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y Oct 17. 2020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우리는 누구인가, 어디로가는가.

폴 고갱의 타이티작품들


아레아레아!

고갱의 작품 중 참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이유는 매우 단순한데요, 그림 제목이 맘에 들기 때문입니다.

아레아레아는 타히티어로 "즐거움" "기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목이 가진 의미가 자체가 너무 좋습니다. 언제나 오늘보다 내일은 좀 더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폴 고갱, 아레아레아(Arearea), 1892, 75 X  94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설 <달과 6펜스>의 주인공이기도 한,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1848-1903) 은 파리에서 증권거래소를 다니던, 예술과는 동떨어진 인물이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된 인상주의 화가들을 통해 예술의 세계에 입문하여 자신만의 화풍을 창조해나갔습니다. 특히, 그는 서구 문명에 염증을 느끼고 남쪽나라의 낙원, 타히티로 넘어가 그곳의 순수하고 원시적인 풍경들을 강력한 빛과 색채로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그를 '원시주의'의 창시자로 불리죠.  지상낙원으로 불리는 타히티는 원주민들과 자연은 고갱의 예술세계의 무한한 원천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갱과 같이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럴 수 없기에 고갱이 전하는 꿈의 낙원을 그림으로 감상해보아야 하겠지요?


폴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1897, 삼베에 유채, 141 X 376cm, 보스턴 미술관


(타히티에서 고갱의 예술은 새로운 경지를 맞이했지만)

낙원을 찾아 떠났던 고갱은 타히티에서 역시 가난과 고독 속에서 시달려 결국 파리로 돌아오게 되고, 파리에서도 역시 실패를 하게 됩니다.

늘 낙원을 꿈꾸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타히티에서의 고갱의 실패는 떠나려는 자들에게는 어쩌면 실망일 수도

떠나지 못하는 자들에게는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 타히티로 가게 되었던 고갱이 알코올 중독과 병마 속에서 마지막 희망을 걸어 그렸던 대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등장하는 이 그림은 고갱의 자전적 작품이자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고갱이 우리에게 던지는 세 가지 질문.

어렵지만 어쩌면 단순한 질문들.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Where Do We Come From?    Where Are We Going?

 ()에서 시작해 () 끝나는 어쩌면 단순한  질문 앞에서 단순하게 대답할  없는 이유는,


What Are We?라는 질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저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닐까요.


고갱이 던진 세 가지 질문에서 저는

고갱이 우리에게 진짜 묻고 싶었던 또 다른 질문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피할 수 없는 생과 사의 인생에서,

삶을 살아내야 하는 인간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습니까?


고갱의 세 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순탄하지만도 칭찬받을만하지도 않은 그의 삶이었지만 "색채는 생명이다"라고 말하며 강렬한 색채를 통해 자신의 본능과 감정을 그려냈던 고갱의 그림 속에는 삶에 대한 애착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보라고.


매일 선택의 순간에서  "어떻게"라는 삶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아레아레아가 아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치 있는 아레아레아를 찾아가면서 말이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가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고갱의 또 다른 그림으로 대답하고 싶습니다.


폴 고갱, 파아 이헤이헤, 1898, 54 x 169.5cm, 테이트 런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작품, 파아 이헤이헤.


Faa iheihe. 아름다움을 위하여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이 제 삶의 가장 바라는 일입니다. 

그냥 보이는 대로 아름다워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바라볼  있는 생각과 시선으로.


우선은 진짜 "아름답다"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정의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과 구체적으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는 방향을 찾아가는 시간들이 필요하겠네요.


문득, 같은 시대를 살았던 또 다른 예술가 로트렉의 말이 생각납니다.


"언제나, 또는 어떤 곳이든지 추하다고 여기는 데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사람들이 그다지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는 곳에
의외의 아름다움이 있으며, 나는 여기에 감동을 받는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로트렉의 말처럼,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은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만들어갈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 정리해본 아름답게 늙어가기 위한 마음 LIST


남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 마음

내가 남보다 더 낫다고 여기지 않는 마음

누군가의 사정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

누군가의 작은 호의에도 감사할 줄 알고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

나보다 더 오랜 삶은 살아오신 어른들을 존경하고, 나보다 더 많은 삶을 살아갈 친구들을 응원하는 마음

낭만이라는 것의 T.P.O을 알고 온전히 누리며, 지나치지 않고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내 옆의 누군가에게 함께 누리고자 할 수 있는 마음

인생에서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들을 기꺼이 시간을 내어 찾고 깨닫길 게을리하지 않는 마음

나 스스로에게 나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지나치게 나에게 관대하거나 냉정하지 않게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

누군가가 늘 잘되기 바라는 선한 마음


이것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아름답게 살아가는 나의 예의.


어떻게?


아레아레아! 파아 이헤이헤!

즐겁게, 아름답게.

이전 13화 무릉도원에는 고흐의 복숭아나무가 자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