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시인, 어부>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길을 가다가, 그냥 진짜 말문이 턱 막히게
발걸음을 멈추게
눈물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찡하게.
그렇게 위로받기도 한다.
그래서 유난하게 멈추어 서서 사진을 찍어 글 귀를, 위로받은 순간을 저장했다.
어부(漁夫)
김종삼
바닷가에 매어 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老人)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살아옴을 기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살아갈 날이 기적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 것 같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그는 희망과 자신감을 잃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푹 쉬어라 작은 새야. 그러고 나서 돌아가 꿋꿋하게 도전하며 너답게 살아.
사람이든 새든 물고기는 모두 그렇듯이 말이다.
재미로 하는 것들을 그만둔다면 그냥 죽는 게 낫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어부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위로받았다니,
왜 이 글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는지 알 것 같다.
노인과 바다의 수많은 글 귀 중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보니, 결국 나는 저러한 글에서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 사람이었다.
적당히 멈춰도 되고, 참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이, 내 라이프스타일인 것이다. 음, 삶의 양식이다.
그동안 수고했어 보다는, 앞으로도 수고해가 나에게는 더 위로가 된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노인은 말했다. 사람은 파멸당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아.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을지언정,
청새치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자신을 내던진 노인의 용기와 긍정과 삶에 대한 의지처럼.
개인마다의 살아갈 기적이 있다.
내 삶의 존재 이유는 남이 아닌, 내 안에 있는 것.
사노라면, 있는
많은 기쁨을 오늘도
찾기 위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