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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Oct 11. 2020

이카루스는 태양이 뜨지 않는 밤하늘을 날고 있다.

앙리 마티스와 마르크 샤갈의 이카루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루스.

이카루스가 등에 달고 날았던 "이카루스의 날개".

그의 죽음은 인간의 욕망의 결과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의 날개는 과연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초래한 비극적인 결말만을 나타내는 걸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카루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Frederic Leighton, Icarus and Daedalus, 1869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이카루스는 반인반수였던 미노타우르스를 가둬두기 위한 미로를 설계했던 다이달로스의 아들이었습니다.

미노스 왕은 자신이 낳은 아들이 반인반수인 괴물인 것을 숨기기 위해 건축가이자 설계자였던 다이달로스에게 미로를 짓게 해 미노타우르스를 가뒀습니다.

다이달로스가 만든 미로는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탈출 하수 없는 곳이었죠.

미노타우르스는 이 곳에서 아테네의 소년, 소녀들을 조공으로 받아먹으며 살아갑니다.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는 이 살육을 끝내기 위해 조공을 자처해 미로 속으로 들어가 미노타우르스를 처치하게 되는데 이때 다이달로스가 테세우스를 도와주게 됩니다.


이 일로 인해 미노스 왕은 자신을 거역한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를 미로 속에 가두게 됩니다.

자신이 만든 미로였지만 그곳을 빠져나올 길은 알지 못했던 다이달로스는 어느 날 공중에서 작은 빛을 발견합니다.

그리고는 공중을 이용해 탈출하기로 마음을 먹고 , 새들의 깃털을 모아 인공 날개를 만들어 아들에게 날아주고 공중으로 날아 미로를 빠져나가라고 알려줍니다.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루스에게

너무 낮게도, 너무 높게도 날지 말아라. 너무 낮게 날면 파도에 의해 날개가 젖을 것이고 너무 높게 날면 태양에 의해 날개가 녹아내릴 것이다.

라고 신신당부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미로를 탈출한 이카루스는 기쁨에 겨워 하늘을 날다 눈부신 태양 가까이 가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그 순간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말을 잊은 채, 하늘 높이 날아오르게 됩니다.

태양 가까이 다다르자 날개를 고정하고 있던 밀초들이 녹아 날개들이 흩어져 떨어져 내리고 결국 이카루스는 추락하고 맙니다.  아버지를 부르짖던 이카루스는 결국 깊은 바다로 빠지게 되었고 그가 빠진 바다의 이름을 이카루스 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Peter Paul Rubens, The Fall of Icarus, 1636


여기까지가 짧게 간추린 이카루스의 이야기인데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이카루스는 인간의 욕망의 무지함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앙리 마티스의 이카루스는 조금 달라 보이네요:)

Henri matiss, icarus, 1943-1944


야수주의의 거장 마티스는 젊은 시절부터 미술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회화작품을 남겼지만, 그의 예술의 또 한 번의 정점은 마티스가 말년에, 관절염으로 인해 손을 쓰지 못하고 붓을 잡지 못할 때,  색종이를 오려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손으로 붓을 내려놓고  "가위로 그리기"라는 새로운 조형세계를 창조해냅니다.


마티스가 창조한 이카루스는 욕망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인간이 아닌,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날갯짓을 하는 청년으로 보입니다.


마티스는 이 작품을 만들 때

열정적인 심장을 가진 이카루스가 하늘에서 추락하다


라고 적었습니다. 그가 표현한 빨간 심장이 눈에 보이시나요?


이카루스가 주는 교훈 중에서  욕망을 이기는 절제와 중용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준다는 면에서 그의 죽음을 인간의 욕망이 초래하는 비극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하늘의 날고자 했던 인간의 갈망이, 꿈에 도달하고자 했던 인간의 끝없는 도전이,

수많은 추락과 실패 끝에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게 한 힘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는 이카루스의 날개는 인간의 욕망의 초래한 비극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년의 마티스에게 화가로서의 인생은 끝이 왔다고 모두가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마티스는 예술에 대한 갈망과 욕망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말이죠.

화가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했던 손을 잃었던 그가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그것을 계기 삼아 그만의 특별한 조형세계를 창조하고 더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단순함과 즐거움이 묻어나는 그의 색종이 작업은 단연 최고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노란 별이 인상적인 마티스의 작품.

아마도 마티스는 날개가 태양에 녹지 않도록,

이카루스가 훨훨 날 수 있도록, 이카루스를 밤하늘에 그려 넣지 않았을까요?


슬픈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마티스의 이카루스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집니다.


앙리 마티스처럼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또 한 명의 예술가가 있습니다.

모두가 사랑하는 예술가, 바로 마르크 샤갈입니다.

샤갈도 이카루스를 주제 삼아 작품을 남겼습니다.

Marc Chagall, The Fall of Icarus,1975


 샤갈은 스스로 늘,  "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것을 좋아했고 "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태어났다"라고 까지 말했습니다.

그는 비상과 비행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꿈꾸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했죠.

그러한 그의 욕망은 늘 부유하듯 하늘을 나는 자신과 연인들, 동물들이 등장하는 그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카루스라는 주제는 어쩌면 샤갈에게 딱 맞는 주제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런지 샤갈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카루스는 추락한다기보다는 거꾸로 나는 듯이 보이고 그의 모습은 평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아래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비상을 열렬히 응원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꿈꾸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욕망은 비극을 초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카루스의 날개는 욕망의 상징이 아닌

꿈을 향한 날갯짓이라고 좋은 의미를 더하고 싶습니다.


어린 이카루스가 하늘을 날고자 했던 것은 욕망이 아닌 꿈을 향한 갈망 아니었을까..라고 말이죠.

하늘무한한 가능성의 상징이잖아요?!

 예술을 비롯해 많은 분야에서 인간의 욕망으로 시작된 끝없는 호기심과 탐구가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죠.


오늘도 힘찬 날갯짓을 통해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시기를!

비록 추락한다 하여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은 볼 수 있으니까요.



마티스의 그림에서만큼은 꼭

이카루스가 추락하지 않고

원하고자 하는 곳에 도달했기를.

샤갈의 응원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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