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와 한국어의 차이점에 왜 주목해야 할까
우리는 왜 외국어를 배울 때 어렵다고 생각할까? 물론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도 하고, 배우고 있는 외국어도 서로 다른만큼 외국어가 어려운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몇몇 사람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발음을 따라 하는 것 때문에 골치 아파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모국어와는 규칙이 전혀 다른 문장 구조나 문법 규칙 때문에 어려워할 수도 있다. 혹은 외국어를 배울 때 단순히 이런 언어적 차이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 관용어의 차이 때문에도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유가 어찌 됐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국어를 배우는 게 어렵다고 느끼는 데는 다 공통점이 있다. 바로 어떤 언어를 배우든 모국어와 외국어 사이에는 차이가 일정 수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건 글쓴이가 특히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주변 사람들을 직접 관찰한 것과도 어느 정도 일치하기도 한다. 고등학교에서 일주일에 8시간씩 프랑스어를 배울 때도, 그리고 대학교에서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를 전공할 때도 2학년 때쯤 프랑스어를 포기하는 동기들이 수두룩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친구들이 포기하면서 내세우는 이유 또한 거의 다 비슷했다. 이제 프랑스어를 웬만큼 심화적으로 공부한 만큼 배울 내용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고, 그만큼 이제 본격적으로 대입 준비, 혹은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프랑스어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하듯 프랑스어 중급 시험인 B1에 합격하자마자 프랑스어를 아예 손에서 놔 버렸다.
그럼 이 친구들은 좋은 선택을 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합리적인 결정이다. 프랑스는 한국과 멀리 떨어진 나라다 보니까 언어에 반영된 문화적 차이도 많이 나고, 어려운 발음이 꽤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문장 구조나 순서도 다른데, 영어 문법이랑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글쓴이도 요즘 프랑스어 번역과 관련된 수업을 들으면서 더 많이 느끼고 있다. 예를 들어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프랑스어 텍스트를 한국어로 해석해 보면서 문장 맥락에 맞게 어떻게 단어 해석을 맞게 해야 할지 바로잡아 주시고, 너무 직역에만 신경을 써서 최종적으로 번역했을 때 문장이 어색해지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시기도 하면서 서로 다른 언어들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아졌다.
특히 교수님이 최근에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프랑스 원어민 분을 수업 시간에 초청하신 적이 인상 깊었다. 그 분은 수업 시간에 한국어를 프랑스어로 번역했던 예시 몇 개를 보여주시면서 발표를 진행하셨는데, 보여주신 예시에서는 한국어 원작 소설에서 주어가 생략된 경우가 많았다. 프랑스어는 한국어와 달리 주어를 일일이 써야 해서 생략된 주어가 뭔지 추론해 보는 게 어렵다고 설명해 주셨고, 설명을 하시면서 한국어와 프랑스어 간 차이가 커서 제대로 의미를 살리는 게 어려웠다고 역설하셨다.
한국어와 외국어 간 차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물론 번역을 잘하고, 외국어를 더 잘 배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 아무래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실익을 추구해야 하는 세상이니까. 그런데 결국 한국어를 배우던, 외국어를 배우던 진짜 목적은 자기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언어는 마치 생각이라는 요리를 담는 그릇과 같아서 아무리 내용물이 같더라도 그릇이 바뀌면 새로운 그릇과 잘 어울리게 내용물을 다시 배열해야 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릇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주재료를 돋보이게 하는 부재료를 다르게 해야 할 수도 있고, 일부 내용물을 첨가하거나 빼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릇에 따라 내용물이 조금 달라지더라도 같은 요리인 것은 변함없다. 모습이 조금 바뀌었을 뿐, 그릇이 바뀌더라도 요리를 먹는 사람들을 똑같이 만족시키면 된다. 우리가 서로 다른 언어들의 차이점을 배워야 하는 진짜 이유도 결국 이와 같이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