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사기 시작했다.
테오에게
스퓌 거리 끝에 있는 복권가게를 기억하겠니? 비 오는 날 아침, 그 앞을 지나가다가 많은 사람들이 복권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 걸 보았다. 대부분 왜소한 노파들이었는데, 하는 일과 생활수준을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삶을 지탱하기 위해 발버둥 치며 간신히 버텨왔다는 게 확연히 보이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물론 '오늘의 복권 당첨' 같은 것에 그렇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면, 복권에는 관심 없는 너나 나로서는 그저 실소를 금할 수 없겠지.
무리 지어 서 있는 사람들의 기대에 찬 표현이 인상적이어서 그들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복권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깊은 의미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난한 사람과 돈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더 그렇지 않겠니.
그것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 같았다. 그래서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도 않고,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만 판단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복권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이 우리 눈에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 음식을 사는 데 썼어야 할 돈, 마지막 남은 얼마 안 되는 푼돈으로 샀을지도 모르는 복권을 통해 구원을 얻으려는 그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의 고통과 쓸쓸한 노력을 생각해보렴.
1882년 10월 1일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중에서.
얼마 전부터 로또를 한두 장씩 사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 예전과 다른 지금 로또 한번쯤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로또를 왜 사?라고 함부로 말했던 저를 반성하면서요.
몇 주전부터 현금이 주머니에 있는 날, 우연히 로또 판매소를 지나가면 로또를 샀는데,
혹시 되면 어쩌지? 뭐하지?
이런 생각으로 5, 000원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 행복은 토요일 밤이면 순식간에 끝나버리지요.
그렇지만 이번 주에도 또 로또를 사려고 합니다. 은근한 기대를 품는 그 마음을 즐기는 것인지,
어쩌면 진짜 인생에 한 번쯤은 이런 행운이 나에게도 오겠다는 희망이 있는 것인지는 저도 헷갈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고흐가 1882년 복권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남긴 그림 한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는지는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 남겨져 있습니다.
고흐가 자신의 마음을 담아 전했던 편지들은 그의 그림처럼 그의 편지는 그의 마음을 글로 쓴 한 편의 시와 같습니다.
제가 고흐를 좋아하는 이유는 수만 가지도 더 되지만
특히, 그중에서도 누군가를 향한, 사람을 향한 애정 어리고 진실된 마음이 그를 더 동경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는 별 의미 없는 것들이, 나의 기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기준에서
어떠한 더 크고 깊은 의미가 있는지 생각의 볼 수 있는 그의 맑은 영혼.
고흐의 그런 눈이 바로 진정성이 담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에 그런 그의 마음밭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누군가의 쓸쓸한 마음과 고통을 헤아려볼 수 있는 마음의 넓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깊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담긴 의미를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마음의 깊이.
그림을 다시 보니 사람의 뒷모습에서 절절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합니다.
고흐 하면 짧고 강렬한 붓터치의 유화작품이 많이 떠오르지만 이 작품은 제가 참 좋아하는 고흐의 수채화입니다.
거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
실낱같은 삶의 희망을 찾으려는 우리의 삶
그것을 함께 공감하고 헤아리고자 하는 누군가의 마음.
이것들이 함께 하는 작품입니다.
어쩌면 한 끼의 식량을 샀어야 하는 그 돈을, 이 한 끼만이 나를 살릴 수 없기에.
작은 희망들을 걸어보는 그 쓸쓸한 뒷모습들이 매일마다의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뒷모습이기도 하네요.
코로나가 지독히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더해질수록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실제로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는 삶들이 참 많음을 봅니다.
함께 이겨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내 인생의 로또는 바로 나!
그리고 바로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