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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Oct 12. 2020

천을 쓰고 키스해본 적 있나요?

르네 마그리트 첫 번째 이야기

천을 쓰고 키스해본 적 있나요?

기묘하기도 하며, 낯설고, 신비롭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한 복잡한 감정.

이미지를 통해 그 감정을 이끌어 내는 예술가.

르네 마그리트, 연인들, 1928, 뉴욕 현대미술관

설명하기 어려운 묘함.

이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초현실주의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입니다. 

그는 벨기에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자, 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치하고 있습니다. 그의 위엄은 그가 등장한 벨기에의 지폐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지폐의 모델로 등장할 만큼 그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벨기에 500프랑에는 그의 얼굴과 함께 대표작, 콜콩드가 있습니다.

이 작품 많은 분들의 눈에 익숙하신 그림일 거예요.



르네 마그리트 , 골콩드, 1953, 캔버스에 유채, 메닐 컬렉션, 휴스턴


영화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을 탄생시키도 한 이 그림은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정작 마그리트는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평생 처음 보는 것이라서 눈 앞에 없더라도  자꾸만 생각날 수밖에 없는 그림,
그것이 내 작품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타내고 있는 것을 생각하지는 말라”


마그리트의 시크한 이 말은 어쩐지 위로가 됩니다. 그림에서 작가의 답을 찾지 말고 내 감정 속에서 상상 속에서 나만의 유쾌한 답을 찾는 것이 마그리트가 원하는 바입니다.

맘이 조금 편해지지 않으시나요?


젊은 시절, 마그리트는 운명적으로 한 장의 그림을 만나게 됩니다.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가 그린 '사랑의 노래'라는 작품인데요. 고대 그리스 동상의 두상과 고무장갑,  녹색 공이 함께 그려져 있는 그림입니다. 

혹시, 일상 속에서 조각상과 고무장갑 그리고 공이 함께 있는 것을 보신 분 있으신가요?


조르조 데 키리코, 사랑의 노래 , 1914

전혀 어울리지 않은 것들이 함께 함으로써 주는 생경함과 신비함에 매료된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의 길을 걷게 되는데요, 조르조 데 키리코의 이 그림은 먼저 문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수술대 위에서 벌어진 우산과 재봉틀의 우연한 만남은 아름답다

 

키리코는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의 재해석해 사랑의 노래라는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제가 의사선생님들께 강의할 때, 여러 번 여쭤본적이 있죠. 수술대 위에서 우산과 재봉틀을 혹시 보셨냐고.

이렇게 시작된 마그리트의 초현실세계.

새로운 것을 조합하고 이질적인 것을 한데 묶어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는 것에 마그리트는 굉장히 탁월했습니다. 


그의 기법은 데페이즈망이라고 불립니다. 


데페이즈망 : 특정한 대상을 상식의 맥락에서 떼어내 이질적인 상황에 배치함으로써 기이하고 낯선 장면을 연출해 보는 이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


그가 주는 신선한 충격들은 상상 속 세계를 보이는 세계로 만들 수 있는 큰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르네 마그리트, 피레네의 성, 1957, 캔버스에 유화, 이스라엘 미술관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은, 

천공의 성 라퓨타와 아바타의 나비 섬을 탄생시켰고.


르네 마그리트, 심금, 1960, 캔버스에 유채, 114 ×146cm, 개인 소장

무언가를 담아야 하는 잔에 담길 수 없는 구름이 담긴 이 예쁜 이미지는,  이렇게 재현되기도 합니다. 

르네 마그리트, 연인들, 1928, 뉴욕 현대미술관)
              Funeral For A Friend 앨범 재킷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

낮과 밤이 공존하는 마그리트 만의 빛의 제국은 또 다른 소설과 영화라는 예술에도 영감을 줍니다. 

천을 쓰고 키스해 본 적은 없지만 왠지 오묘할 것 같은 그 느낌이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정일까요?


나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보다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


전혀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이 함께 함으로 인해 느껴지는 생경함, 즐거움, 시너지

절대 둘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한 반전.

그 반전이 주는 묘미.


마그리트의 힘입니다.


어쩌면 너와 나

절대 함께 할리 없었던

우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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