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나이가 몇 살인데”에 따라오는 ‘그런 걸 갖고 놀아~, 그런 노래를 들어~, 그런 사람을 만나~, 그런 걸 먹어~, 그런 데를 가~, 그런 걸 좋아해~라는 말에 대한 한 없는 기막힘
마음대로 좋아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많다. 사회가 정해둔 나이는 생물학적인 나이 그 이상의 것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을 다 들어주려면 ‘나’라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들도 최소 <이 나이에 좋아해도 되는 것 리스트>에서 골라야 한다.
30대 여자면 무엇이 있을까. 그래, 적어도 장난감을 좋아해서는 안된다. 알록달록한 파스텔톤 블링블링 <하이틴 감성>도 좋아해서는 안된다.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것도 안된다. 귀여운 취미보다는 성숙하고 멋있는 취미를 가져야 한다. 와인이라던지, 명품이라던지, 독서라던지, 인테리어라던지..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좋아해서는 안 되는 사회에 살다 보니 뭘 좋아하든, 뭘 하든 손가락질받을 용기를 감수하고 숨 쉬어야 한다. 내가 나로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사회. 그게 너무나도 당연한 사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나는 장난감을 좋아하고, 디즈니 공주를 좋아하고, 분홍색과 보라색을 좋아하고,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 사회에서 난 그저 공주병에 걸린 유아기 애착녀 일 뿐이다.
나는 꿈이 있다. 세계일주라는 꿈이 있다. 한 번도 포기한 적 없고, 한 번도 머뭇거린 적 또한 없다. 할 것이다. 무조건 할 것이다. 이것을 위해 태어나 삶을 살고 있다 해도 내겐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내 꿈은 주변인들에게 그저 “철없고 허망한 젊은 날의 꿈” 정도로만 인식이 되는 듯하다. 세계일주라는 것은 누가 정해둔 법이 없다. 반드시 우리나라에서 시작해 지구 한 바퀴를 한 번에 돌고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것 만이 세계일주가 아니다. 그것은 그저 one way trip이라고 부를만한 것 아닌가. 방식이 다르면 어떻고, 기간이 제멋대로면 어떠랴. 어떤 방식이든 내게 세계일주면 세계일주인 것이다. 그러나 주변인들은 오로지 그들 머리에 인식된 세계일주, 그 하나만을 놓고 내게 허망한 꿈을 꾼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무너질 필요 없다. 남의 말에 흔들릴 필요 없다. 좋아하면 안 되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그 강제성에 무릎 꿇지 않아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당당히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에 열렬히 미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이 내 삶의 이유이고, 내 탄생을 축복하는 이유가 된다.
스스로의 레지스탕스가 되어 죽어서도 포기 못할 꿈을 꾸는 것이 이 사회의 구조적 결함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맞서 싸워야 한다.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각오로 열렬히 좋아해야 한다. 더 많이 좋아하고 더 많이 빠지고 더 많이 취해서 내 삶을 온전히 즐겨야 한다. 삶의 어느 것 하나에서도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제 아무리 이 땅에 날카로운 유리를 심고 척박한 감옥을 지어 날 가둬도, 보라, 저 높은 하늘엔 손끝 하나 닿지 못하는 게 인간인 것을.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말라. 당당히, 열렬히 미치고, 더 많이 좋아하라. 꿈을 그리고 펼치고 마음껏 만끽하라. 어딘가에 갇혀 생을 마감하기엔 우린 너무나 소중한 꿈을 꾸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