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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Oct 22. 2020

숲 속에 두 개의 길이 갈라져 있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과 빈센트 반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

늘 뒤돌아보았던 가지 않은,

혹은 가지 못했던 길에 대하여.

그리고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길에 대하여.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두 개의 길이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나는 두 개의 길을 갈 수 없었기에

하나의 여행자가 되어, 오랫동안 서 있었고

한 개의 길을 내가 할 수 있는 한 내려다보았다

그 길이 덤불 속에서 구부러진 곳까지


그러고 나서 다른 길을 택했다, 매우 공평하게,

그리고 아마 더 나은 주장일 거라 여기고,

왜냐하면 그 길은 풀이 우거졌고 밟히길 바랬기에

비록 거기를 지나가게 되면

실제로 똑같이 밟혀 닳아질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날 아침 두 개의 길은 똑같이 있었다

까맣게 밟은 발자국 없이 잎들이 쌓인 채로.

아, 나는 다른 날을 위해 첫 번째 길을 남겨두었노라!

여전히 어떻게 길이 길로 이끄는지 알면서도,

나는 진정 돌아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나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서 나이를 많이 먹은 후에

숲 속에 두 개의 길이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

나는 덜 다닌 한 개의 길을 택했고,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을 달라지게 했노라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언제든지 읽을 때마다 많은 상념에 잠기게 하고, 뒤돌아보게도 만들며, 앞으로를 생각하게 만드는 시입니다.

그림쟁이인 저는 이 시를 읽었을 때,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순간적으로 떠올랐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 1890


고흐가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밀밭에는 두 갈래 길이 아닌 세 갈래 길이 그려져 있습니다.


고흐는 어쩌면 첫째도 둘째도 아닌 세 번째 길을 택했기에 그렇게 우리 곁을 빨리 떠난 걸까...?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모르는 그의 마음은 그를 그렇게 다른 길로 몰아간 걸까요?

어쩌면 삶은 결국 죽음이라는 하나의 길로 통한다는 것을 고흐는 너무 일찍 알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 가지를 자른 버드나무, 1882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늘 고민하고, 늘 기도하죠.

올바른 길, 더 좋은 길, 더 행복한 길을 가게 해달라고.

나의 선택이 제발 좋은 선택이었기를. 좋은 결과이기를.

그래서 차라리 위의 그림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한 갈래의 길만이 있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대신

선택해주기를 바라기도 하고요.

 

나의 선택이 예상과는 달리 불행한 결과를 '자초'했을 때의 실망과 원망, 후회는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 선택은 누구의 선택도 아닌, 나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가면서 나서 내가 가지 않았던, 선택하지 않았던 길에 후회를 하지 않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현명하고 어른스럽게 과거의 경험을 본보기 삼아 좋은 선택을 하려고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심장이 따르는 것들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려고 하고요.
그리고, 변하지 않는 상황 속에는 제 감정을 선택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부정보다는 긍정을 택하고, 뒤돌아보기보다는 앞을 보기를 택하고, 슬픔이 찾아오려고 하면 기쁨을 찾아가죠.

힘들어 죽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면 좀 힘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를 택하고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껴도 다 잘될 거라는 생각을 선택합니다.


고흐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참 좋았겠어요.



빈 센트 반 고흐, 싸이프러스가 있는 길, 1890

 

숲 속에 두 개의 길이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

나는 덜 다닌 한 개의 길을 택했고,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을 달라지게 했노라고.


프로스트의 말처럼 우리의 선택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하고 앗아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누구든, 어떠한 선택이든지 설령 그것이 좋은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사람은 가보지 않은 길을 동경하거나, 그리워하고 혹은 미치도록 후회하기도 하죠.


다른 것을 선택했더라면.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말을 꼭 했더라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을 만났더라면.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오늘 제가 한 작은 선택의 조각들이 수많은 실로 엮여 또 다른 나의 미래를 만들겠지요.

저는 어쩌면 저의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혹은, 저의 좋은 선택이 저를 좋은 곳으로 이끌어다 주기도 하겠죠.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프로스트의 시에 감히 몇 줄을 더해봅니다.


그러나
또다시 모든 것을 달라지게 할 수 있는 길은
반드시 우리 삶에 또다시 나타날 거라고.
그러니 가지 않은 길을 너무 후회하지도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지금 가는 길을 묵묵히 가보자고.
그럼 또 다른 두 갈래 길이 나올 거라고.

 


일부러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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