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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Sep 16. 2020

1881년 파리의 하트 시그널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 르누아르

더운 여름이 가고 설레는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움츠러든 우리에게 이 가을 날씨가 왠지 모르게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요즘 날씨와 가장 잘 어울리는 화가, 인상주의의 거장 르누아르의 그림을 소개합니다.

인상주의는 전체 미술 사조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미술사조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중에서도 단연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르누아르입니다.


단 한 점의 우울한 그림을 남기지 않았던, 행복의 예술가라고 불리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PIERRE-AUGUSTE RENOIR, 1841-1919

굳이 따로 설명하지도 않아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보는 이의 마음을 씻겨주는 환희의 예술!

그게 바로 르누아르의 예술의 위대함이죠.

그의 대표작, <보트 파티 위에서의 오찬>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 129.5 Ⅹ 172.7 cm, 1881, 필립스 미술관
"사랑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의 기쁨, 모든 사람이 서로 어울려 편안하고 느긋하게 즐기는 파티의 즐거움, 햇빛과 음악, 유쾌하게 떠드는 소리, 부드러운 구애와 사랑스러운 천진함을 통해 자각하는 삶에 대한 확신, 바로 이러한 것들이 르누아르가 자유로운 붓질로 표현하는 정서이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패터 파이스트 지음, 마로니에 북스 p.47>


삶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기는 순간들의 행복,

그 '일상성'과 '현재성'에 주목한 르누아르의 그림은 행복과 그 즐거움 그 자체입니다.


이 작품은 소설가 에밀 졸라가 인상주의자들은 복잡한 그림을 잘 그리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 논쟁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르누아르는 그 편견을 잠재우고 싶었나 봅니다.

르누아르는 아주 세밀하고 꽉 찬 그림을 완성시켰는데요.

반짝반짝 빛나는 젊음들이 모여 청춘을 나누는 그 순간이 그림 속에 담겨 있습니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포착한 그림이라고 평가받는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 요즘 같이 바람 한 점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가을에 더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이 그림을 가만히 보다 보면 굉장히 재밌는 시선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좀 색다르게 감상해볼까요.

저는 이 그림에서 썸남썸녀들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한 자리에 모인 젊은이들의 엇갈리는 시선들, 한번 따라가 보아요!


도대체 큐피트는 왜 화살을 제대로 쏘지 않는 걸까요~? 1881년 파리의 하트시그널

스냅사진 찍히듯 르누아르의 눈에 찰칵 찍힌 이 사진.

썸 타는 젊은이들의 시선이 서로 교차하며 재밌는 순간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소풍 때 사진 찍은 것을 봤더니 늘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애가 항상 사진마다 등장하는 뭐 그런,,,,

나도 찍히는 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좋아하는 남자애 쳐다보고 있는 거 딱 걸린...


실제로 이 곳은 프랑스 센 강변의 라 그르누예르 근처 사투에 있는 알퐁스 푸르네즈의 식당의 모습입니다. 테이블 위에는 유리잔과 병들이 따사로운 빛을 받으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고 이 시간을 즐기는 청춘들은 더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이 그림 속의 인물들은 실제 르누아르의 지인들입니다.

왼쪽 난관에 기대 있는 남성은 그림 속 레스토랑 주인의 아들 푸르네즈,

가운데 중절모를 쓴 채 뒷모습을 한 남성은 모파상의 친구였던 바르비에 남작,

오른쪽에 고개를 위로 들고 있는 여성은 여배우였던 엘렌 앙드레,

그녀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남성은 저널 리스트 안토니오 마지 올로.

그리고 왼쪽에 귀여운 강아지를 안고 있는 여성은 알린 샤리고.

그녀만큼은 다른 남자를 보지 않고 강아지만 안고 있네요. 그녀는 르누아르의 여자 친구이자 후에 그의 아내가 되는 르누아르의 평생의 사랑이었습니다.      


다시 오지 않을 청춘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는 썸남썸녀들.

각기 다른 모자와 당시 유행하던 멋진 패션 스타일을 뽐내며 즐기는 파티의 즐거운 일상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르누아르가 세심하게 그린 그림 곳곳의 디테일입니다. 사람들은 서로 앞뒤로 기대어 복잡하지만 안정감 있는 구도로 그려져 있고, 흰색의 테이블 위로는 와인병과 잔이 빛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모자나 옷에는 오렌지색이 곳곳에 가미되어 훨씬 더 색감을 풍부하게 그림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미풍이 불어 잎이 살랑거리는 소리, 와인 잔이 부딪히는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지금 당장 나도 껴줘 ‘라고 말하고 싶은 청춘남녀의 썸 타는 순간입니다.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아름다워야 하네. 세상에는 이미 골치 아픈 일이 너무도 많은데 우리가 또 다른 골칫거리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


'즐겁다' '유쾌하다' '아름답다'

제가 좋아하는 단어, 누구나 좋아하는 말이지요.

그의 말대로 서양미술 역사상 단 한 점의 우울한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르누아르에게 즐겁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의 철학이자 소명이었습니다. 평생에 걸쳐 사랑하는 사람들, 생동감 넘치는 자연, 사랑스러운 소녀 등 보기만 해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그의 아름다운 그림에서 눈에 보이지 않은 가치 있는 것들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르누아르의 말처럼 예쁘고 즐겁고 유쾌하게 가을을 맞이하시길.


 제발,

 썸도 타고 사랑도 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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