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zoos Mar 24. 2020

[NETFLIX] 얼터드 카본 시즌 2

영원히 살 수 있는 시대의 죽음이란 것에 대해

시즌 1을 재밌게 봤으니 시즌 2도 바로 시청!


누군가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주인공인 타케시 코바치에게 경호를 의뢰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솔직히 시즌 1의 주인공(조엘 킨나만)과 다른 모습의 육체(앤서니 매키)를 획득하는 장면에서 '어? 주인공이 달라지네? 이러다 집중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시작됐다.


2년 전에 본 시즌 1의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서 등장인물이나 세계관이 좀 헷갈리기도 했지만, '육체를 바꿀 수 있다'는 설정 덕분에(?) 워낙 이야기 전개가 정신없기 때문에 초반 2~3회를 보는 동안 드라마에 집중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세계관에 제대로 빠져들어 몰입하게 된 건 5화부터였다.


시즌 1을 시청했던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넷플릭스에서 추천해줬고 예고편 영상이 재밌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회당 70억 원 이상을 쏟아부어 총제작비가 800억 원에 달한다는 얘기는 나중에 알았다. 어쩐지 드라마치고 완성도가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들더라.


솔직히 말하면 전혀 배경 지식 없이 보면 좀 어렵고 헷갈리는 드라마다. 어디가 가상현실이고 어디가 현실인지, 누가 사람이고 누가 AI인지, 왜 저 사람은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건지... 그래서 약간의 배경 지식을 가지고 본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집중해서 2~3회를 시청하면 어느새 세계관에 익숙해지긴 하지만.


2002년에 출판된 리차드 K. 모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세계에서는 '저장소(Stack)'라는 것이 존재한다. 고대 외계인의 기술로 개발된 '기억 저장장치'인데, 태어난 지 1년이 지난 모든 영아의 목 뒷부분(경추)에 삽입하는 기계 장치다. 이것 덕분에 인간을 그대로 가상현실로 보낼 수도 있고, 육체가 손상되면 다른 육체에 저장소를 옮겨 다른 모습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죽음'이 두 가지의 경우로 나누어진다. 단순히 육체의 기능이 정지되는 죽음(Sleeve Death)과 저장소가 파괴되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되는 완전한 죽음(Real Death).


부유한 사람들은 육체의 죽음에 대해서는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장소 안에 들어있는 기억과 자아를 백업해두고, 예비의 육체들을 마련해두었기 때문. 이들을 포함해 모두가 두려워하는 것은 '완전한 죽음'이다. 영원히 살 수 있는 기술이 있음에도 여전히 죽음은 존재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추리/스릴러의 형식을 띨 수 있게 된다.)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역시 포 !!


그리고 또 다른 죽음이 하나 있다. 바로 AI의 죽음.


이 세계에서는 AI 들도 인간들 사이에 섞여 살고 있다. 물론 '현실의 육체'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현실과 다름없는' 홀로그램으로 존재하고, AI들 사이에 관계를 맺고 인간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사회적으로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타케시 코바치와 '친구'라는 관계를 맺어버린 AI인 '포' - 나에게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 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자꾸 시스템 오류가 일어난다. 프로그램에게 오류란 인간에게 병과 같은 것. 이 오류를 해결하는 방법은 오로지 시스템 전체를 리부팅하는 것이다. 하지만 포는 계속해서 리부팅을 거부한다. 자칫하면(아니 높은 확률로) 타케시 코바치와의 '기억'을, 그리고 리지와의 '기억'마저도 삭제기 때문.


결국 포가 두려워한 것은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다. 오류가 없는 시스템으로 재부팅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인간이 새로운 육체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일 뿐 존재의 근본인 기억과 자아를 잃어버리면 저장소가 부서지는 완전한 죽음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드라마에 대한 평을 하자면, 좀 어지럽지만 집중해서 본다면 꽤 재밌고 큰 제작비를 들인 만큼 시각적인 효과도 매우 볼만하다는 것. 원작을 읽지 않고 드라마만 본 사람 입장에서는 원작도 매우 궁금해지는 이야기와 세계관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영원히 살 수 있는 시대에서 인간의 죽음 그리고 기술로 만들어진 AI의 죽음에 대한 껄끄러운 여운이다.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만화나 드라마, 영화를 볼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되는 '존재'라는 것에 대한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 그 어떤 것.


그러고 보면, 영원히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종족 번식'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나? 2세를 계속해서 출산하면 계속해서 인구가 늘어나기만 할 테니까...


아, 어느 드라마에서 봤더라...


덧말. 시즌 2에서 비중에 높은 트렙 역할의 이 배우. 어디서 봤더라... 한참을 고민하다가 검색해보니 이 배우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등장하는 배우였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루크 케이지에서 형사 역할로 나오는 그 배우!




나의 별점 : ★★★☆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봐야 하는 드라마!




참고로 나만의 별점표는 아래와 같은 기준이다.

★★★★★ : 절대 강추, 무조건 봐야 함!

★★★★ : 기회가 된다면 꼭 볼 것!

★★★ : 찾아서 볼 정도는 아니지만 괜찮다.

★★ :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시간은 때울 수 있다.

★ : 굳이 볼 필요 없다. 사실상 비추.



※ 본 포스팅의 모든 이미지는 imdb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