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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Apr 15. 2019

0. 프롤로그

스페인을 고민하다 일본으로 떠나다?

원래 계획은 스페인이었다. 바르셀로나냐 마드리드냐 아니면 아예 작은 소도시냐 고민과 검색을 하고 있었다. 두 달에서 두 달 반 정도를 예상했다. 세 달은 무비자로 체류하기에 좀 아슬아슬해 보였으니까. 집을 하나 빌려 여행이 아니라 짧게 살아보는 기분을 느끼면서 가끔 차를 렌트해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는 걸로.


아, 이 소심한 마음은 걱정이 하나 생겼다. '국내 운전과 해외 운전은 다르겠지? 게다가 해외에서 렌트를 해본 적도 없잖아?' 정말 이유는 그거였다. 해외라고 하더라도 일본은 매우 익숙하니까 렌트도 연습해봐야지! (사실 이 시점에서 이미 에러다. 일본은 운전대가 반대에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여기저기 들은 바에 의하면 좌우 반대인 운전이 그리 헷갈리진 않는다고 하길래...)


생각의 물꼬가 한 방향으로 트이기 시작하자 졸졸 흐르던 생각이 훨씬 거대한 물줄기로 변했다. 홋카이도, 혼슈, 큐슈, 오키나와는 가봤는데 아직 시코쿠는 가보지 못했으니 시코쿠를 한 바퀴 돌면서 시골길을 드라이브해야겠다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다카치호 협곡을 가기 위해 아소산 드라이브


흠... 시코쿠만 돌고 나오기엔 나에게 시간이 너무 많은데... 그럼 단발적으로 돌아다녔던 큐슈를 아예 작정하고 돌아볼까? 그러고 보면 사세보, 가고시마, 미야자키 같은 곳은 못 가봤는데! 그래서 큐슈 + 시코쿠 일주로 계획 변경. 러프하게 잡아본 일정으로 약 한 달 정도 걸릴 것 같았다. 렌터카를 알아보니 한 달 내내 빌리기엔 가격 부담이 좀 쎄다. 주로 기차를 이용하고 중간중간에 필요할 때만 렌트하는 걸로 계획 변경.


큐슈의 서쪽 해안을 따라 달리는 기차인 SSL (Sea Side Liner)


비행기를 예약하기 며칠 전, 아니 해외에서 렌트해 운전하는 걸 연습하자면서 운전 날짜가 좀 적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겸사겸사 가보고 싶었던 미야코지마를 들렀다가 여행을 시작하자! 성수기가 아니니 사람도 별로 없을 거고, 한적한 남국의 해안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정말 끝내주겠지!


그렇게 계획은 미야코지마(오키나와) - 큐슈 일주 - 시코쿠 일주 로 변경. 미야코지마로 들어가는 비행기와 다시 나하로 나오는 비행기 그리고 후쿠오카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모두 예약하고 미야코지마에서의 숙소들을 예약하면서 여행이 시작됐다. 이때까지는 그런 여행이 될 줄 알았다. 이때 까지는.


미야코지마 사이다. 특산물인 해수 소금이 들어 있어 짭짤한 맛이 특징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여행이란 특히 장기 여행이란 살아있는 생물 같은 건가 보다. 시코쿠는 아직까지 발도 붙여보지 못했고, 계획에도 없던 히로시마(미야지마)와 오사카 그리고 와카야마가 추가됐고, 생각도 못했던 도쿄에서 약 이 주 동안 머물렀다.


뭐가 어떻게 흘러간 얘긴지, 내 마음은 왜 그렇게 흘러갔는지, 미야코지마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큐슈의 구석구석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미야지마는 왜 들렀으며 와카야마는 누구와 함께 갔는지, 도쿄에선 뭐 한다고 이 주일이나 머물렀는지 이런 얘기를 이제 시작해볼까 한다. 역시 게을러터진 성격 탓에 그리 진도가 빠르진 않을 거다. 오죽하면 재작년 가을의 얘기를 이제서야 시작할까.


야쿠시마 - 원령공주의 숲. 미야자키 하야오가 애니메이션의 배경을 떠올린 곳
일본에서 가장 큰 마츠리 중 하나인 미야자키신궁대제(좌) / 단풍이 물든 유후인에서 커피 한 잔(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쿠마노고도 순례길
도쿄의 밤거리 - 심야식당의 무대라고 하는 고르덴가이(좌) / 가부키쵸 일번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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