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A] 아직 결혼 못하는 남자
뻔한 얘기를 캐릭터로 커버하는 유쾌한 이야기
그 남자는 '아직' 결혼을 못했구나어제 왓챠플레이에 들어가서 새로 올라온 작품들을 살펴보는데 눈에 띈 드라마. 2006년에 방영해서 대힛트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리메이크했던 드라마인 [결혼 못하는 남자]의 시즌 2, [아직 결혼 못하는 남자]. 2019년 4분기에 방영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은 드라마다.
시즌 1은 당시에 재밌게 봤던 드라마이기도 하고 주인공인 아베 히로시의 코믹하면서도 진중한 연기를 좋아하는지라 늦은 새벽까지 정주행 해서 10편을 해치웠다.
주인공과 그의 조수였던 배우는 시즌 1과 그대로, 나머지 주요 인물들은 모두 새로운 인물들이다. 아, 주인공의 가족들도 그대로인데, 조카는 아역에서 대학생으로 배우가 바뀌었다.
시즌 1에서 13년이 지난 이야기인데 이야기의 흐름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40세에서 53세가 된 주인공은 여전히 능력 있고, 까칠하고,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를 부정한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는 능력 있는 미모의 돌싱과 미혼녀들이 살고 있고, 그들과 연애 그리고 결혼에 대한 의견 차이로 티격태격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목처럼 결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안'하는 것에 가깝다는 것.
전반적으로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좋은 점이다. 전편이 그만큼 좋았던 드라마이기 때문이겠지만, 캐릭터가 크게 변하지 않았고 에피소드들의 느낌도 비슷하다. 비슷해서 익숙하고 뻔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아베 히로시의 캐릭터와 연기도 여전하기 때문에 그걸 보는 재미가 있다. 아베 히로시와 티격태격하는 여변호사 역할의 요시다 요는 시즌 1의 나츠카와 유이와 직업도 다르고 배우도 다르지만 자신의 주장이 강하고 아베 히로시에게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많아서 13년이 지난 에피소드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13년이라는 세월이 아베 히로시를 비켜 가지는 않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간 봐왔던 어떤 드라마에서보다 나이가 들어 보인다. 덕분에 더욱(?) 찌질해 보이긴 하지만 53세라는 설정상의 나이와 함께 세월이 확연히 보이는 그의 얼굴은 여전히 시즌 1에서처럼 3-40대의 결혼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드라마 전반적인 흐름에서 위화감을 주는 요소다.
그러고 보면 시즌 2의 등장인물들은 정확하게 자신의 나이를 밝히지 않는다. 시즌 1의 설정 때문에 현재 53세인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주인공뿐이다. 다른 등장인물들의 나이는 짐작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시즌 1의 설정이 3-40대의 결혼관에 대한 얘기였다면, 설정상 시즌 2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4-50대의 결혼관에 대한 이야기여야 할 것 같은데, 여전히 전반적인 분위기는 크게 심각해지거나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는다. 마치 4-50대의 배우들이 3-40대의 역할극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3-40대의 결혼관과 4-50대의 결혼관은 달라야 하나?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나 스스로를 비추어 봤을 때 30대 때나 40대 때나 크게 생각이 변하지 않았고, 몇 년 뒤 50대가 된다고 해서 큰 변화가 올 것 같지 않다. 밖에서(?) 보기엔 나이에 따라 그들(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연애가 달라질 것 같겠지만 사실 연애와 결혼이라는 것, 근본적으로는 나이와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아베 히로시의 연기는 여전히 유쾌했고, 요시노 요는 다른 드라마에서보다 훨씬 매력적이었으며, 10년이 훌쩍 지난 드라마지만 크게 위화감 없이 자연스러운 시즌 2였다.
아, 그리고 카페 여주인 역으로 나오는 이나모리 이즈미는 1화에서부터 '아, 저 사람 어디서 봤더라...'하면서 기억을 더듬었는데 10화를 보면서 결국 떠올렸다. <롱 바케이션>에서 여주인공의 철없는 모델 후배 모모코! 철없고 정신없이 귀여운 척을 하던 그녀였다. 아, 세월이 흘렀구나.
나의 별점 : ★★★ (3.0) : 일드를 좋아하고, 시간이 되신다면 보시라.
참고로 나만의 별점표는 아래와 같은 기준이다.
★★★★★ : 절대 강추, 무조건 봐야 함!
★★★★ : 기회가 된다면 꼭 볼 것!
★★★ : 찾아서 볼 정도는 아니지만 괜찮다.
★★ :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시간은 때울 수 있다.
★ : 굳이 볼 필요 없다. 사실상 비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