바위에 앉아서 햄버거의 포장을 벗기고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바싹 구운 빵이 바삭했어요. 소스의 맛이 독특했고, 치즈는 두툼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특별한 맛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특히 녹아내리지 않은 두툼한 치즈를 이로 잘라서 먹는 느낌이 별로였습니다. 치즈 자체의 맛은 괜찮았는데 말이죠.


어쨌든 유명한 곳이라고 하니 경험한 것에 의의를 둡니다.




걸어도, 걸어도, 걸어도 소나무 숲.


하늘을 보며 걷고, 땅을 보며 걷고, 뒤로 돌아 걷고, 빙글 뱅글 돌면서도 걸었다.


온 세상이 소나무 같은 느낌.




소나무 숲 속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숲 속에는 길이 표시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 어디로 걸어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위험한 곳(?)은 가까이 가지 못하게 경고 테이프가 둘러져 있어서 안전했고요.


하늘을 바라보면서 걷기도 하고, 뒤로 걷기도 하고, 빙글 뱅글 돌면서 걷기도 했습니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분들과 눈이 마주치면 눈인사도 하고요.


오랜만에 느끼는 산책의 여유로움이었어요.




히가시노하마의 겨울 바다.


한 여름의 가라쓰 시사이드 호텔에 꼭 한 번 묵어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니지노마츠바라를 빠져나오면 마츠우라 교(松浦橋) 북쪽에 있는 가라쓰 시사이드 호텔(唐津シーサイドホテル) 앞의 해변에 도착하게 됩니다.


하마사키 역 앞의 하마사키 해변부터 이곳까지 쭉 이어진 히가시노하마 해수욕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해변 바로 앞에 지어진 고급 호텔'이에요. 이 거대한 해변을 마치 프라이빗 비치처럼 사용할 수 있겠죠? 언젠가의 여름에 꼭 와보고 싶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오늘의 계획이었던 니지노마츠바라 산책은 모두 끝났습니다. 두 시간 정도 숲 속을 걸었고, 전망대 다녀온 걸 포함하면 총 세 시간 반 정도 걸렸네요.


이제 호텔로 돌아가서 좀 쉬다가 다시 밤의 시간을 보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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