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 첫 번째 이야기
천을 쓰고 키스해본 적 있나요?
기묘하기도 하며, 낯설고, 신비롭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한 복잡한 감정.
이미지를 통해 그 감정을 이끌어 내는 예술가.
설명하기 어려운 묘함.
이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초현실주의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입니다.
그는 벨기에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자, 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치하고 있습니다. 그의 위엄은 그가 등장한 벨기에의 지폐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지폐의 모델로 등장할 만큼 그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벨기에 500프랑에는 그의 얼굴과 함께 대표작, 콜콩드가 있습니다.
이 작품 많은 분들의 눈에 익숙하신 그림일 거예요.
영화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을 탄생시키도 한 이 그림은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정작 마그리트는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평생 처음 보는 것이라서 눈 앞에 없더라도 자꾸만 생각날 수밖에 없는 그림,
그것이 내 작품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타내고 있는 것을 생각하지는 말라”
마그리트의 시크한 이 말은 어쩐지 위로가 됩니다. 그림에서 작가의 답을 찾지 말고 내 감정 속에서 상상 속에서 나만의 유쾌한 답을 찾는 것이 마그리트가 원하는 바입니다.
맘이 조금 편해지지 않으시나요?
젊은 시절, 마그리트는 운명적으로 한 장의 그림을 만나게 됩니다.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가 그린 '사랑의 노래'라는 작품인데요. 고대 그리스 동상의 두상과 고무장갑, 녹색 공이 함께 그려져 있는 그림입니다.
혹시, 일상 속에서 조각상과 고무장갑 그리고 공이 함께 있는 것을 보신 분 있으신가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것들이 함께 함으로써 주는 생경함과 신비함에 매료된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의 길을 걷게 되는데요, 조르조 데 키리코의 이 그림은 먼저 문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수술대 위에서 벌어진 우산과 재봉틀의 우연한 만남은 아름답다
키리코는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의 재해석해 사랑의 노래라는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제가 의사선생님들께 강의할 때, 여러 번 여쭤본적이 있죠. 수술대 위에서 우산과 재봉틀을 혹시 보셨냐고.
이렇게 시작된 마그리트의 초현실세계.
그의 기법은 데페이즈망이라고 불립니다.
데페이즈망 : 특정한 대상을 상식의 맥락에서 떼어내 이질적인 상황에 배치함으로써 기이하고 낯선 장면을 연출해 보는 이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
그가 주는 신선한 충격들은 상상 속 세계를 보이는 세계로 만들 수 있는 큰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은,
천공의 성 라퓨타와 아바타의 나비 섬을 탄생시켰고.
무언가를 담아야 하는 잔에 담길 수 없는 구름이 담긴 이 예쁜 이미지는, 이렇게 재현되기도 합니다.
낮과 밤이 공존하는 마그리트 만의 빛의 제국은 또 다른 소설과 영화라는 예술에도 영감을 줍니다.
천을 쓰고 키스해 본 적은 없지만 왠지 오묘할 것 같은 그 느낌이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정일까요?
나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보다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
전혀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이 함께 함으로 인해 느껴지는 생경함, 즐거움, 시너지
절대 둘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한 반전.
그 반전이 주는 묘미.
마그리트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