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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Sep 20. 2020

20파운드 지폐에 담긴 영국의 과거와 미래

영국이 사랑하는 위대한 화가, 윌리엄 터너


터너 프라이즈를 들어보셨나요?

영국 테이트 브리튼이 1984년 제정한 현대미술상으로 매해 12월 한 해동안 가장 주목할 만한 50세 미만의 영국 미술가에게 수여되는 상입니다. 터너상의 수상자들은 영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이자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가로서 입지를 다지게 됩니다:


데미안 허스트, 안토니 곰리, 길버트와 조지, 리처드 롱, 안토니 곰리 등이 이 상을 수상했는데요,

수상자들의 명단만 보아도 이 상의 권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습니다.


상의 이름인 "터너'는 바로 영국이 사랑하는 위대한 미술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셰익스피어와 이름을 같이 할 만큼 영국인이 자랑스러워하는 예술가인 윌리엄 터너. 그의 작품을 앞으로는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2020년부터 새롭게 지폐의 도안을 바꿨는데요,  이례적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받아 지폐에 들어갈 인물들을 선정하였습니다. 영국 중앙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20파운드에 들어갈 인물을 고르기 위해, 수 만 명의 일반인들로부터 590명의 예술가들을 추천받았으며, 이중 JMW 터너를 최종 선택하게 됐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래가 올 해부터 사용되는 새로운 20파운드입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터너의 위대한  작품 <해체를 위해 마지막 정박지로 예인 되는 전함 테메레르, 1838-9>가 20파운드의 새로운 도안이 되었습니다.

돈을 주거나 혹은 누가 부탁을 한다 해도
내가 사랑하는 이 그림을 절대로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

-윌리엄 터너-


해체를 위해 마지막 정박지로 예인 되는 전함 테메레르, 1838-9


이 작품은 영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영국의 역사가 이 그림 속에 함축되어 있죠.

영국의 역사 속에서 아주 중요하게 자리 잡은 '트라팔가 해전'이 있습니다.

1805년 넬슨 제독은 전함 테메레르와 함께 나폴레옹과의 전투에서 대승리를 거두었고, 영국은 이 승리를 통해 대영제국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테메레르 전함은 영국의 영웅이자, 전쟁 승리의 주역이었습니다.


제목에서 보시는 것처럼, 1838년 어느 날, 전함 테메레르는 해체를 위해 마지막 정박지로 예인 되고 있었고

터너는 친구들과 함께 템즈강가에서 이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이 시기는 영국의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후, 시대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던 시기였습니다.

그중 증기기관의 발명은 영국의 또 다른 시대를 여는 결정적인 계기기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시대의 시작은 한편으로는 한 시대의 마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목조선이었던 전함 테메레르는 새로운 시작과 함께 지난날의 영광을 뒤로해야 하는 운명이 되었지요. 자신보다 훨씬 작은, 그렇지만 큰 힘을 가진 증기선에 이끌려 예인 되는 테메레르함이 터너의 작품 속에 남았습니다.


Light is therefore colour
빛은 곧 색채이다


과거의 영광을 대변하듯 강렬한 태양은 석양으로 지고 있고,

터너는 저물어가는 석양을 표현하기 위해 수십 번의 붓질을 통해 이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잔잔한 물결은 그와는 대조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으로 표현됩니다.


이 그림은, 한 영화에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007 스카이폴에서 이전과는 달리 나약하게 등장한 제임스 본드.

이 작품이 가진 의미를 안다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냉소적으로 그려진 영화 속의 장면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영국인들에게 더욱 특별한 작품이지만 위대한 예술작품이 그렇듯 그 안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메시지가 들어있습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흐른다


시간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이 제가 살아온 바로는 그렇습니다.

시간이라는 것이 누군가를 쓸쓸하게 만들지만, 시간이라는 것이 많은 것을 해결 준다는 것을 알기도 하며,

그 시간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영국은 과거를 뒤로 하고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문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득  "떠나가야 할 때를 알아야 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라는 문구도 떠오르네요.

해체를 위해 떠나가는 테메레르의 모습은 터너가 바라본 쓸쓸하고 안타까운 장면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으로 인해 테메레르함의 영광이 영원히 예술 속에 남았습니다.


한 장의 그림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작품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에 가셔서,

새로운 20파운드를 보신다면

옆 사람에게 이 작품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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