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철들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
전 직장에서 상사로 만나 이제는 친한 사이가 된 언니가 있다.
그 언니는 연말 인사 시즌이 지나면 꼭 승진한 사람들의 직급과 직책을 확인한 후 더 상위 개념을 익히려 노력했다. 예를 들면, 김 차장의 직급이 여전히 차장이지만 직책이 팀장이 되었다면 김 팀장이라고 불렀다.
승진을 하였으니 상대방이 더 기분 좋은 것을 불러 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소해 보일지도 모를 배려지만 상대방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인정해주는 거 같았고 나도 인사발령 공지를 확인 후 메일 주소함과 연락처의 승진자들의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최근에 직장생활 구석구석에 세심한 배려들이 자리 잡아있던 이 언니는 회사 역사상 최초의 여자 부서장이 되었다. 제조업이라는 보수적인 환경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 알바 합격했어’라고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에 축하인사도 없이 대뜸 ‘거기 일 힘들다던데’라고 답을 한 친구에게 기분이 나빴다는 글을 보았다.
죽마고우도 말 한마디에 갈라진다는 속담이 있다. 또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도 한다.
말은 고작 한마디지만 친구와 남보다 못 한 사이가 될 수도, 천냥이라는 빚을 갚을 수도 있다.
지금 회사에는 대리가 몇 년 차인 친구에게 OO 씨라고 부르고, 이 팀장에게 이 차장이라고 부르는 친구가 있다. 분명 OO 씨나 김 대리, 이 차장이나 이 팀장 어떤 쪽을 부르던 그 사람을 부르는 것은 맞다.
하지만 어차피 한마디 하는 거 상대방이 기분 좋은 쪽으로 불러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