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산다는 게 아닌데요.

하고 싶지 않은걸 안 하겠다는 거죠.

“결국 일 하기 싫어서 직장 그만둔다는 거 아니야. 야,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어떻게 사냐?”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너는 참 대단하다.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아?” 이 말은 화자에 따라 동경으로 들리기도, 비아냥으로 들리기도 한다. 동경으로 들리는 경우는 “너의 도전 정신이 멋져!”로 귀결되고, 비아냥으로 들리는 경우는 “나이 들어서 후회한다.”로 귀결된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겠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겠다고 말한 적은 있어도. 지금 하고 싶은 것만 해서는 미래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생각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나 보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사는 사람.

대학을 자퇴하고 싶네? 자퇴했다. 다른 전공으로 공부를 다시 하고 싶네? 입학했다. 외국에서 살고 싶네?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해외여행을 많이 하고 싶네? 일 년에 4회 이상 나갔다.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네? 취직했다. 이직하고 싶네? 이직했다. 퇴사하고 싶네? 퇴사했다. 이사 가고 싶네? 이사했다. 연애하고 싶네? 연애했다. 헤어지고 싶네? 헤어졌다. 다이어트하고 싶네? 살뺐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있는 거 맞다.

하지만, 사실 내 입장에서 보면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았다기보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좋아하는 걸로 돈 벌며 스트레스를 느끼기 싫어서 자퇴를 했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보고도 모른 척하기 싫어서 전공을 바꿔 입학을 했고, 좁은 시야로 세상을 보기 싫어서 해외로 나갔고, 내 성장 가능성을 막고 싶지 않아서 취직도, 이직도, 퇴사도 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건, 눈앞에 산더미만큼 쌓인 사탕을 단지 “먹고 싶기 때문에” 모두 먹어치운 후 가누지 못하는 몸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나는 자유롭고 싶다. 자유라는 것은 단순히 하고 싶은 것만 하며 마음대로, 망나니처럼 사는 것을 넘어선 개념이다. 자유는 절제와 책임이 균형적으로 공존할 때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 정신엔 변함이 없다.

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 직장인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일을 안 하고 탱자탱자 놀고 싶어 직장을 그만둔 게 아니고,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더 유지하고 싶지 않아서 그만둔 것이다. 그 차이는 분명히 둬야 한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에 스스로 속지 말자.

우리는 단어와 표현에 희롱당하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