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내 노력에 비해 결과는 조금 더 나았다. 쉽게 인생을 살았고 인생이 쉽게 흘러갈 것이라 충분히 오해할 만한 인생이었다. 공부한 것에 비해 적당히 괜찮았던 성적을 받았고, 쉽진 않았지만 남들보다 뛰어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스펙으로 취업도 하였다. 그리고 30살이라는 적당해 보이는 나이에 결혼도 하였다.
그렇게 물 흐르듯 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32살쯤 결혼하고 싶다던 인생 계획보다 2년 일찍 했던 결혼을 보상받기라도 하듯이 이 악물고 버티던 1년 7개월의 주말부부 생활을 끝내고 퇴사를 하였다. 퇴사 후 어린 천사가 찾아왔고 출산 직전까지 죽어라 입덧을 하며 살이 쪽 빠진 채 남들처럼 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진통이 찾아왔다.
여기까지는 어느 누구와 다를 바 없는 무난한 일상과 같은 전개였다.
진통이 진행되다 결국 나도 아가도 급격하게 위험해져 긴급 수술을 진행하였다. 그렇게 태어난 우리의 어린 천사는 많이 아팠고, 힘들게 붙들고 있는 나에게 조금이라도 보상하듯 힘겹게 버텨내며 엄마의 얼굴을 기억해주었다. 그리고 내 속에 품었던 시간만큼 내 품에서 버텨주고 떠났다.
이래야만 하는 하늘의 뜻이 있겠지 라며 버텼던 나는 미처 몸도 마음을 다 추스르기도 전에 하루아침에 집에서 쫓겨났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나 몰래 사업을 벌이다 사기를 당하고 빚을 감당하지 못한 남편의 비밀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번 시작된 불행에는 한계가 없었다.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볼 새도 없이 다시 구직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제야 안정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점에 다시 섰나 하고 한숨 돌리려는 찰나에 교통사고가 났다.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을 했던 대형 화물차가 후방 추돌을 하였고 내 차는 완파가 되었다.
모두 다 살아난 게 기적이라고 하였다.
운전석만 겨우 보전된 차에서 걸어 나오면서 참 질기게도 살아있다 생각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산 내 머릿속에 처음 생각한 말이 질기에도 산다라니.
다음 생에는 절대 태어나고 싶지 않다던 입버릇이 정말 진심일 정도로 삶에 많이 지쳐 있었던 거 같다.
이렇게 불행이 연속된 삶임에도 또 살아진다.
그래서 인생 2회차를 시작한 나는 수많은 불행 속에 나를 붙잡아줬던 생각들을 적어보려 한다.
내 글이 삶에 지친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어떻게든 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